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기가 게양되어 있는 휴스턴 한인회관
 조기가 게양되어 있는 휴스턴 한인회관
ⓒ 이상훈

관련사진보기


"내 자식이 아닌데도, 내 동생이 아닌데도 뉴스를 보면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나와요."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13일째인 28일(미국 현지시각), CNN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아직도 단신으로 세월호 소식을 전하고 있다. 휴스턴 한인 사회도 사고 초기 아픔을 함께하며 실종자들이 무사 귀환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최근 구조작업이 더뎌지면서 휴스턴 지역신문에서 세월호 소식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지속적으로 세월호 소식을 확인하기 원하는 재미교포들은 한국 언론의 인터넷판을 찾지만, 신속하고 정확한, 새로운 소식을 얻기는 어려운 상황인 듯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이후 소식이 궁금해 인터넷에서 YTN을 찾아서 봤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록 계속 비슷한 내용만 반복돼 나오기에 이상하다 싶어서 다른 매체를 찾아봤다. 그런데 <조선> <동아> <중앙> 에서도 비슷한 내용들만 보도해 잘 사용하지 않던 페이스북에 접속했더니 기존 매체들의 보도 내용과 많이 달랐다. 지금은 팩트TV나 고발뉴스 등만 접하고 있다."

휴스턴에 거주하고 있는 재미교포 김성은(36)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기 원했지만, 쉽지 않았다. 기존 언론들은 새로운 내용이나 의혹 등은 거의 조명하지 않고 구조작업이나 실종자 현황 등을 보도하는 것에만 관심을 뒀기 때문이다.

휴스턴 한인회관 세월호 분향소 지키는 재미교포

홀로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라성신씨
 홀로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라성신씨
ⓒ 이상훈

관련사진보기


이렇듯 기존 언론에 불신을 보내는 재미교포들이 적지 않다. 한편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를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휴스턴 한인회에서 10년 이상 자원 봉사를 탁아무개(65)씨는 "가만히 뉴스를 보면 눈물이 흘러요, 이것은 인재예요"라며 "깨어지지 않은 관행 때문에 만들어진 인재... 한국인들의 안전 불감증이 만들어 낸 인재예요"라고 말했다.

재미 교포 크리스 문(53)씨가 주말이라 집에 돌아온 대학생 두 자녀와 나눈 대화 주제는 당연 세월호 사고였다. 하지만 자녀들은 미국 매체를 통해 접한 것만을 토대로 선장과 선원들만 나무라고 있었단다. 크리스 문씨는 "자녀들과 대화를 해보니, 일반 미국인들이 접하는 소식은 이 정도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휴스턴 한인 회관 내에 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에서 재미교포 라성신(42)씨를 만났다. 그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혼자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다. 라씨는 미국 내에서 한인들이 많은 대도시 휴스턴에 왜 분향소가 설치되지 않을까 궁금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분향소가 설치됐다는 소식을 포털사이트 다음 휴스턴 한인 카페에서 접하고 지난 26일 오전 급하게 찾았다고 한다. 이후 "누군가는 돕고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분향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씨는 "멀리서 이렇게 분향소를 차린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다짐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로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었는데, 그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소식들이 왠지 통제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다른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급하게 한인회관 내 분향소 설치

분향소에 헌화하는 한 재미교포
 분향소에 헌화하는 한 재미교포
ⓒ 이상훈

관련사진보기


사실 다른 미주 지역에는 휴스턴보다 더 먼저 분향소가 설치됐다.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한 익명의 인사가 휴스턴 한인회에 '모든 비용을 지불할 테니, 분향소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한인회의 연락만 받고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휴스턴 교회 연합회에서도 한인회에 문의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어 자체적으로 분향소 설치를 하고자 했으나, 급하게 24일(금)에 분향소 설치를 한다는 한인회 연락을 받고 설치계획을 변경했다고 한다.

여러 곳의 요청을 받은 휴스턴 한인회는 휴스턴 총영사관에 분향소 설치 장소를 문의했지만, 휴스턴 총영사관에서 돌아온 건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를 받은 것이 없기 때문에 아무 것도 설치를 하지 않았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한인회에서 분향소 설치를 망설이고 있던 중 아시아 사회로부터 '애도 장소를 찾아가고 싶은데, 휴스턴에 그럴 장소가 있느냐'는 문의 전화를 받고 다급하게 25일 한인회관 내에 분향소 설치를 결정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27일 휴스턴 총영사관 측은 분향을 원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휴스턴 영사 공관에 분향소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에서는 국가적 재난 상황 대응 매뉴얼 중 하나로 분향소 설치 내용을 추가한다면, 이번과 같은 혼란을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국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교포들의 마음이,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빨리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말이다.


태그:#세월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