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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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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건강'은 2012년 9월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이후 화학물질 사고의 문제점과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과 칼럼을 발표해왔다. 2013년 1월 화성 삼성 불산 누출사고, 3월 여수 대림 폭발사고, 5월 당진 현대제철 아르곤가스 질식사고, 2014년 1월 여수 GS칼텍스 기름 유출사고, 2월 남양주 빙그레 암모니아 폭발사고, 최근 4월 에쓰오일 원유 누출사고까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구조적 문제점과 대책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늘 마지막엔 시급히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되고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화학물질 사고가 아닌 여객선 침몰 사고였다. 일과건강은 이번 해상 여객선 침몰사고가 기존 화학물질 사고와 구조적으로 너무나 닮아 있음을 밝히고 이러한 문제가 우리 사회 각 분야에 고착되어 있음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기업의 이윤 앞에 무시되는 안전... 그리고 꺼져가는 생명

세월호 참사의 사고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복원력(평형을 유지하던 선박 따위가 외부의 힘을 받아서 기울어졌을 때, 중력과 부력 따위의 외부 힘이 우세하게 작용하여 물체를 본디의 상태로 되돌리는 힘) 문제이다. 복원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던 세월호가 어떤 외부의 힘 때문에 기울어졌을 때 평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침몰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원인 중 하나로 증축을 지적할 수 있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를 2012년 10월 일본에서 수입해 이듬해 2월 최초 선박 등록을 위한 검사 때까지 넉 달에 걸쳐 선실 2∼3개 층을 증축하여 총 정원을 116명 증가한 956명으로 늘렸다. 이는 무게중심을 높게 하여 복원력을 현저히 떨어뜨리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화물과적도 문제다. 무리한 증축으로 세월호의 무게중심이 51㎝ 높아져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는 더 채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과적한 상태에서 100여 차례 운항을 계속해왔다 한다. 침몰할 당시인 4월 16일에도 자동차 180대 포함 화물을 3천여 톤 실어, 최대 화물 적재량 987톤의 3배를 더 실었다고 한다. 이는 배를 복원시키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청해진해운은 평상시 비용절감을 위해 화물 결박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운행해 왔음이 드러났다. 차량의 경우 안전을 위해 앞뒤로 고정하는 T자형 장치로 결박을 하고 차량 바퀴에 좌우로 체인으로 포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는 앞뒤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형식적으로 하고, 좌우로 하는 것은 거의 안 하고 줄로 묶어놓기만 했다고 한다.

또한 정기안전점검은 서류상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등 시간과 비용절약을 위해 안전관리를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승무원들의 안전교육비는 1년에 겨우 54만 원이었다. 반면 광고비는 2억3천만 원으로, 기업의 안전인식 수준을 보여 주었다.

특히 승객들을 두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의 모습에 전 국민은 경악했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 최대 여객선을 책임지는 선장은 1년 계약직, 그것도 임시로 투입된 것이었고 승무원들 또한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다. 이처럼 기업의 이윤 앞에 무너진 안전장치는 끔찍한 참사를 불러왔다.

그럼 화학물질 사고에서는 어땠을까. 2013년 3월 여수 대림산업 폭발사고와 5월 당진 현대제철 아르곤가스 누출사고는 기업의 이윤추구로 안전조치가 무시돼 발생한 대표적 사고다. 공사비를 아끼고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현장, 무시되는 안전조치 속에 목숨을 담보로 아슬아슬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이 주된 사고 원인이었다. 여기에서도 현장 안전점검은 형식적이었고 안전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사고 피해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다. 다단계 하도급과 최저가 낙찰제로 인해 공사비는 반토막 나고 그만큼 안전관리 비용은 줄어든다. 위험성은 높아지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가 투입되는 것이다.

공기단축을 위해 안전작업절차가 있음에도 폭발 위험이 있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을 완전하게 비우지 않은 상태에서 탱크(사일로) 작업에 투입시켜 6명을 사지로 내몰고(대림산업 사고), 용광로 3기 완공시한을 맞추기 위해 안전작업절차를 무시하고 아르곤가스가 자욱한 죽음의 용광로에 5명의 노동자를 투입시켰다(현대제철 사고). 이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청해진해운에 의해 완벽히 오버랩되고 있다.

초기 대응매뉴얼의 부재가 불러온 대형참사

구미 국가산단 4단지 내에 있는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현장.
 구미 국가산단 4단지 내에 있는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현장.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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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침몰 전 2시간과 침몰 후 '골든타임'이다. 하나같이 어쩜 이럴 수 있을까? 선장과 선원, 관제센터, 해경, 민간잠수업체 언딘,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청와대, 대통령, 어느 곳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상식에 맞게 조치를 취했더라면…. 참으로 답답하다. 특히 민간잠수업체 언딘 이외의 민간 잠수부, 심지어 초기에 해군 정예부대조차 구조작업에서 제외된 이유를 우리는 꼭 알아야 한다.

초기 대응의 문제는 2012년 9월 구미 불산 누출사고 상황과도 너무나 흡사하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의 피해는 노동자 5명 사망, 소방관 18명 부상, 주민 1만2천 명 병원치료, 농작물 고사 212헥타르, 차량 부식 1958대, 가축 피해 3943마리, 지역주민 보상금 380억2천만 원으로,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전무후무한 화학물질 사고였다.

첫째, 여객선 선장과 선원은 사업장 공장장이었다.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 전원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자신들만 살겠다고 도망쳤다. 구미에서도 그랬다. 휴브글로벌이라는 사업장에서 불산 12톤이 누출되자 흰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하지만 주변 공장 안전책임자 누구도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공장 노동자들은 계속 일해야 했다. 다행히 공장지역으로 바람이 불지 않았기에 참사 대형화를 막을 수 있었다.

둘째, 해경은 소방관-경찰이었다. 해경이 공개한 초기구조 동영상은 유가족을 포함한 국민들의 탄식을 불러왔다.  그렇게 천금같은 2시간을 보내고 만 것이다.

구미 불산 유출사고 때도 그랬다. 출동한 소방관은 사고상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 누출물질이 불산인 줄 모른 채 물만 뿌렸다. 중화제인 석회를 뿌렸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현장구조를 파악하지 못해 열려진 밸브를 찾는 데 8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12톤의 불산이 누출되었다. 경찰은 출동해서 폴리스라인을 치고 교통정리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도 물론 이 사업장이 사고대비물질인 불산 취급사업장이란 것을 알 길이 없었다.

셋째, 해양수산부-안전행정부는 지식경제부-환경부였다. 세월호가 침몰되자 관계부처마다 대책본부를 꾸리고 중앙정부는 또 별도 본부를 꾸려 지휘체계의 혼선을 빚었다. 그래서 탑승자도 구조자도 실종자도 제각각 다르게 집계되며 가족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러한 초기지휘체계 혼란은 구조작업에도 치명적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 때도 그랬다. 처음에는 불산을 고압가스로 생각하여 가스안전공사가 관리감독 기관으로 인식됐다가, 이후 지식경제부가 불산이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환경부로 책임 소재가 옮겨지며 혼란을 겪었다. 소방방재청·경상북도·행정안전부·환경부 등 소관부처에 따라 주민대피, 가스차단, 비상해제시점, 가스누출량 발표가 각각 달랐다.

넷째, 살신성인 영웅들과 이장님이다. 세월호의 영웅들을 한 언론기사를 인용해서 한 분 한 분 거론하고 싶다.

승객들을 버려두고 제일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이 있는 반면 많은 사람들을 구하다 자신을 희생한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하다는 한 가닥 희망과 안도감을 심어 주었다. 배가 기울고 물이 차는 아수라장 속에서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22·여)씨는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고 말하며 수영도 할줄 모르면서 자신의 구명조끼 마저 학생들에게 벗어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단원고 2학년 정차웅(18)군은 사고 당시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가 생일을 하루 앞두고 희생됐다.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45)씨는 아내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아들 학비 내라.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한다"며 급히 통화를 마친후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단원고 남윤철(35) 교사는 침몰 마지막까지 제자들의 탈출을 돕다가 끝내 세월호에서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교편을 잡은 최혜정(24)교사 역시 끝까지 제자들을 돕다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특히, 단원고 2학년 최덕하(18)군은 세월호 사고를 최초로 신고해 배 침몰전 174명을 구할수 있었으나 자신은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다.

올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김기웅(28), 승무원 정현선(28·여)씨 두 사람은 침몰전 4명의 승객들을 구조한뒤 자신들은 희생됐다. - <신아일보> 4월 30일자 기사

구미 불산 누출사고 때도 그랬다. 관계당국은 사고 발생 4시간 40분이 지난 뒤에서야 주민대피령을 발령하였지만 누출 27분 만에 대피방송과 함께 트럭으로 마을 어르신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분이 있었다. 바로 동네 이장님이었다. 그 이후에도 정부는 정확한 가스농도 확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12시간 만에 위기경보를 해제했다. 잔류오염물질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을 17시간 만에 귀가 조치하고 사고 발생 후 24시간 만에 상황종료를 결정하였다. 이 같은 정부의 늑장대응과 안일한 판단으로 주민 1만2천 명이 병원진료를 받게 됐다.

원전도 철도도... 대형참사는 얼마든지 더 터질 수 있다

세월호는 진도 해상에 들어서서 침몰되기까지 진도관제센터 67번 채널은 물론 세계공통채널인 16번 채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67번 채널로 교신하며 항해하고 사고발생 후 16번 채널을 통해 구조요청을 했다면 소중한 생명을 거의 살렸을 것이다'라는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이 두고두고 뇌리에 남는다.

얼마 전 남양주 빙그레 암모니아 누출사고 시 2시간 동안 누출은 계속되었지만 관계기관에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해보려다 폭발로 이어져 2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그러고 나서야 신고가 이루어졌다. 2013년 1월 화성 삼성 불산 누출사고 때도 불산 누출 사실을 숨기다 하루가 지나 1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자 신고했다. 산업재해를 제대로 신고해서 문제를 드러내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이번 세월호도 일맥상통한다. 한 언론은 세월호 선장과 항해사가 67번 채널과 세계공용 비상채널인 16번 채널을 쓰지 않은 이유로, 사고 사실이 알려지면 책임이 무거워질까봐 그랬을 거라는 전직 선원의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했다. 산업재해를 제대로 신고하면 기업에 패널티를 주고 기관에 불려다니는 게 귀찮다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앞으로 예상되는 대형사고가 더 걱정이다. 많은 안전보건의 전문가들이 이러한 무능한 정부 하에서 규제완화의 위험성을 제기하고 있다. 안전을 외면한 채 기업의 이윤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규제완화는 큰 재앙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이슈가 되었던 검증기관, 납품업체, 승인기관,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까지 결탁된 원전비리 문제는 앞으로 전 국민을 방사능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며칠 전 보도된 철도 브레이크 납품비리 문제는 철도 안전에도 큰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시급히 구조적 문제를 뿌리채 뽑아 개선하지 못한다면 조만간 대형 참사가 또 닥칠지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일과건강' 상근연구원이다. 일과건강은 향후 '세월호 참사로 보는 안전한 대한민국,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공개토론회를 개최하여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을 예정이다.
* 원문 기사 보기 : 일과건강 홈페이지 http://safedu.org/focus/69233



태그:#세월호 참사, #단원고, #무사귀환, #분향소, #일과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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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건강 기획국장으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이며 안전보건 팟캐스트 방송 '나는무방비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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