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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언론노조, 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보도를 모니터 하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리고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세월호 침몰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듣는 인터뷰를 기획시리즈로 준비했다....기자 말

"기자를 기레기라 부르는 현실 참담할 따름이다."

박종률 한국 기자협회장의 말이다. 그는 '기레기'라는 단어조차 입에 담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정부의 초기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와 함께 질타를 받는 것은 언론이다.

세월호에 탑승자가 단원고 학생들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었나 생각될 정도로 세월호 보도에서 언론은 행여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 긍긍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은 현장의 목소리를 왜곡해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박종률 한국 기자협회장은 현재 언론을 어떻게 볼지 궁금하여 지난 7일 기자협회 사무실을 찾았다.

박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에 대해 "사죄와 반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정부의 일방적 발표만을 그대로 받아쓰고 전달하면서 오히려 참사 현장의 진실이 사라져 버린  점, 불필요한 속보 경쟁, 무절제한 언론의 선정성을 상기하면서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토론회를 소개했다.

재난보도 준칙은 2003년 준비되다 흐지부지 된 적이 있다. 이번엔 제대로 될까? 이에 박 회장은 "신문·방송·통신·인터넷 매체에 근무하는 현직 언론인들을 비롯해 학계 인사들이 준칙 제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한달이면 초안이 나오는데 언론 단체들과 공청회를 거처 6월 말쯤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재난보도 준칙 제정 계획을 밝혔다.

또 현재 언론에 대해서는 "당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재난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서 비롯됐지만 제도권 언론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한꺼번에 폭발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언론은 슬퍼할 때 슬퍼할 줄 알고 분노할 때 분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돌팔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이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에 대하여 박 회장은 "기자는 자기 자신을 말하는 사람"이라며 "있는 그대로 말하고 분노할 때 분노해야 신뢰를 받는다"며 기자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다음은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과 나눈 일문 일답.

"갈팡질팡 정부에 언론도 같이 춤 춘 꼴"

 박종률 기자협회장
 박종률 기자협회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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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기자협회에서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가 열렸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습니까?
"사죄와 반성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가슴으로 끌어안지 못한 채 가볍고 신중하지 못한 언론의 민낯을 보여드린 데 반성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정부의 일방적 발표만을 그대로 받아쓰고 전달하면서 오히려 참사 현장의 진실이 사라져 버리게 된  점, 불필요한 속보 경쟁, 무절제한 언론의 선정성, 데스크와 현장 기자들 사이의 소통 부재 등 많은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이번과 같은 잘못과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실천적 다짐도 있었습니다."

- 2003년에 준칙을 제정하려다 흐지부지 되었는데 이번에도 흐지부지 될까 걱정됩니다.
"사실 준칙의 유무보다는 실천이 더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실천에 앞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재난보도 준칙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언론계가 자발적으로 성찰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구요. 이미 신문·방송·통신·인터넷 매체에 근무하는 현직 언론인들을 비롯해 학계 인사들이 준칙 제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 달 정도 초안 마련작업이 진행될 예정이구요. 초안이 마련되면 신문협회·방송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방송카메라기자협회· 사진기자협회 등을 총망라한 언론 단체들과 함께 공청회를 하고 이후 최종 준칙이 확정되면 6월말 쯤 공식 발표할 계획입니다."

- 준칙이 있어도 숙지하지 않으면 필요없다고 하셨는데 기자 교육 계획이 있나요?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실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현재 수습기자 교육, 일반기자 재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에 있기 때문에 재난보도와 관련한 내용도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무능과 함께 언론이 질타를 받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당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재난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서 비롯됐지만 제도권 언론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한꺼번에 폭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먼저 재난보도의 경우라면 일정 시점까지는 인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희생자 가족들의 피눈물을 언론이 닦아주고 또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 터짐도 우리 기자들이 끌어 안았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방송 리포트 하나 하나 신문기사 한줄 한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부족했던 면이 많았고, 유가족들을 근접 촬영하거나 구조된 어린 학생들을 무리하게 인터뷰하거나 하는 오랜 잘못된 취재 관행이 고쳐지지 못했어요. 반성해야 합니다.

사실 지금은 인터넷과 SNS가 너무 발달해 있기 때문에 마치 어항속의 물고기처럼 언론의 잘못이나 실수가 여과없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대 거든요. 국민이 언론을 감시하는 시대입니다. 언론의 공적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때 얼마나 큰 비난을 받게 되는지 이번에 많은 기자들이 실감했을 겁니다.

언론은 슬퍼할 때 슬퍼할 줄 알고 분노할 때 분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믿음이 가지 않죠. 성경에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지를 것'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돌팔매를 받게 되겠죠."

-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이 참사를 키운 면이 있다"고 했고 유가족에서도 "언론이 구조활동을 비판했더라면"이란 불만을 나타내기도 하던데.
"참사 초기에 정부도 갈팡질팡했지만 언론도 같이 춤을 춘 꼴이 됐습니다. 정부 발표에 대한 팩트체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해경의 구조 작업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은 채 그냥 받아쓰거나 실체적 진실보다 과장되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의 콘트롤 타워도 가동되지 못했지만 우리 언론의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가슴이 연동되지 못한 것도 참사의 아픔을 더 크게 만든 면이 있다고 봅니다."

- 전동건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언론이 재난보도에서 이처럼 욕 먹은 적이 없다고 하던데.
"국민은 대한민국의 주체입니다. 언론의 국민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예전에는 제도권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다 시피했지만 지금은 열린 시대입니다. 따라서 언론은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하고 더 나아가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언론이라면 존재의 근거와 당위성을 상실하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 언론인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 언론 장악의 영향도 있다고 보십니까?
"많은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이번 세월호 참사에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하면서 언론과 시민의 비판 목소리까지도 차단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일견 수긍이 갑니다만 제 생각은 언론의 권력눈치보기 행태가 더 큰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공영방송 지배구조에서부터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현실에서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권력에 고개를 숙이는 언론이라면 정말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민주국가에서 정부는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언론 그 자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고, 언론은 권력을 견제·비판·감시하는 역할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 이번 참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오보였어요. 이에 대해 김언경 사무처장은 '전원 구조'를 예로 들면서 "기자가 확인 못한 책임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발표한 정부 책임이 크다"고 하던데 오보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언론의 본령은 정확함인데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죠. 물론 제가 기자들의 오보를 변호하려는 것은 아니구요. 기자들에게 오보의 위험성은 항상 따라다닙니다. 아무리 확인을 했다고 해도 취재원이나 취재소스가 처음부터 잘못되는 것 같은 다양한 원인들이 있습니다. 이번의 경우는 사고 첫날 '전원 구조'라는 황당한 오보가 많은 비판을 받았죠. 이 부분은 정부기관의 잘못된 발표 탓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언론의 무한책임이 갖는 무거움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전원 구조' 오보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정부측의 발표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기 하면서 정작 사고현장에는 배도 몇 척 없고 잠수사들도 얼마 되지 않은데 마치 대규모 구조작전이 벌어지는 것처럼 숫자를 앞세운 보도를 하면서 희생자 가족들을 분노케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국은 '부분적 언론자유국'... '언론자유국' 지위 언제 되찾을지 걱정"

- 2주 전 기자가 꿈이었다는 단원고 3년 학생의 편지를 읽으며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을 정도로 기자란 것이 부끄럽던데.
"기자가 부끄러운 직업이 된다면 슬픈 일이죠.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국민들이 언론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조금의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혼도 내고 욕도 하고 잘 좀 하라고 큰소리도 치고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 국민적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은 온전히 언론의 몫이구요. 지나온 역사를 보면 언론이 배신과 음모의 현장에도 있었지요. 그러나 큰 틀에서 언론의 순기능도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은 우리 언론인들이 과연 저널리즘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반성할 때라고 봅니다."

- 진도 현지에서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큰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한국기자협회장 입장에서 그 표현을 입에 담지는 못하겠습니다. 참담할 따름입니다. 사실 취재 현장에 있는 많은 기자들의 노고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마치 언론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현장기자들에게만 몰리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습니다. 오랜 잘못된 취재관행도 문제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 제도권 언론을 포함해 너무 많은 매체 너무 많은 채널이 있구요. 이 매체와 기자들이 동시에 국가적 재난인 대형 이슈에 집중하면서 의도하지 않은 실수에서부터 의도된 잘못까지 한꺼번에 국민의 눈 앞에 노출된 형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난리 홍수가 나면 정작 마실 물이 없다고 하잖아요. 엄청나게 많은 언론매체와 기자들이 이른바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 마실 수 있는 생수 같은 뉴스가 없는 게 부작용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 우선 급선무는 국민들에게 언론이 신뢰를 얻는 일 일텐데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자의 기(記)는 말하다(言)와 자기 자신(己)이 합쳐진 글자이죠. 기자는 자기 자신을 말하는 사람입니다. 자기가 듣고 보고 경험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양심있게 말하는 사람이 기자입니다. 언어에서 어(語)자도 말하다(言)와 나 오(吾)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나를 말하는 게 언어죠. 자기 스스로를 말하는 데 거짓이 있어야 되겠습니까. 있는 그대로를 말하고 분노할 때 분노해야지 침묵하고 왜곡하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죠. 언론의 왜곡과 침묵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언론이 무너지게 됩니다. 제대로 된 언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 할 일들이 너무 많죠. 그 가운데 저는 스스로에게 솔직한 언론이었으면 합니다."

- 국제  언론감시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를 작년보다 4계단 낮은 68위로 산정한 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지요. 2011년에 상실했던 '언론자유국'의 지위를 언제 되찾게 될지 걱정인데요. 국가 지도자의 언론관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언론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소통의 매개체인 만큼 소통의 리더십과도 연관된다고 봐요. 예를 들어 내가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들어주는 상대방이 없으면 그건 말이 아니라 소리(SOUND)일 뿐이죠. 즉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아야 자기 자신의 존재도 인정받게 되는 거지요. 지도자의 리더십도 국민이 뭘 원하는지를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리더십(leadership)에서 'ship'의 의미는 뭘까요? 국가 지도자를 선장과 비교하는 이유겠죠. 하늘은 쳐다볼 수 있지만 바다는 어둡고 무섭고 보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선원들인 국민들이 선장을 믿고 따를 수 있으려면 지도자는 혜안과 통찰력, 소통의 언론관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부분적 언론자유국에서 부분적이라는 말은 사라지게 되겠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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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