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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길 어머니의 길 판화
▲ 어머니의 길 어머니의 길 판화
ⓒ 홍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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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태평양전쟁에 한창 미쳐 날뛸 때 젊은 남자들은 모두 징용이나 징병에 끌려가고, 처녀들은 정신대(挺身隊, 데이신따이)로 잡혀가야 했다.

소선의 나이 15살, 어른들은 '데이신따이'에 잡혀가니까 빨리 시집을 보내야 된다고 한다. 그러나 소선은 어른들이 왜 그런지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시집을 간다는 것이 싫었다.

'그까짓 거 잡혀가면 잡혀가지.'

소선은 정신대가 뭔지도 모른 채 공연한 억지배짱을 부렸다. 어른들은 정신대에 잡혀가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정신대에 잡혀가면 완전히 딸을 잃어 버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소선이 듣기로는 정신대는 군부대에 가서 군인들이 부상을 당하면 부상병을 간호해주는 정도로만 알았다.

"그까짓 데이신따이 가면 갔지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한테 시집은 안 갈란다."

"이거 먹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시집은 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어느 날 마을 구장이 소선의 집에 와서 '이소선' 이름 위에 빨간 줄을 두 개 그어놓은 종이를 내밀며, 몇 월 며칠에 면사무소로 나오라는 것이다. 정신대로 잡아가겠다는 명령서다. 이 통보를 받고 소선의 어머니는 '시집가라고 할 때 안 간다고 고집 피우더니 이제 데이신따이 잡혀가게 됐다'며 통곡을 했다.

소선은 그때서야 데이신따이가 그저 부상당한 군인들 간호나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일을 하게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 통보까지 받아버렸으니 꼼짝없이 끌려가게 될 판이었다.

드디어 빨간 줄이 그어진 종이쪽지에 적힌 날짜가 됐다. 소선의 어머니는 울고불고 난리가 아닌데 마을 구장하고 면사무소 직원 그리고 칼을 찬 순사가 나와서 처녀들을 인솔해서 도라꾸(트럭)에 태워 면사무소로 데려갔다.

소선의 마을에서는 소선을 포함 여섯 명의 처녀들이 정신대에 잡혀갔다. 저마다 부모들이 면사무소까지 따라왔다. 면사무소에서 잡아온 처녀들을 앉혀 놓더니 이름을 부르고 확인했다. 그리고 따라온 부모와 모두 떨어지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소선의 어머니는 치마 속곳에서 무엇을 꺼내어 딸의 손에 쥐여주었다. 소선이 뭔가 펴보니 개떡이다.

"종일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 배도 고플 테니 이것 먹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안 그러면 죽는다."
"어떻게?"
"시남이 뒤만 졸졸 쫓아다녀야 한다."

시남이는 마을 구장의 친척이 되는 처녀로 소선과 동갑내기로서 함께 잡혀왔다.

"이놈의 가시나 아무 소리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시남이 뒤만 쫓아다녀야지 안 그러면 죽는단 말이다."

소선의 어머니는 시남이가 구장의 친척이기 때문에 시남이를 따라다니면 근로정신대로 빠지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구장 친척과 함께 움직인 소선이 닿은 곳은...

소선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시남이와 함께 움직였다. 처녀들은 도라꾸 속에서 소선의 어머니가 손에 쥐여준 개떡을 먹었다. 쌀이나 보리 같은 것은 일본사람들이 다 빼앗아가서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곡식이 없어서 기름을 다 짜낸 콩깻묵을 며칠 동안 물에 담가서 썩은 물이 다 우러난 다음에 그것을 짜서 먹는 판에 어머니가 손에 쥐어준 개떡은 귀한 음식이었다. 이 개떡은 공출을 바쳐야 할 밀을 몰래 감춰뒀다가 남들이 잠든 밤중에 몰래 빻아서 만들었을 것이다.

해가 다 지자 헌병차가 왔다. 배치를 받기 위해서 줄을 서 있는 처녀들한테 헌병들은 일본말로 위협하면서 호명한다. 이름이 불려 진 처녀들은 차에 실려 어디론가 멀리 실려갔다. 그런데 모두 다 이름을 불렀는데 이소선과 그의 친구 시남이만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이다.

다른 처녀들이 불려갈 때 불안에 떨었다. 소선은 끝까지 자신을 부르지 않은 것이 오히려 약간 안심이 되기는 했지만, 남들 다 부르는데 자신과 시남이만 남았으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병들은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이 둘을 창고에 집어넣었다.

창고에서 얼마나 있었을까. 한밤중인데 창고문이 열리면서 먼저 이소선의 이름이 불렸다. 그리고 시남이를 부르더니 도라꾸에 타라는 것이다. 도라꾸를 타고 한참을 덜컹거리면서 어디론가 갔다. 그들은 어떤 마당이 넓은 곳에 내려졌다. 그곳은 방직공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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