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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9일 오후 9시 57분]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하는 발언으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격하게 항의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발언 당사자로 알려진 김시곤 KBS보도국장이 9일 오후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실제발언이 왜곡되었다고 반박했다.
▲ 김시곤 KBS보도국장 반박 회견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하는 발언으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격하게 항의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발언 당사자로 알려진 김시곤 KBS보도국장이 9일 오후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실제발언이 왜곡되었다고 반박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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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으로 9일 사임을 밝힌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길환영 사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길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김 국장의 '폭탄발언'으로, KBS 내부에서는 경영진이 보도영역에 간섭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김 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돌연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KBS 사장은 언론중립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지닌 인사가 돼야 한다"며 "언론에 대한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국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며 "저의 사임이 KBS가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그는 덧붙였다.

기자회견후 김 국장은 '길환영 사장이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와 관련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느냐'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세월호 사고 때는 덜했다, 그 전에 정치적 간섭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를 포함한 그동안의 뉴스 보도 과정에 사장이 관여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보도국 독립성 침해, 사실이면 방송법 위배"

그의 길 사장 사퇴 요구는 KBS 내부에서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발언이다. KBS 홍보실 관계자들은 그가 사장 퇴진을 거론하는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를 맡은 김홍식 KBS 홍보실장은 취재진이 사장 사퇴 발언 여부를 재차 확인하려 하자 "오늘 이 자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논란을 빚었던 부분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자리다,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도책임자가 보도국 독립성 침해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급하면서, KBS 내부에서는 그동안 우려돼온 경영진의 보도·편성 개입이 사실이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 KBS 뉴스는 이른바 '땡박뉴스', '청와대 홍보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등은 축소 보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동정은 빈번하게 소개한다는 지적이었다.

KBS 내부 관계자는 "그동안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아래 KBS 새노조)에서 보도국 독립성·공정성 침해 의혹을 제기해왔는데, 결국 이게 사실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최건일 KBS 새노조 편집국장은 "만약 김 국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사장은 방송법 제4조에 명시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게 된다"고 꼬집었다.

사장과 보도국장의 엇갈린 '해명'... KBS의 '자중지란'?

길환영 KBS 사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황급히 자리 떠나는 길환영 KBS 사장 길환영 KBS 사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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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자중지란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새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김 국장의 사퇴 과정에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다고 밝혔다.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한 길 사장과 김 국장의 설명이 다르다는 것이다.

KBS 기자회견이 열린 이날, 길 사장은 청와대 앞에서 항의 농성 중인 유가족들을 찾아가 "보도국장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해 여러분께 큰 슬픔을 안겨드린 부분과, 지금 이런 불편을 겪게 해드린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의 표명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부적절한 발언과 논란 때문에 사임한다고 밝히지 않았다. '보도국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이다. 새노조는 "(길 사장은) 불똥이 자신에게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유가족들에게 사임 과정에 대해 거짓말까지 하며 김 국장의 사임을 강요한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이 길 사장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만큼, 길 사장은 사실상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새노조는 "김 국장의 보도 독립성 침해 폭로 논란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내놓으라"며 "KBS 구성원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의 종착지는 김시곤 보도국장이 아닌 길환영 사장 본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JTBC <뉴스9>은 김 국장이 청와대의 보도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국장은 JTBC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길 사장이 이번 세월호 사건뿐 아니라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며 "한 예로 길 사장이 윤창중 사건을 톱 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김 국장은 '청와대 등 권력층의 지시도 있었냐'는 질문에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며 "권력은 당연히 KBS를 지배하려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KBS 사장 연임제도 탓에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연임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그:#KBS, #김시곤, #길환영,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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