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월호 침몰 사고 9일째를 맞은 24일 오후 더딘 수색작업에 격앙된 실종자 가족들이 팽목항을 찾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에워싸고 "당장 내 자식을 살려내라"고 항의하고 있다.
▲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 이주영 장관에 항의 세월호 침몰 사고 9일째를 맞은 24일 오후 더딘 수색작업에 격앙된 실종자 가족들이 팽목항을 찾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에워싸고 "당장 내 자식을 살려내라"고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일부러 구조를 지연 시키는 게 아닌가."
"정부가 우리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거짓말 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열흘이 지난 25일까지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출해 내지 못한 정부를 향한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분노의 기반은 불신이다.

정부는 사고 발생 첫 날부터 기초적인 집계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사고 원인 등을 따져볼 수 있는 신고시점과 교신내역에 대한 '말 바꾸기'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 작업'을 외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그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원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청만 하면 부검을 할 수 있다는 정부 발표와 다르게 시신을 또 옮겨야 부검이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 발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실종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잦아들고 그 자리에 불신과 더 나아가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원파악] 기본적인 상황 집계조차 못하고 갈팡질팡

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사고 발생 당일 세월호 승선자 수는 477명에서 459명, 그리고 462명으로 세 번이나 바뀌었다. 다음날인 17일 해경이 여객터미널 출입구 CCTV를 분석한 결과라며 475명으로 다시 수정했다.

그런데 이것도 최종확인 결과가 아니었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18일 또 다시 1명이 더 늘어난 476명으로 바뀌었다. 승선자 수는 지난 22일 다시 논란이 됐다. 정부는 수습된 외국인 시신 1구가 승선자 명단에 없는 사람이라고 발표했다가, 이미 발견됐던 동일인이었다고 정정했다.

구조자 수도 마찬가지다. 사고 첫날부터 368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한 정부는 곧이어 구조자수를 164명으로 정정했다. 경기도교육청이 해경의 '첩보'를 듣고 섣부르게 '전원 구조' 문자를 발송해 논란을 빚은 뒤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다음 날 또 벌어졌다. 174명, 175명, 176명으로 번복한 뒤 결국 179명으로 확정됐다. 여러 기관이 구조에 참여하면서 구조자 이름이 중복 집계됐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기초적인 상황 집계조차 제대로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미 싹이 튼 상황이었다.

[교신상황] 최초 신고자 바뀌고 교신 사실 5일 만에 공개

당초 해양경찰청은 16일 오전 8시 55분 세월호와 제주 관제센터(VTS)의 교신 이후, 8시 58분에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세월호가 사고 지역 인근의 진도 관제센터 대신 제주 관제센터와 먼저 교신한 점과 공용채널인 16번을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이 대형참사의 원인으로 질타 받았다.

그러나 사고 발생 7일째인 22일 최초 신고자는 세월호에 탑승했던 단원고 학생임이 뒤늦게 드러났다. 단원고 학생 최아무개(17)군은 16일 오전 전남소방본부 119 상황실에 "살려주세요, 배가 침몰하는 것 같아요"라고 첫 신고전화를 걸었다. 신고 시각은 16일 오전 8시 52분 32초로 세월호에서 제주 관제센터로 신고했던 것보다 3분 더 빨랐다.

최초 신고자가 바뀐 부분보다 공개된 통화 내역을 둘러싸고 해경의 초동대처 논란도 부각됐다. 최초 신고를 접수한 소방본부 쪽이 휴대폰 발신위치(진도군 조도, 서가차도)를 알렸지만 해경은 선원도 아닌 학생에게 일반인이 알기 힘든 위·경도를 물어보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더군다나 해경상황실은 배의 이름만 알면 해상교통관제시스템을 이용해 배의 위치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해경 측은 배의 이름을 가장 마지막에 물었다. 

세월호와 진도 관제센터가 교신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당초 세월호는 침몰 직전까지 제주 관제센터, 제주해경 등 2곳과 조난 교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0일 오전 "진도 관제센터와 세월호는 교신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뒤집혔다. 해경은 같은 날 세월호와 진도 관제센터의 교신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합수부는 "사고 직전의 교신이 아니라 제주 관제센터에서 연락을 받은 후 이뤄진 교신"이라고 해명했다.

[구조작업] 과장된 '구조 작업 규모' 발표에 특혜 논란까지 겹쳐

"750명... 아니 100여 명이다."
"직접 수습할 수 있는 잠수사는 13명이다."

불과 몇 십분 만에 수색에 투입한 잠수사 인원이 1/60 가량으로 줄었다. 수색이 지지부진한 데 대해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지난 24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750명의 잠수사를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이내 13명이라 말을 바꿨다.

눈 앞에서 정부의 '거짓 발표'를 목격한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수색현황 발표에 대해 불신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이날은 조류가 느린 소조기가 끝나는 날이었다.

지난 22일 오전 생존자 소식은 없이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구조현장에서 복귀한 잠수대원들이 장비를 들고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마련된 대기실로 향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생존자 소식은 없이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구조현장에서 복귀한 잠수대원들이 장비를 들고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마련된 대기실로 향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날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 작업을 벌인다"고 발표했다. 해군과 해군구조대, 소방 잠수요원, 민간 잠수사, 문화재청 해저발굴단 등 구조대원 726명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수색 현장에는 13명의 잠수사가 수색 작업을 벌였다.

이 같은 '수치' 위주의 발표는 사고 발생 이래 계속됐다. 지난 16일에 정부 대책본부는 '함정 78척, 인양 크레인 3척, 헬기 18대, 잠수요원 178명'이 투입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21일에는 '함정 214척, 항공기 32대, 잠수사 및 구조대원 631명'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대규모의 장비와 인원이 동원된 듯 보이지만, 이 같은 수치는 이미 수색에 투입'된' 것을 집계한 게 아니라 투입'될' 혹은 투입 후 '대기 중'인 수치까지 포함한 것이다. 정부 측의 발표와 실제 수색에 투입된 인원이 큰 차이를 보인 이유다. 실제 <뉴스타파>는 지난 21일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이 작성한 보고서를 입수해 "침몰 첫날 182명이 잠수에 동원됐다고 나와 있지만 이 가운데 9%만이 실제 수중수색 작업에 참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속적으로 과장된 수치 위주의 발표를 이어왔다.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가 우리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거짓말했다"라고 울분을 토한 이유다.

여기에 특혜 논란마저 확산되고 있다. 사고해역에 도착한 민간바지선을 '잠수부의 안전'을 명분으로 투입하지 않다가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업체인 '언딘'의 바지선을 사고해역에 투입한 것이다. 선내 수색 작업을 지원했던 '2003 금호 바지선'을 이 바지선으로 교체하면서 수색작업까지 중단되기도 했다. 또 언딘의 바지선이 최근 제작돼 실전에 투입된 적도 없다는 사실이 25일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검] "신청만 하면 부검 가능"... 빈 말이었다

"사망 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어 부검을 원하는 가족은 관할 담당 검사에게 신청할 수 있다. 부검을 요청하게 되면 이송한 병원에서 실시한다."

세월호 대책본부는 사망 원인을 밝혀 달라는 유족들의 요구에 따라 이 같은 안내문을 배포했다. 그러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는 부검을 위한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 드러나 정부가 또 하나의 '허위 발표'를 한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시신이 가장 많이 안치돼 있는 안산고대병원과 인천국제성모병원 관계자들은 부검 경험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산고대병원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부검 통지를 받은 일도 없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천 국제성모병원은 부검 장비나 시설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전남·전북 지역 내에 부검을 할 설비를 갖춘 병원은 전남 순천 성가롤로 병원, 광주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3곳뿐이다. 모두 세월호 희생자들의 시신이 이송되지 않은 병원들이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부검 신청을 하면 시신이 이송된 병원에서 시설을 갖춘 병원 혹은 국과수로 이동시켜 부검을 실시해야 하는 것이다. 사인을 명확히 알고자 하는 유족들의 요청에 면피식 제안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물타기 매뉴얼] 불신 해소 대신 언론 플레이 노리나

지난 열흘 동안 앞서 나열한 상황이 반복되며, 정부를 향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해지는 가운데 해양수산부(아래 해수부)의 위기대응 매뉴얼에 대형선박 사고 발생시 '충격 상쇄용 아이템을 발굴하라'는 언론 대응 지침이 포함된 것이 드러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여론 상황이 악화될 시 '충격 상쇄용 아이템'을 통해 물타기를 시도하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다. 위기 대응의 본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매뉴얼인 셈이다. 비난이 쏟아지자 해수부는 지난 24일 오후 해당 내용을 급히 삭제했다. 불신에 불신을 더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현장에서 가족들과 피해 당사자들이 느끼는 점과 정부당국이 대응하고 있는 점의 차이가 너무 크다. 정부 측은 한 점의 의혹 없이 철저하게 대처해야 한다"라며 "애초에 많은 의혹들이 제기됐고 그 의혹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의혹을 해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데 급급하다"라고 비판했다.


태그:#세월호 침몰사고, #언론 대응 메뉴얼, #바지선 특혜의혹, #구조작업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