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19일째인 오늘(4일) 오전 9시 안산 올림픽기념관 앞. 이곳 건너편 단원고등학교 정문 앞은 이른 아침임에도 추모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단원고 길목을 따라 안산 올림픽기념관으로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 가로수에 빨랫줄이 이어져 있고, 그곳에는 노란 리본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노란 리본에는 학생들의 무사귀환과 먼 길을 떠난 아이들의 명복을 비는 글들이 촘촘히 적혀 있다.

노란 리본 맞은편 연립주택이 끝나는 지점에는 작은 세탁소가 하나 있다. 실종된 단원고 2학년 현탁군의 부모가 운영하는 세탁소다. 세월호가 침몰되던 지난 4월 16일, 현탁군의 부모가 '내일까지 쉽니다'라고 쓴 쪽지 옆에는 '현탁이를 찾았어요, 함께하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5월 1일'이라는 쪽지가 붙어 있다.

"찾았어요... 함께하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지난달 16일 단원고 세탁소 유리창에 ‘내일까지 쉽니다’라고 쓴 쪽지(왼쪽 옆)가 빛에 바랜지 16일 만인 5월 1일 ‘현탁이 찾았어요. 함께하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라는 쪽지가 붙어 있다.
 지난달 16일 단원고 세탁소 유리창에 ‘내일까지 쉽니다’라고 쓴 쪽지(왼쪽 옆)가 빛에 바랜지 16일 만인 5월 1일 ‘현탁이 찾았어요. 함께하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라는 쪽지가 붙어 있다.
ⓒ 박호열

관련사진보기


세월호가 침몰한 지 16일 만에 현탁군은 엄마아빠의 품으로 돌아왔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의 전날은 현탁군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현탁군 부모가 진도로 내려간 후 주인 없는 텅 빈 세탁소 유리창에 단원고 재학생과 이웃주민·추모객들이 빼곡히 붙여놨던 추모 글은 이제 몇 장만이 남았다. 세탁소 발판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주스들과 요커트, 캔커피, 초콜릿 그리고 야생화 꽃다발도 치워졌다. 현탁군 부모님은 유리창 등에 붙어 있던 추모 글을 떼어내 먼 길 터나는 아들이 외롭지 않게 관에 넣어 함께 태웠다.

"실종자 가족들, '우리 아이를 못 찾으면 어쩌나' 불안해한다"

세월호침몰사고문제해결을위한안산시민사회연대 김경민 집행위원(안산경실련 사무국장)은 “정부에게 실종자 구조를 촉구하기 위해 진도로 내려간다”고 말했다.
 세월호침몰사고문제해결을위한안산시민사회연대 김경민 집행위원(안산경실련 사무국장)은 “정부에게 실종자 구조를 촉구하기 위해 진도로 내려간다”고 말했다.
ⓒ 박호열

관련사진보기


5월 4일 9시 20분 올림픽기념관 앞. '안산↔진도 셔틀버스 승·하차장'을 알리는 펼침막 앞으로 진도행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모인 사람들의 복장은 다소 간편해 보였다. 이들이 일요임에도 이곳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진도행을 기획한 세월호안산시민사회연대 김경민 집행위원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 위원은 "세월호 사고 발생 때부터 실종자 구조를 기원하는 촛불모임을 안산문화광장에서 해왔다"라면서 "이후 (진도에) 남아 있는 실종자 구조작업이 빨리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현지의 가족분들과 함께 나누려고 진도에 내려가는 것을 줄곧 생각해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진도에 실종자 70여 명의 가족이 남아있음에도 정부 등 행정력은 실종자 구조에 집중하지 못하고 언론은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실종자 가족분들은 우리 아이를 못 찾으면 어쩌나, 우리만 고립되면 어떻게 되나 불안해하고 두려워하신다"라고 전했다.

김 위원은 "조금 늦었지만 저희가 진도 현지에서 실종자들의 빠른 귀환을 위한 삼보일배와 촛불기원을 하는 한편, 정부에 구조를 촉구하고 실종자 가족분들을 위로하며 함께 기도하기 위해 진도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진도행 버스를 탄 이들은 대부분 엄마들이었다. 엄마들을 진도행 버스에 태운 이유는 무엇이며, 엄마들은 왜 남녘 끝 진도까지 가려고 하는 것일까. 인터뷰를 하기 전 엄마들은 "시간을 달라"라고 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진정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인터뷰 중간중간 목소리가 떨렸으며,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진도로 향하는 엄마는 딸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위로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내려갑니다"

올림픽기념관 앞 ‘안산↔진도 셔틀버스 승·하차장’을 알리는 펼침막이 있다. 진도로 떠나는 엄마들이 버스에 올라타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림픽기념관 앞 ‘안산↔진도 셔틀버스 승·하차장’을 알리는 펼침막이 있다. 진도로 떠나는 엄마들이 버스에 올라타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박호열

관련사진보기


"내려가면서도 믿기지가 않아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부모 마음은 헤아릴 수조차 없는 거죠. 지금 많은 아이들이 시신이 돼 돌아왔지만 아직도 가족을 찾지 못한 가족들이 마지막까지 남게 될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힘들고 죄송하고요. 그나마 가서 함께 아파하고 그분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으면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내려갑니다."(정연주씨)

"그동안 많이 아파했는데…, 그곳에 가서 아직 아픔 속에 계신 분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면서 힘이 되고 싶어요. 또 우리의 이 걸음걸음이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다짐이라고 생각하고 다녀오려고 해요."(이강숙씨)

"(참사 이후) 마음으로 슬퍼하고 무력감에 빠져 있었어요.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장을 보고 느낀 후 우리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그날을) 잊지 않고 행동해야지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첫발이라고 생각하고 (진도로) 떠나는 거예요."(심미경씨)

엄마들을 태운 버스는 오전 10시 정각에 진도로 출발했다. 이어 오전 11시 30분에는 두 번째 버스가 시동을 걸었다. 이날 버스를 통해 진도로 향한 이들의 수는 70명 가량이다. 안산의 엄마와 아빠들은 이렇게 5월 4일 일요일을 맞고 있었다.

안산시는 진도행 버스를 지원해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 초기에는 오전 7시부터 저녁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출발했다. 현재는 안산시에서 마련한 귀가차량 지원본부 부스에 신청을 하면 시간에 맞춰 차량을 제공받을 수 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에서 진도행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그래스루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단원고앞 세탁소, #세월호침몰사고문제해결을위한안산시민사회연대, #올림픽기념관 진도행 승하차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