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러운 어버이날이 지나고 있습니다. 가슴이 미어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날이 벌써 23일째 이어집니다. 세월호 참사로 수많은 아이들이 하늘같은 목숨을 잃었으며, 수십 명의 아이들은 아직도 어두운 바다 속에 갇혀 있습니다. 겨우 살아 돌아온 아이들도 아직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사고와 구조 과정 전반에서 부실과 의혹이 가득합니다. 국가의 재난관리시스템은 완전히 침몰했습니다. 절망과 분노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으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국가'를 향해 국민들은 그 존재이유를 묻고 있습니다. 실종된 것도 아니고 눈앞에 있는 우리 아이들을 수장시키는 정부를 보며 국가와 대통령의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을 구조해 주세요!"

먹지도 못하고 하염없이 울부짖는 부모들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교육부 장관이라는 자는 팔걸이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입에 처넣었습니다. 게다가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자는 '라면에 계란을 넣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며 교육부장관을 힐난하는 국민들을 희롱하기까지 했습니다.

박근혜'대통령'은 진도를 두 번 찾았지만, 학부모들에게 진정성 담긴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대로 숨쉬기도 힘든 학부모들 무릎을 꿀리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안산 합동분향소에서는 유가족 코스프레로 가족들을 두 번 울렸습니다.

"아이를 살려달라고 학부모가 대통령에게 무릎 꿇는 나라가 아니라 아이를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대통령이 국민 앞에 무릎 꿇는 나라를 소망한다."

단원고가 있는 안산 지역에서 열린 '실종자' 무사귀환 기원 행사에서 선생님 한 분이 하신 말씀입니다. 이번 참사를 겪으며 뼈저리게 느끼는 통한의 말입니다.

세월호 참사 보도과정에서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은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맡았습니다. 국민들이 낸 수신료를 받아먹은 KBS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로 300명이 죽은 것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라며 우리들의 피멍든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KBS 따위 언론 데스크들은 피해자가 아닌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며 세월호 참사를 방송에서 없애기 위해 온갖 애를 쓰고 있기도 합니다. 오죽했으면 신입 기자들이 나서겠습니까?

사고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이 많습니다. 구조 과정에도 의혹이 넘쳐납니다. 생명을 살리는 '구조'가 아니라 시신을 찾는 '수색' 활동만 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셌습니다. 사고 발생 23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배에 몇 명이 타고 있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더구나 22일간 변하지 생존자 숫자 174가 어제 172로 바뀌어 무거운 마음을 더욱 내리누르고 있습니다.

안전행정부, 해수부, 해경, 대책본부, 청와대가 서로 자신들은 '재난 대응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발뺌하는 사이 어른들의 배신에 치를 떨며 숨져 갔을 아이들이 또 얼마였을까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는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며 남 탓하기에만 바쁜 정부가, 국가가 무슨 존재가치가 있겠습니까?

국가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가 공공성입니다. 공공성에는 투명한 국가 운영이라는 공개의 의미와 공공 즉 국민을 위한 국가라는 뜻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은 '생명 구조'라는 공익적 당위는 팽개친 채 문제를 덮기에만 급급한 모습입니다.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세월호 사고로 인한 전국민적 추모 분위기 속에 공무원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므로 각급 학교(기관)장께서는 소속 공무원에게 전파하여 주시고, 복무관리에 철저를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보낸 공문 가운데 한 부분입니다. 집회의 자유는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와 함께 '표현의 자유'에 속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본권 중 하나입니다. 헌법을 정면으로 어기는 공문을 시행하면서도 뻔뻔하게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제멋대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생떼 같은 우리 아이들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어찌 선생들이 미안하고 안타깝고 화나는 마음을 표현하지 않겠습니까? 교사들이 추모 집회에 참석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을 SNS 등 각종 매체에 쏟아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장관을 포함한 관료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공감하지 못하고 고장 난 기계마냥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책임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에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며 인간의 존엄과 생명 대신 돈과 이윤을 앞세우고 과정보다 결과만을 내세웠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돈벌이에만 매달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헌신짝처럼 버린 결과입니다. 돈과 권력이 함께 만든 참극입니다.

우리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에게 '헌법 수호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이며 존재이유입니다. 하지만 국가는 세월호 참사에서 단 한 명의 생명도 살리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지도자라면 위기를 맞아 자신을 돌아보고 지금까지 추구했던 가치와 정책을 겸허히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수정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권력은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고 돈과 권력으로 잘못을 덮어 온 권력과 자본의 추악한 맨얼굴을 역겹게 지켜보았습니다.

'돈보다 사람을', '이윤보다 생명을' 위하는 것이 국가와 대통령의 책무이며 헌법을 지키는 길입니다. 공적 영역 파괴에 앞장선 현 정부 정책 추진의 가치와 방식은 전면 수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권력층의 말과 행동 어디에서도 과거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가치추구에 대한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생명을 잃은 것만으로도 대통령과 정권은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수많은 의혹과 문제점들을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 당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이 대한민국호에서도 나타나길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지는 않겠습니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그 무엇보다 최우선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태그:#세월호, #박근혜, #책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과 사회의 배치를 바꾸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