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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니언신학대학의 현경교수?
 미국 유니언신학대학의 현경교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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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당당하며, 용기 있고 사려 깊으며 부드럽고 진보적인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뉴욕 유니언 신학교의 종신교수이며 세계평화위원회 자문위원이고 평화통일운동단체 조각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신학을 퍼포먼스와 제의로 표현하는 '신학적 예술가'로 불리는 분입니다. 바로 현경(정현경) 교수님입니다. '살림이스트'를 자처하는 에코페미니스트이며 해방신학자이자 환경과 평화운동가이기도 합니다.

1996년 유니언 신학대학의 종신교수로 부임해 현재 맨해튼에 살고 있습니다. '다시 태양이 되기 위하여(Struggle to be the Sun Again)',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1, 2', '미래에서 온 편지'등이 있습니다.

지난 5월 7일(수요일) 오후 7시에 SBS 등촌동 공개홀에서 SBS '지식나눔콘서트- 아이러브[人]'에서 '스스로 행복한 여신이 되는 방법' 강의를 마치고, 오늘(5월 10일) 코리안 아쉬람에서 '힐데가르드, 에코 페미니즘, 선(Zen)'를 주제로 강의를 하였습니다. ​

일산의 흰돌종합사회복지관 대회의실에서 있었던 강연을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저는 그녀와 대면한 몇 시간 만에 겉과 속, 어느 한 곳도 매력적이지 않은 곳이 없는 그녀에게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코리안아쉬람에서 특강중인 현경교수
 코리안아쉬람에서 특강중인 현경교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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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나눈, 밥보다 훨씬 맛난 그녀와의 대화입니다.

- 버킷 리스트(bucket list)가 있나요?
"10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는 우주인과 연애를 해보는 것. 둘째는 통일된 나라를 만들어서 서울에서 파리까지 애인과 함께 기차여행 하는 것. 셋째는 DMZ를 생태공원으로 만드는 것. 넷째는 80세 생일에 60세 연하와 탱고를 마스터 수준으로 추는 것. 여러 가지 춤 중에서 나이 많은 여자에게 가장 아름다운 춤이라고 해요. 그다음부터는 19금이라 조금 술이 취한 다음에 계속할 수 있어요.​

-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뭔가요?
'한(恨), 혼(魂), 살림'입니다.

​- 서울이 편해요 아니면 뉴욕이 편해요?
"이제는 뉴욕에 가면 뉴욕이 편하고 서울에 오면 서울이 편해요. 주소가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속의 평화로움이 문제이니까요. 어딜 가나…….

- 그전에는 갈등도 있었나요?
"양쪽이 다 불편했지요."​

- 서울에서는 왜 불편했고 뉴욕에서는 왜 불편했나요?
"서울에서는 너무 간섭을 많이 해서 불편했고, 뉴욕은 너무 외로워서 불편했는데 이제는 서울이 따뜻해서 좋고, 뉴욕은 자유로워서 좋아요. 제가 변했어요."

- 서울에서의 간섭이나 뉴욕의 외로움은 극복되었나요?
"뉴욕은 여전히 외롭지만 외로워야 좋지요."​

- 서울에서의 불편함은?
"이제는 하나도 불편하지 않은 게 사람들은 나를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해명할 의무가 없다는 거예요. 모두 각자의 생각이 있고 다 자유가 있잖아요."

- 원효대사께서 해골물을 마시고 분별심을 버려서 깨우침을 얻었던 그런 깨우침 같아요.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이루어진다는 깨우침을 언제 얻게 되셨나요?
"제게는 히말라야에서의 일 년이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 그 때가 몇 살쯤이었나요?
"44살 때였어요."

- 어느 정도 익어야 깨우치나보군요?
"그렇지는 않지요. 예수는 30대에 깨우쳤잖아요."​

- 20대는 아니잖아요?
"그러내요. 20대는 좀 안되지요."​

- 참 풋풋해보이세요.
"사람들이 그래요.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

- 비법이 있나요?
"철이 없어서 그런가 봐요."

- 많은 남자들이 선생님께 이런 찬사를 바치지 않나요?
"그렇지만은 않구요. 제가 변했나 봐요. 제가 처음 페미니스트로 여성신학하고 그럴 때는 남자들이 저를 미워하곤 했는데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강연을 하잖아요. 강연이 끝나면 프러포즈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저를 미워하는 사람보다는……."​

- 그렇다면 80세 생일에 60세 연하의 파트너를 구하시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군요?
"하하하~"

현경 교수와 코리안 아쉬람의 이명권 박사
 현경 교수와 코리안 아쉬람의 이명권 박사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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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엽 신정균) 강연 중에 사람마다 모두 끌리는 매력이 있다고 했잖아요. 교수님은 진짜 끌려요.
"제가 예수님 말씀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이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세상이 변하지요. 가르치는 사람들은 학생들도 낚아야 돼요."

"소엽 선생님은 여성들에게 이런 말씀을 주문하곤 하지요. 암컷은 죽을 때 까지 수컷을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성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매혹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예언자 마호메트은 제자들에게 여자를 만날 때는 깨끗이 씻고 머리를 창포물에 감고 여성을 만나라고 했어요."​

- 최선의 매력으로 상대를 만나라는 말씀이군요.
"그것이 예의인 것 같아요."​

- 현경 선생님께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요?
"신학을 공부하고, 여러 스승님들을 만나고, 저 나름대로 수양을 하면서 하나 분명해진 것은 하나님이 두려움의 하나님이 아니라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일부 보수기독교에서 말하는 '이거 하지말라. 저거 하지 말라'하는 것은 너무 쫀쫀한 하나님이에요. 하나님은 그런 찌질이가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아우구스티누스(Saint Austin)이 말씀하신 것을 참 좋아해요. '하나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멋대로 하라.'"

​- 그 멋대로는 사랑 안에 있는 '멋대로'군요.
"부처님 손바닥안의 손오공인 것이지요."​

- 선생님의 퍼포먼스나 축제적 표현들이 모두 그 사랑 안에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무당이나 마녀로 선생님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분의 사랑 안에 있음에도 그것을 못 보는 분들이군요?
"그분들은 제가 너무 규율에서 벗어나니까 그런 말을 하시는 것 같은데 아인슈타인이 대단히 중요한 말을 했어요. '질문을 만들어낸 사고방식으로서는 그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없다.'. 종교적인 대답도 종교적인 질문을 만들어낸 그 사고방식으로는 절대로 대답을 얻을 수 없어요. 그것을 넘어서야지 답을 얻지요."​

- 선생님이 이미 질문자의 사고를 벗어나 있음을 그분들은 모르는 것이군요?
"하지만 전 그분들을 이해해요. 그분들의 두려움을... 예전에는 토론도 많이 하고 싸우기도 많이 하고 했는데 그것들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 그럼 지금은 그분들을 대함에 있어서 설득의 방식으로 대합니까 아니면 무관심으로 대합니까?
"설득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던지 그 안에서 당신께서 평화와 행복을 얻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 (소엽) 제가 남신으로 모시는 분이 한 분계세요. LA에... 그 분은 결혼을 14번밖에 안 하신 분이에요. 그런데 여자 중에서 제가 신으로 부를 만한 분을 여태까지 찾지못했었어요. 현경 선생님은 제가 신으로 정하는데 아주 주저함이 없을 분이네요.
"하하하... 그런데 우리 모두가 우리 안에 신의 불꽃을 가지고 있어요. 여신과 남신을... 내 안의 여신을 태어나게 하는 것은 부드러움의 힘, 연약함의 힘, 공감의 힘이지요. 남신을 태어나게 하는 것은 용기라든가 여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을 초개같이 버릴 수 있는 희생, 헌신 같은 것이지요. 이 요소는 남자만 그런 것이 아니에요. 여자들도 마찬가지인데 이것은 단지 메타포에요."

- 선생님 속에도 남신과 여신이 함께 살고 있지요?
"다 있지요."

- 그럼 그 두 신이 다투지는 않나요?
"다툴 때도 있어요. 하지만 상호작용을 통해서 마지막은 oneness(일체)가 됩니다."​

- 구원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나요?
"기독교 복음서 중에서 좋아하는 복음서가 영지주의 복음서인데 그중에 도마복음서가 있어요. 그곳에 이런 말이 나와요. 예수님께 '구원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니 이렇게 답하세요. '네 안에 있는 그것을 꺼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너를 구원할 것이다. 그러나 네가 네 안에 있는 그것을 꺼내지 못한다면 그렇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각자 자신 속에 있는 그 불꽃을 꺼내는 거예요. 이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왔던 전통적인 구원관하고는 많이 다른데 제게는 그 말씀이 너무 설득력 있게 와 닿는 거예요."​

- 그런데 도마복음서는 외경(外經)이잖아요. 성경인지 의심이 되었지만 성경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책을 의미하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이 세상이 못 볼게 뭐가 있고 두려워할게 뭐가 있을까요?"​

- 그런데 그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은 왜일까요?
"두려우니까요."​

- 그 두려움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두려움은 우리의 아주 오래된 기억이에요. 고대로부터 짐승에게 쫒기고 화산에 쫒기고... 삶에 대한 두려움인데... 제가 성경에서 제일 좋아하는 말이 '그 어느 것도 하나님의 사랑으로부터 우리들을 끊어버릴 수 없다.(롬8:26~39)'는 것입니다. 죽을 지라도... 환난과 박해 속에서도, 곤고와 기근 속에서도... 그것을 정말 믿으면 두려워할게 없지요."​

- (소엽) 쉴 새 없이 명랑하자, 제 모토에요. 제가 하나님이라도 피존물인 우리가 화합해서 재미있게 사는 것을 좋아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고통도 즐기는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집착과 편집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래요. 정말. 이슬람에서는 우리의 삶이 여름 낮 들판위에 벼락 치는 시간처럼 짧다, 고 말해요. 이 짧은 시간을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 그 존재이유를 발견하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집착하고 괴로워할 이유가 별로 없지요. 이 짧은 인생에서 여러 가지할 필요가 없이 꼭 내가 하고 가야할 하나나라도 이루는 것이지요."​

- '장자(莊子)'에 이런 말이 있죠. '蝸牛角上之爭 와우각상지쟁'이라고... 우리의 삶이 한낱 '달팽이 더듬이 위에서의 싸움'에 불과하다는 의미이지요. '들판위의 벼락 치는 시간이'나 '달팽이 더듬이 위에서의 다툼의 시간'이나 이 유한한 삶의 덧없음을 인식한 것은 동일하군요.
"그렇지요. 정말이지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게 점점 더 느껴져요."

- (박진서) 종교가 있으신가요? (박진서 선생님은 85세의 어르신입니다.)
"불교, 기독교도 다하고요. 사실 사람들이 물어보면 불교도 기독교도 아니고 '우주자궁교'라고 말해요."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현경교수에게 질문하시는 박진서 어르신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현경교수에게 질문하시는 박진서 어르신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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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서) 애초에 저는 기독교였는데 저는 제 마음에 따르고 싶었어요. 불교가 스스로의 깨달음에 대해 말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절을 가면서 불교에 대해 공부했어요. 그런데 2년 전에 아들이 죽으면서 '엄마가 교회에 나가라'고 유언했어요. 그래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독교로 다시 돌아갔는데 현제 제 마음은 불교도 기독교도 아니에요. 불교를 공부하니까 성경해석이 너무 잘돼서 오히려 좋아요.
"그럼요. 너무 이해가 가요."

- 우주자궁교에 대해 좀더 설명을 곁들여주시면…….
"우리 모두가 우주라는 커다란 자궁에서 나온 자녀들이에요. 그리고 종국에는 모두 우주의 자궁으로 돌아가지요. 그 우주가 최초의 여신이겠지요. 저는 불교, 기독교 등 종교를 외국어를 배우듯이 그 언어체계를 배우는 것으로 임해요. 그래서 그걸 넘어서야겠지요.​

- (박진서)그럼 서류의 종교란에는 무엇이라고 쓰나요?
"그런데 요즘 그것을 쓰라는 데가 있나요? 꼭 써야한다면 '기독인불자'로 쓰겠어요."​

- 오늘 선생님과 식사 중에 나눈 대화가 모두 진주라 선생님께서 주신 말씀들을 어떻게 꿰어야 더 멋진 제 마음의 목걸이가 될지 행복한 고민입니다. 고맙습니다.   

코리안 아쉬람에서의 특강후 질문을 받는 현경교수
 코리안 아쉬람에서의 특강후 질문을 받는 현경교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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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정현경, #현경, #코리안아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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