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열심히 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덕후열전'은 과학, 경제, 예술, 군사, 사회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신만의 분야에 빠져있는 마니아들을 찾아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편집자말]
그는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인공위성 발사처럼 어려워보이는 일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려했다.
▲ 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씨 그는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인공위성 발사처럼 어려워보이는 일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려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어떻게 그렇게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대학생한테는 '학교를 그만둬 보세요'라고, 직장인한테는 '회사 나가서 다른 일 해보세요'라고 답했습니다. 잘 하는 것만 하지말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라는 취지죠. 그럼 다들 박수치고 호응이 아주 좋아요.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못 봤어요."

긴 머리에 검정색 뿔테 안경. 갑자기 유명인이 됐지만 말투도 태도도 1년 전 그대로였다. 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이다.

지난해 4월 19일 카자흐스탄에서 발사된 인공위성은 우주로 날아갔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순식간에 '업계 스타'가 됐다. 대학에서는 강연 요청이, 언론 매체에서는 취재와 출연 요청이 쏟아졌다. 세계적인 컴퓨터 부품업체인 인텔과 게임업체 블리자드에서는 그를 광고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1년 후. 마포구 망원동 작업실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한국 사회가 이 성공한 장발의 '덕후' 청년을 어떻게 대했는지가 궁금했다. 송씨의 답은 다소 뜻밖이었다. 그는 담담한 얼굴로 "상당한 오해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 아트적인 측면에서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실패한 상태"라고 잘라 말했다.

송씨는 지난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권위적인 사회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사회 분위기가 권위적이고 고정관념이 많으면 개인의 의지와 다양성은 존중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인공위성 역시 첨단 과학이 대중에게 가지는 권위와 고정관념을 부수기 위해 선택한 소재였다. 그는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인공위성 발사처럼 어려워보이는 일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려했다.

그러나 인공위성 발사 후 화제로 떠오른 것은 엉뚱하게도 송씨 자신이었다. 그는 "5년 동안 1억 원 넘는 돈을 모아서 결국 인공위성을 쐈다는 사실 하나로 무슨 신기한 사람, 영웅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인공위성이 가진 권위를 부수려다 되려 자신이 새로운 권위가 된 셈이다. 송씨는 "인공위성을 쏘면서 사회에 던지려했던 질문들은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를 부러워만 하더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밝힌 '실패'의 이유였다.

1년 전과 다름없는 그의 어지러운 작업실 책상 위에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 100여 명이 보낸 손편지가 한 다발 쌓여 있었다. 편지 하단에 '우리들의 영웅 송호준'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며 편지지를 갈무리하는 송씨의 귀 뒤로 선명한 몇 가닥의 긴 흰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많았던 질문은 "어떻게 하고 싶은 일 포기 안 했냐"

송호준씨는 "5년 동안 1억 원 넘는 돈을 모아서 결국 인공위성을 쐈다는 사실 하나로 무슨 신기한 사람, 영웅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영웅 취급 부담스러워요" 송호준씨는 "5년 동안 1억 원 넘는 돈을 모아서 결국 인공위성을 쐈다는 사실 하나로 무슨 신기한 사람, 영웅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1년 전에는 인공위성 쏘고 그것 때문에 생긴 빚 갚느라 한참 바쁘셨는데.
"프랑스 로켓 발사업체에 줘야 할 돈 구하는 게 급했었는데 일단 급한 불은 다 껐어요. 밀렸던 작업실 임대료도 다 냈습니다.(웃음) 어떻게 알고 후원계좌로 돈 보내주신 분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고맙습니다."

- 개인 최초 인공위성 발사로 주목을 많이 받았습니다. 반응들이 어땠나요?
"처음에는 SNS에서 무서울 정도로 반응이 많이 왔고... 알려진 이후에는 강연 요청도 많이 오고 방송 출연요청도 많이 받았어요. 요즘도 강연 요청은 많이 옵니다. 돈을 많이 주거나 재밌는 반응이 나오겠다 싶은 강연은 하려고 노력하죠."

- 강연 가면 사람들이 주로 뭘 물어보나요?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부모님이 이 일 하는 걸 뭐라고 생각하느냐'. 2순위는 '생활비나 작업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느냐'. 대략 종합해보면 '어떻게 하고싶은 일 포기 안 했느냐'는 물음이에요. 보통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해서 회사를 가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포기하잖아요. 그런데 넌 왜 안 그랬느냐는 내용이죠."

- 왜 그런 질문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일단 한국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상당히 어려운 사회잖아요. 그런 걸 찾기 위해서는 실패가 필요한데 그것부터 용납이 안 되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잘 하는 것에만 매달리게 되잖아요. 그러다보니 정말 하고싶은 일을 하는 건 한국 사람들에게 어떤 꿈이자 희망 같은 상징적인 대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 사람들이 보기에 '쟤(송호준)는 그걸 해냈다'는 거군요?
"그렇게 비춰지는 것 같아요. 반면 인공위성을 쏜 취지나 정작 제가 하고싶었던 메시지 같은 건 관심들이 거의 없어요."

1년 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작업실에서 다시 만난 그는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 아트적인 측면에서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실패한 상태"라고 잘라 말했다.
▲ "미디어 아트적인 측면에서 실패다" 1년 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작업실에서 다시 만난 그는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 아트적인 측면에서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실패한 상태"라고 잘라 말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다른 질문들은 뭐가 있었나요.
"나로호 우주센터에 아이들 강연을 갔었는데 인공위성에 대해 엄청 많이 알고 있는 아이가 와서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린 친구가 뭘 이렇게 많이 알고있나 싶어서 무섭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아이들에게는 '인공위성 쏘면 TV 잘 나오나요?' 같은 질문을 기대했었는데 그런 건 잘 안 물어보더군요.

가장 강연을 잘 이해했던 건 한국과학창의재단 엔지니어들이었어요. 인공위성 작업을 설명하니까 바로 '결과보다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 거군요?'라던가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첨단 과학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보다는 그걸 소재로 이야기를 만드는 문학 아니냐' 같은 반응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 매체에서도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네. 흥미로운 반응들이 많았어요. 'EBS 지식채널e'에서는 제가 찰스 다윈 다음에 나와요.'우리 민족에겐 이런 과학자가 필요하지 않은가' 정도의 뉘앙스로요. 저는 과학자가 아니라 예술가인데 재미있죠. 다른 곳에서도 과학자로 비춰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납땜을 하니까 과학자로 생각하나... 그럼 포토샵을 하면 예술가로 보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웃음) 전반적으로 오해들을 많이 하세요."

- 어떤 오해인가요?
"인공위성이라는 거창하고 생소한 소재를 다뤄서 그런지 실제보다 대단한 사람으로 포장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쟤는 국가에서 뭐 안 도와줘도 알아서 저렇게 훌륭하게 컸잖아. 하고 싶은 일 하잖아' 같은 걸 보여주는 꿈과 희망의 상징이 된 것 같달까. 사람들이 하도 꿈과 희망 어쩌구 하니까 가끔은 제가 인공위성을 왜 쐈더라 하는 생각이 들어요. 헷갈리는 거죠."

- 누가 오해를 하는 걸까요?
"미디어 역할이 크죠. 이전에 누가 '인공위성에 무슨 기능이 있느냐'고 하길래 제가 '별똥별 기능을 넣었다'고 얘길 한 적이 있어요. LED등 켜서 빛나게 하는 기능. 근데 그게 미디어를 한 번 거치면 '별을 쏘고 싶었던 망원동 청년'으로 둔갑해요. 하도 그런게 심해서 한번은 '내가 진짜 별을 쏘고 싶었었나?' 하고 자문했던 적도 있어요(웃음).

그런 과대포장 때문에 곤란한 일이 많아요. (초등학생들에게 온 편지를 보여주며) 이거 보세요. '우리들의 영웅 송호준'이래요. 전 영웅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인데 애들한테 이런 게 온다니까. 사실 이러다 길거리에 침도 못 뱉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상한 '희망괴물' 같은 게 되는 게 아닌가 불안하고 부담이 커요."

"덕후 좋아하는 '덕후덕후'...영웅 많은 사회는 싫어"

그를 만나기 위해 1년 만에 다시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작업실.  'Science is Fantasy' 문구가 그대로 붙어 있다.
▲ "Science is Fantasy" 그를 만나기 위해 1년 만에 다시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작업실. 'Science is Fantasy' 문구가 그대로 붙어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송씨는 대다수의 한국 사람과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기 주관이 분명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빠삭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스스로를 가리켜 '덕후덕후(덕후를 사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일컬을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취향이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여야 '재미'가 있다는 것. 그가 사회적으로 영웅이나 위인 취급을 받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측면에서다. 다른 사람들을 쓸데없이 주눅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 영웅 취급을 싫어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천재랑 영웅은 사람들을 포기하게 만들어요. 천재와 영웅이 뭔가 해주니까 자기는 가만히 앉아서 대리만족을 하게 되잖아요. 세상에는 자기 좋아하는 일 하면서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영웅들이 만드는 기준에 안 맞으면 사회적으로 '못난이'가 되어버리는 것도 싫고... 저는 ' 덕후'를 좋아해요. 영웅이 많은 사회는 발전하기도 쉽지 않아요."

-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다양한 갈등과 적극적인 자기 주장이 있어야 발전이 있는 건데 영웅이 있으면 사람들이 무조건 영웅 편을 드니까요. MBC 예능 프로인 '라디오스타' 출연했을 때 김구라씨가 저한테 '까칠한' 질문을 자주 했는데 그걸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송호준이 더 대단한 사람처럼 안 나와서 안타깝다'는 게 이유였는데 저는 그게 좀 신기했어요. 그건 재밌자고 하는 예능일 뿐인데. 그런 점에서 '일베' 반응을 가끔 검색해봐요."

- 일베는 왜요?
"가끔 독특한 지적들이 있거든요. 작년에 나간 기사에서 작업실 월세 밀렸다고 하니까 일베에서 '그래도 집세는 내야지 이 싸가지 없는 놈아. 집주인은 호구냐'는 비판이 있었어요. 저는 그런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판할 지점은 비판하고 화를 낼 때는 화를 낼 줄 알아야죠. 일베는 솔직함이 도가 지나치고 대체로 인격적인 존중이 빠져있어서 문제가 되는 거고..."

-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건가요?
"네. 저도 그동안 했던 작업들을 요즘 되돌아보면서 '내가 이걸 왜 만들었지?'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고 있어요. 그런 질문 있잖아요. 우리는 왜 사는가. 왜 무언가를 창작하고, 만드는가. 사람이 살면서 자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가장 단순한 질문들이 우리 주변에 사라진 것 같아요. 반면 이런 질문 던지기를 방해하는 무슨 멘토나 조언가들은 너무 많죠."

- 그럼 앞으로는 어떡하나요? 인공위성은 이미 쐈고. 그건 한국 사회에서는 충분히 영웅대접을 받을 만한 대단한 일인데요?
"강연 가서도 마지막에 '내가 지금까지 한 말 다 믿지 마세요'라고 끝맺음을 해요. 제가 뭔가 한마디 할 수는 있는데 그걸 무비판적으로 믿지는 말아달라는 거예요. 요즘 제 모든 관심사는 어떻게 '셀프 디스'(스스로 깎아내리기) 하고 인공위성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까 하는 거예요.

벌써 1년 내내 이것만 하고 있는데 올해 5월 전시와 유튜브 방송을 마지막으로 인공위성 얘기는 그만 하려고 해요. 저는 잘 모르는 걸 할 때가 재밌고 좀 불안해야 즐거운 사람이에요. 새로운 걸 해야하는데 지금은 인공위성 작업에만 계속 붙들려있으니까 좀 재미가 없어요."

- 5월 전시에는 어떤 얘기가 나오나요? 
"제가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원래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아주 쉬운 방법으로 전달할 거예요. 인공위성과 송호준에 대해 쌓인 오해를 푸는 게 목적이죠. 5월 1일부터 6월 말일까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는 '아트 스펙트럼전 2014'에 오면 보실 수 있습니다."

"무인기로 '예술'하는 정부... 지금 2014년 맞나"

송씨는 이날 인공위성 작업에 대한 사회의 반응 못지않게 최근 사회 전반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세월호 참사, 북한 추정 무인기 발견 등을 지목하며 지난 1년 동안 작가가 잠자코 예술 활동만 하기가 죄책감이 들 정도로 불합리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인공위성 작업같은 건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정부가 사실 규명보다는 과학과 미디어의 형식을 빌려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데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게 송씨의 주장이다. 그는 "'일단 믿으라'는 정부를 의심하면 다 빨갱이 되는 사회가 됐고 건전한 토론 같은 건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라면서 "지금이 2014년이 맞냐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 말했다.

인공위성 역시 첨단 과학이 대중에게 가지는 권위와 고정관념을 부수기 위해 선택한 소재였다. 그는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인공위성 발사처럼 어려워보이는 일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려했다.
▲ 인공위성을 선택한 이유는? 인공위성 역시 첨단 과학이 대중에게 가지는 권위와 고정관념을 부수기 위해 선택한 소재였다. 그는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인공위성 발사처럼 어려워보이는 일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려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요즘 주목하는 다른 예술가의 작업이 있나요?
"네. 대한민국 정부요. 저는 2014년 사회적 예술대상을 꼽으라고 하면 대한민국 정부나 국정원, 북한 셋 중 하나가 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진심으로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어떤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요?
"과학이 객관적인 게 아니라 사실은 상당히 정치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게 제 작업의 메시지에요. 근데 그걸 지금 정부가 보여주고 있어요. 무인기나 세월호 관련 발표를 보면 그런게 잘 나타나죠."

-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지금은 쑥 들어갔지만 세월호 사고나고 얼마 안 있어서 사고 원인이 암초로 인한 좌초라는 얘기가 나왔어요. 방송에서도 CG처리를 해서 부딪히는 장면을 보여주더라고요. CG는 필요 이상으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측면이 있어요. 왜 암초가 원인인지를 설명을 안 해주고 암초에 부딪히는 CG만 보여줘도 시청자는 '아 암초가 문제였구나' 하고 믿어버리게 돼요. 그건 있어 보이려는 수법일 뿐인데."

- 언론이나 미디어의 영향도 크겠네요.
"무인기 같은 건 발견하자마자 나온 말이 '북한에서 쐈다' 였잖아요. 그리고 정부가 이게 굉장히 안보에 위협적이라는 얘기를 '종심타격' 같은 전문용어 써가면서 부각시켜요. 언론에서 그 말을 그대로 받아서 사진, 동영상 섞어서 보도하니까 일반 국민들은 '이게 진짜 북한의 비밀병기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정부가 북한 무인기라고 하니까 일각에서 그럼 정말 북한이 보낸건지 광장에 까놓고 다같이 조사해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런데 정부는 싫다고 해요. 과학은 반론이 가능해야 해요. 정부는 과학이 아닌 걸 과학적이라고 우기면서 일단 믿으라는 식이니 황당하죠.  한마디로 퍼포먼스, 예술하고 있는거예요."

- 왜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걸까요?
"과학에 입각한 사실 규명보다는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정부를 의심하면 다 빨갱이 취급하고 건전한 토론 같은 건 기대하기 힘든 사회가 됐어요.

저는 제가 재밌는 걸 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런데 도저히 요즘은 주변 돌아가는 꼴을 모른척 하고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지금이 2014년이 맞나하는 생각도 들고."

- 그런데 사람들도 점점 이런 정부 태도에 익숙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저도 제가 그렇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사회는 다 연결되어 있잖아요. MB정부 때 내 친구 촛불시위에서 물대포 맞고 있는데 내가 시원한 맥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는 내 친구의 목소리를 모른 척 해야 했어요. 지금은 모른 척 할 때 드는 죄책감이 더 심해요. 인공위성 작업도 지금 시작하려고 했으면 아마 그런 죄책감 때문에 못 했을 거예요."


태그:#인공위성, #송호준, #덕후, #덕후열전, #세월호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