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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마음 어루만지는 노란리본 세월호 침몰사고 12일째인 27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리본 앞에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팽목항에 나부끼는 노란리본 세월호 침몰사고 12일째인 27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줄지어 매달린 노란리본 앞에서 실종자 가족이 눈물 흘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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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기다림'이 팽목항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때로는 통곡으로, 때론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기원으로, 정부에 대한 분노가 뒤섞여 그 일상을 견뎌내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12일째였던 지난 27일.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한 전남 진도 팽목항의 아침이 밝아오자 실종자 가족들이 하나 둘 선착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들은 사고 해역 쪽에 늘어선 선박들을 보며 "아이고 어떡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눈물과 통곡 "우리 딸, 엄마한테 빨리 와!"

실종된 단원고 학생의 한 어머니는 선착장 한켠에 주저앉아 강하게 내리치는 비바람을 맞으며 딸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박○○! 빨리와!, 아~ 아~".

한참 동안 계속된 통곡과 외침은 남편이 오고서야 진정됐다. 남편은 말없이 어깨를 다독이며 아내를 부축해 가족대기소로 자리를 옮겼다.

정오가 넘어선 시간. 이 어머니는 팽목항 선착장 바로 옆 방파제 난간을 부여잡고 "○○아! 엄마한테 빨리 돌아와"라고 연신 외쳤다. 발을 동동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주저앉아 머리를 파묻고 깊은 숨을 고르기도 했다.

이른 아침 이곳 방파제에서는 자신의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실종자 가족들도 있었다. 실종된 한 단원고 교사의 어머니는 가족과 통화하며 "우리 ○○는 5층에 있었대. 저번에 교사들이 학부모들 찾아 왔을 때 봤는데 험한 말들을 했어. 어떻게 해?"라며 "나는 부모도 아니다"라며 안경 너머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 간절한 기원... "포기하지 않을 거야, 기다릴게"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질거야... 세월호 침몰사고 13일째인 28일 오전 비 내리는 팽목항을 뜨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이 사고해역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질거야... 세월호 침몰사고 13일째인 28일 오전 비 내리는 팽목항을 뜨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이 사고해역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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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실종자 가족은 방파제를 찾아 비바람에 나부끼는 노란리본의 글귀를 읽으며 슬픔을 달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팽목항 선착장 옆 방파제 난간을 따라 걸리기 시작한 노란리본에는 실종자 가족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염원이 가득하다.

"○○사랑해 ♡ 그만 집으로 가자. 엄마랑 아빠랑."
"꼭 안아줄게. 엄마 품에 돌아와. 영원히 사랑해 ○○야."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기적 같이 돌아오길 바랍니다."

오전 7시 20여 분부터 한 스님의 불공이 시작됐다.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생존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이 스님의 불공에 실종자 가족들도 함께 했다. 이들은 두 손을 곱게 모으고 스님의 목탁 소리에 자신들의 염원을 실어 보냈다.

구세군 천막에서는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 등의 예배가 이어지고 있다. 예배를 하는 동안 곳곳에서 울먹이는 "아멘" 소리가 흘러 나왔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슬픈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소서"라는 설교에 훌쩍이는 이들도 있었다.

# 분노... 정부의 무능·무책임 "누구를 믿어야 하나"

사고 12일째 사의표명한 총리, 자리 뜨는 실종자 가족 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 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생중계 화면으로 정 총리의 회견을 지켜 본 실종자 가족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고 있다.
▲ 사고 12일째 사의표명한 총리, 자리 뜨는 실종자 가족 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 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생중계 화면으로 정 총리의 회견을 지켜 본 실종자 가족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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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서는 정부 당국의 총체적인 무능과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분노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도 쉬 풀리지 않고 있다.

27일 오전 가족대책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해경·해군·민간업체의 수색작업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가족들은 "우리가 해양경찰청에 수색작업을 서둘러 달라고 해도, 아직 민간업체 언딘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어서 믿을 수 없다"며 "우리가 가족들이 교대로 바지선에라도 가야 하는데 지금은 갈 수도 없고…"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가족은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여러 차례 가족들은 청와대로 향하는 '분노의 행진'을 하기도 하고,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부 관료,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한 해경 관계자 등에게 격한 분노를 표출해 왔다. 가족들의 거친 집단행동은 잦아들었지만, 마음 속 불신과 원망은 여전하다.

당국이 사고 해역 주변에 그물을 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더딘 수색작업과 강한 조류 등으로 시신 유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생존자 생환'을 바라던 마음은 조금씩 '시신은 꼭 찾아야 한다'는 절망 섞인 바람으로 서서히 옮겨가는 분위기다.

27일 새벽부터 강한 비바람이 치기 시작했던 사고해역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이날 아침 팽목항에서 만난 한 가족은 "비가 와도 바람과 파도만 없으면 나을 텐데. 가슴만 아프고…"라며 "어찌되었던지 얼굴은 봐야 어떻게든 살아가도 살아갈 것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13일째인 28일. '잔인한 기다림'의 일상이 팽목항에서 계속되고 있다.

한편 합동구조팀은 27일 시신 1구를 수습해 사망자는 18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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