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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원들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 속에서 우리는 카네이션을 달 수 없습니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통제와 경쟁교육 전면 개편' '특검 실시와 책임자 처벌' '무능과 거짓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를 두번 죽인 정부와 언론의 사죄' 등을 촉구했다.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원들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 속에서 우리는 카네이션을 달 수 없습니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통제와 경쟁교육 전면 개편' '특검 실시와 책임자 처벌' '무능과 거짓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를 두번 죽인 정부와 언론의 사죄' 등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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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피켓으로 얼굴을 가린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손 피켓으로 얼굴을 가린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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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중학교 1학년생인 딸에게서 어버이날 편지를 받았어요. 아이가 '지금까지 부모님 말을 잘 안 들어서 죄송해요', '모든 것을 해주셔서 감사해요'고 썼어요. 가슴이 먹먹했어요. 지금 세월호에 있을 아이들도 살았다면 부모에게 편지를 썼겠죠…."

8일 오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선 박지애라(43)씨는 눈물을 쏟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모인 학부모들도 박씨의 말에 연신 눈물만 닦았다. 이날 학부모 40여명은 침통한 표정으로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실종된 아이들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카네이션을 달 자격이 없노라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참교육 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가 주최한 이날 행진은 마로니에 공원을 출발해 종로를 거쳐 광화문 광장에 이르는 일정이었다. 이들은 전날 오후 7시 창동역에서 걷거나 지하철을 이용해 밤 10시께 마로니에공원에 닿았다.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에 마로니에 공원에 다시 모여 행진을 재개했다.

나명주 서울동북부지회장은 "우리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카네이션을 달지 않을 것이다, 같은 부모로서 외면할 수 없기에 우리는 카네이션을 다는 대신 촛불을 들 것"이라면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유가족과 연대하여 촛불을 들고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행진을 마친 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에서 온 학부모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쏟았다. 기자회견장은 곧 '눈물바다'가 됐다. 이들은 이어 가슴에 달지 못한 카네이션을 종이배에 담은 뒤, 이를 들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하지만 이를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카네이션과 종이배는 찢겨졌다.

"우리 모두 카네이션을 달 자격 없는 어른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카네이션을 달지 않고 종이배에 담아 두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카네이션을 달지 않고 종이배에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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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참가자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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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진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팽목항의 부모를 생각하며 카네이션을 달지 않겠습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침몰은 선장이 시켰지만, 참사는 정부가 만들었다' 등의 문구가 쓰인 팻말을 준비했다. 또한 '카네이션을 달지 않겠다' 제목의 성명서를 준비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시민들은 이들의 행진을 지켜보면서, 성명서를 꼼꼼히 읽었다.

행진에 참여한 송승희(44)씨는 "우리 아이들은 제 옆에 잘 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실종자 부모 마음을 생각하면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받는 것에 기뻐할 수는 없다"면서 "희생자·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로 오늘 카네이션을 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 전에는 아이만 안전하게 잘 키워내면 모든 것이 다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런 사고를 접하면서 내 아이만 안전하게 키워낸다고 해도, 모든 아이들의 안전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소개한 박지애라씨는 "우리 모두 카네이션을 받을 자격이 없는 어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네이션은 자녀가 어버이날에 감사의 의미로 주는 선물이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면서 "어른으로서 '좋은 게 좋은 거다', '내가 당하지 않으면 괜찮아'라며 눈감고 살아왔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카네이션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아이가 세월호에 타지 않았다고 해서 그걸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내 아이만 잘 키운다고 세상은 안전해지지 않는다"면서 "유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둔 신수정(45)씨는 "슬퍼하기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를 죄인으로 만든 정부를 무릎 꿇어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신씨는 "지방선거도 중요하고, 일상에서 부조리함, 관행, 병폐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는 숨기는 게 많은 것 같다, 사고 이후 탑승자들을 구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어떻게 단 한 명의 아이도 구해내지 못했느냐"면서 "세월호 사고가 잊히지 않도록 유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무능한 정부를 규탄하며 한 참가자가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무능한 정부를 규탄하며 한 참가자가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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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피켓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
 손피켓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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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학부모회,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요구

한편, 이날 오후 1시 참교육 학부모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철저한 안전 대책 마련,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실시,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헌법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과연 국민에게 있는 것인지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국민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 대통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언론은 무능과 거짓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두 번 죽였다"면서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항의 행진을 하려하자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항의 행진을 하려하자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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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가장 슬픈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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