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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기록 이전으로 넘어가 보자면 응원 집단이라는 것은 관중과 호응이 있는 태초의 순간부터 기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보편적인 의미로 운동 경기 따위에서 힘을 밀집하기 위하여 조직된 집단을 의미하는 응원단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학문화의 꽃이었으며 대학가를 중심으로 발전한 센세이션이었다. 함성을 하나로 모으고 북돋우는 화려한 몸짓은 우리 생, 깊숙이 자리 잡은 필연의 산물이었다.

뿌리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백상응원단은 단장과 단원이 수평적으로 공존하는 폭발적 에너지의 근원이다.

서른 여섯 번째 단장인 박시원씨에게(동국대 정보통신학과 3학년 재학 중) 응원단으로서 존재하는 까닭을 물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우리 모든 청춘의 지표와 닿아 있었다. 인터뷰는 지난 4월 26일 토요일에 진행됐다.

백상응원단 공연 실황
 백상응원단 공연 실황
ⓒ 박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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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향성 고민, 내가 행복한 이유"

- 자기소개 부탁한다.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22살 박시원이다. 백상응원단 단장을 역임하고 있다."

- 응원단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
"입학 초기부터 존재를 알긴 했는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점차 학교생활에 익숙해지면서 회의감 아닌 회의감이 들었고 자연스레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 백상응원단은 어떤 곳인가?
"우리는 전국 최대의 대학생 응원단체다. 역사적으로도 전통이 깊고 응원 공연이 침체기라는 평가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한다."

- 리더이자 선배 입장이다. 권한이 어느 정도인가?
"곡 선정을 주로 내가 한다. 단원들과의 상담 후에 지정하는데 신 나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정박의 곡들로 선택하는 편이다. 또 기본적인 안무는 직접 한다. 기존 동작을 제 배열하는 것에 가깝지만. 새로운 것은 익히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 홍보 수단이 궁금하다.
"우리가 직접 적으로 발 벗고 나서는 것이 대체적이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의 행사를 주로 하고 있고 응원곡을 보여준 후 학교 PR을 한다. 문제는 현역 단원들은 부족한 상태다. 올해 아시안 게임, 월드컵 등이 있기 때문에 재도약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흐름을 타면 그만큼 좋아지지 않을까?"

-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나 바라는 점은.
"일단 환경적으로 학교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응원단은 학교를 위해 존재하는 단체인 만큼 투자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년 400 정도의 지원이 있는데 물품사용, 밥값, 단복 맞춤 등으로 들어간다.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다.

내부적으로는 조금 광범위한데 개개인의 스케줄 때문에 연습 시간이 애매해 지는 것이 1차적인 애로사항이고 더욱 본질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풍조변화다. 학업 외에 시간을 쓰는 것에 그리 관대하지 못한 것 같다."

박시원단장과(가운데 분) 단원들
 박시원단장과(가운데 분) 단원들
ⓒ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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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성취는 인생의 영원한 모토"

- 연습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연습은 일주일에 두 번 3시간 정도다. 방학 때는 학교마다 다르지만 4주에서 5주 정도 아침에 연습한다. 우리 응원단 같은 경우 레퍼토리는 행사가 잡히면 집중 연습을 하는 편이다."

- 신입생 오디션은 어떤 방식인가.
"우리 백상은 면접을 본다. 대부분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동아리를 여러 군데 병행하려는 친구들은 조금 곤란하다."

- 결코, 쉬엄쉬엄한 단체는 아닌 듯싶다.
"학년마다 힘든 부분이 다르다. 신입생일 때는 몸이 힘들고 2학년으로 올라오면 중간자의 위치로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 나는 나대로 단체 관리가 버겁고."

- 전공과는 무관한 일이기도 하다. 진로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나?
"현재 정보통신과 학생이다. 개인적으로 단장하면서 사회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획부터 경영, 사람 대하는 법까지 총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향상된다.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른 게 아니라 이런 것들이 인생 공부 아닐까 싶다."

-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나?
"물론이다. 다소 가볍게 시작했지만,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나도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 의욕 없는 젊은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그런 모습들을 훈계할 자질도 못되고 위치도 아니다. 그러나 같은 20대의 젊은 날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오늘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도전과 성취를 인생의 모토로 삼은 후 삶이 정말 달라졌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혹여 지금 생활이 고리타분하고 회의적이라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 봉사라던가, 동아리라던가 열정을 쏟다보면 그곳에 배움이 있을 것이다. 젊음을 최대치로 활용하여 얻는 희열이 차곡차곡 쌓여 미래를 향한 긍지가 될 것이다."

-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학업과의 병행. 3학년이 되고 나서 체감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몰랐던 압박감이 든다.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

- 꼭 지키고 싶은 신념이나 가치관이 있다면.
"항상 나만 힘든 게 아니라고 수시로 생각한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슬프고 아파 보이지만 상처 하나, 불편함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결국은 인내다. 모든 것은 흘러가는 법이니까."

- 이상형 질문은 조금 곤란한가?
"아니다.(웃음)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남한테 맞춰주려는 성격이어서 때로는 지칠 때가 많다. 내가 기댈 수 있고 뭐, 그런. (웃음)"

백상응원단 무대 준비 중
 백상응원단 무대 준비 중
ⓒ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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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고 올 곧게 가는 삶을 원한다"

- 무려 백상응원단 단장이다. 주위 반응은 어떤가.
"처음에는 부모님께 단장 하는 것을 숨겼다. 공부와 진로 문제 때문에 좋은 소리를 못들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친구들 반응도 딱 반반으로 나뉜다. 파이팅 아니면 아직도? 이렇게."

- 기억에 남던 무대가 있나.
"2학년 때 있었던 축제 무대는 아직도 선명하다. 매년 백상 대제전이라는 무대를 한다. 직접 기획하고 섭외하고 우리 손에 모든 것이 달려 있는 중요한 행사다. 작년에 동기들이 다 탈퇴를 하면서 혼자 연습하고 준비했다. 무대구성도 참여했고 1학년 연습도 시키고 힘들었던 만큼 기억에 남는다."

- 관객에게 바라는 점.
"호응. 무대에 서는 입장에서는 그게 최고다. 가만히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땐 우리가 힘이 빠진다."

- 보여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단복이 프리사이즈라 통통한 친구들이 들어오면 조금 작을 수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연습하다 보면 살이 빼진다. 강요는 아니고 단복을 입을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있는 2학년 친구도 10kg 넘게 빠진 걸로 알고 있다. 자주 보다 보니 몰랐는데 사진을 보니 정말 많이 달라졌더라. 그리고 나 역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굉장히 많이 건강해졌다."

- 동기들의 탈퇴는 심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집안 문제, 진로문제, 기수 문제 등으로 동기들이 그만뒀다. 되게 그리워하고 나 또한 그렇다. 힘들고 소중한 시간을 같이 보내던 친구들이라 애착이 많다."

- 새로 들어온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보자.
"백상응원단을 먼저 찾아주어 정말 고맙다. 인생에서 추억을 만들어 줄 자신이 있으니 단장님한테 의지하고 동기들 믿으면서 나아가 주길 바란다. 자랑스러운 과거가 될 거다. 힘내자."

- 스물 둘이면 한창 좋을 나이라고 한다. 그 말에 공감하나?
"공감한다. 젊음이란 건 엄청난 장점이고 무기니까.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고. 이제는 어느 모임에서든 막내라 더욱 실감한다. 어린 게 좋다. (웃음)"

- 존경하는 사람, 꼭 언급하고 싶은 사람은.
"엄마를 언급하고 싶다. 몇 년 전만 해도 트러블이 많았다. 쌀쌀 맞게 굴고 엄마가 싫어하는 것만 골라서 하고. 지금은 너무나도 감사한 존재다.

사춘기가 길었다. 그런 나를 가장 믿어주고 제지하지 않아 주어 엄마 생각만 하면 뭉클하다. 뭐랄까, 배려하는 성격이 안에서는 곪았던 거다. 그걸 다 받아주던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 정말 사랑한다."

- 올 한해 이루고 싶은 것은.
"단장으로서는 우리 백상이 부흥기를 맞아 이미지 구축이 확실히 되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부모님께 착한 딸이 되고 싶다."

- 유독 응원단 부흥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무엇부터 개선해야 할까.
"전에는 삼국대행사라고 동대, 단대, 건대 이렇게 세 학교 모임이 있었다. 그런데 단대의 위치가 바뀌면서 이 구조가 깨졌다. 이런 연합 행사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마지막이다. 시간을 내어 인터뷰를 정독한 다수의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보자.
"읽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다. 나의 작은 생각일 뿐인 이 인터뷰에 엄청난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기분 좋은 고민이 이어지기를 조용히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뉴스페이퍼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태그:#박시원, #백상응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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