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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OO씨는 속칭 '운짱'이었다. 12톤 화물차를 몰다가,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생활을 하고 싶어서, 화물차를 매각하고 중고 레미콘트럭을 구입했다. 레미콘 지입차주로 전환한 게 4년 전이다(지입제는 내가 산 차가 운수회사 명의로 등록되는 걸 말함).

지입차주는 사업자로 등록되지만, 본인을 사장이라고 생각하는 기사들은 한 명도 없다. 내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레미콘 회사에 소속되어 '용역비(월급)'을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증을 내야 한다. 그래야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장의 권리도, 노동자의 권리도 없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대표적인 직종이 바로 김씨와 같은 화물 운송 차주들이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 마을 입구에 행단보도가 있지만, 과속으로 달리는 레미콘 차량으로 인해 주민들은 늘 교통사고의 위험에 처해 있다. 그리고 도로에는 공장에서 날아온 시멘트와 돌가루 등으로 먼지가 가득했다.
 레미콘 차량이 지나가는 모습.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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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어느날, 레미콘 트럭이 사고가 나 운짱 김씨가 사망했다. 산재보험의 유족급여를 신청하러 김씨의 가족이 필자의 노무사 사무실로 찾아왔다. 김씨 가족의 부탁으로 산재보험을 신청하려고 몇 번을 확인해 봐도 기록이 없다. 깨끗하다! 20년이 넘는 경제활동기간 중에 산재보험에 가입한 기록이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보험료를 100% 부담한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을 들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사업주와 반반씩 내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회사는 물론 레미콘 기사들도 산재보험료 50%가 부담스러워 산재보험 가입을 꺼린다.

김씨가 다닌 회사 역시 '산재보험료 50%가 부담스러워 레미콘 기사들이 산재보험 가입을 꺼린다'며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단다. 대신 한 달에 1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을 내는 민간보험에 가입했다며, 작은 회사는 이런 복리후생도 없다고 생색을 낸다. 그래도 남아 있는 유족들 생계를 위해서 산재신청을 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하고 회사 날인을 요청했다.

담당자는 본사에 보고를 해야 한다며 시간을 달라고 한다. 며칠을 두고 연락을 기다렸건만 연락이 없어서 기다리다 못해 먼저 연락을 했다. 그동안 못낸 산재보험료만 납부하면 회사에는 별 피해가 없는데 더 이상 협조할 수 없다는 익숙한 답변이 돌아왔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산재보험 혜택을 받기 힘든 '운짱들'

산재보험법 제125조 제1항에 따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노동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를 말한다.

 표1.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관련업종(출처 : 국민권익위원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권익보호 방안)
 표1.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관련업종(출처 : 국민권익위원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권익보호 방안)
ⓒ 국민권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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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서비스 산업의 발달 및 산업구조 변화,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따른 고용형태로, IMF 이후 인원이 증가하고 있다(노동계에서는 약 39개 업종에 종사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약 250만 명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정의하고 있는 산재보험법에서 인정하는 직종은 6개(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서트럭 지입차주, 학습지교사, 골프장경기보조원(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로 제한되어 있으나, 기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 업종은 다양하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관련 업종은 약 39개에 이른다.

회사가 정식 직원으로 고용하지 않기 위해서 만든 이상한 고용형태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다. 개개인의 노동자를 사업주로 등록하게 하면 회사는 노동법의 울타리를 빠져 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매출 1조를 자랑하는 야쿠르트 회사의 90%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벌어들인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다. 이 분들은 회사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분쟁이나 소송이 늘고, 사회적 논의도 시작됐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으려고 해도 기업은 양보를 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2008년 겨우 '산재보험'만 최소한의 보호막으로 도입되었다. 그마저도 산재보험료를 사업주와 노동자가 반반씩 부담해야 하는 반쪽짜리 제도였다. 뿐만 아니라 빠져나갈 구멍도 남겨두었다. 바로 '적용제외' 조항이다.

적용제외 조항
산재보험법 제125조 ④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이 법의 적용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보험료징수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단에 이 법의 적용 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사업주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특수고용노동자 입장에선 산재보험료의 50%를 내야한다는 게 부담스러웠고, 사업주 역시 이들의 노동자성을 조금이라도 인정하기 싫었기에 '적용제외' 조항이 만들어졌다. 이 조항은 노동자가 원하면 '나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라는 제도지만, 사업주가 언제라도 압력을 넣어 가입하지 말 것을 종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폐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의원들과 경영계의 반발이 거세다. 산재보험료 50%씩 부담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는 그냥 두고, 적용제외 제도만이라도 합리적으로 보완하자는데 여당이 반발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산재보험 '적용제외' 조항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원하기만 하면 적용제외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상자의 산재보험 적용률이 10%대에 머물러 있어 끊임없이 실효성 논란을 낳았다.

사업주의 의도적인 신고 기피 막을 방법 마땅치 않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애초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을 고용하는 회사가 산재보험에 신고하지 않으면 이를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산재보험을 관리하는 근로복지공단에 신고(입직신고, 산재보험법 제125조 ③ 사업주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거나 제공받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단에 신고하여야 한다)를 하지 않으면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대상자를 파악하기 어렵다.

일반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외에 타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신고를 누락하는 게 어렵다. 그러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고용보험도 당연가입대상이 아니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지역가입자로 되어있기에 회사에서 신고를 하지 않으면 관리가 안 된다. 산재보험을 알고서 이용하지 않는 것과 알지 못해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산재보험료 산정과 재해보상의 기준이 되는 보수액(과세소득)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다. 현재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료 산정이 되는 보수액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직종별로 매년 고시하도록 되어 있다.

고시된 보수액을 보면, 생명보험 보험설계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월 200만 원 수준이거나 이에 못 미친다. 2013년 근로자 평균임금이 311만 원(한국은행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 분석 자료)인 걸 감안하면 너무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퀵서비스 기사는 월 보수액이 월 135만 원에 불과하다.

보수액이 낮으면 산재보험료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실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보상 수준이 낮기 때문에 산재보험 대신 다른 민간보험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현실적으로 적용제외 제도가 유지되는 한 산재보험료의 50%를 부담해야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및 보상 수준에 따라 더 유리한 보험을 두고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보상 수준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보수액 및 평균임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

 표2.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료 및 산재보상 기초가 되는 보수액 및 평균임금.
 표2.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료 및 산재보상 기초가 되는 보수액 및 평균임금.
ⓒ 노동건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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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가입율이 10%가 안 되는 것은 제도의 실패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이 시작된 2008년 7월 1일 이후 산재보험 가입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이는 제도의 명백한 실패로 보아야 한다. 산재보험 대상 확대의 목적은 열악한 지위와 환경으로 노동권 및 사회보험 등에서 제외되어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기본적 권익과 재해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여주는 데 있어야 한다.

합법적인 산재보험 탈출구인 '적용제외' 신청 제도를 합리적인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한해야 하는 이유다. 실패의 원인이 무분별한 적용제외 신청에 있다면 이를 막고 당초 취지대로 운영해 보면 될 일이다.

아울러, 산재보험료가 부담되어 적용제외 신청을 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원제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정부는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저소득 노동자의 국민연금보험료 및 고용보험료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료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지원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정책적 선택의 문제이다.

산재보험법에서 인정된 6개 직종 외에 산재보험을 통해 보호할 필요성이 높은 직종은 우선적으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대리운전기사나 간병인 등 재해발생율이 높고, 재해에 따른 피해 강도가 높으며 민간보험에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타 업종에 비해 보호 필요성이 높은 업종의 경우 우선적으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2012년 택배기사와 퀵서비스 업종이 추가되었으나 보호 필요성에 비해 확대 속도는 너무 느린 편이다.

2013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노동기준과 보호를 위한 법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기존의 제도를 보완하고 안착하기 위한 방안마저도 좌절된다면 살아서나 죽어서나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해명씨는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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