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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개신교 목회자들의 모임체인 ‘경기생명평화기독교행동’은 24일 저녁 수원역 남쪽 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무사생환을 위한 촛불기도회’를 열었다.
 경기지역 개신교 목회자들의 모임체인 ‘경기생명평화기독교행동’은 24일 저녁 수원역 남쪽 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무사생환을 위한 촛불기도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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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촛불기도회에서 한 남성 참석자가 무릎까지 꿇은 채 간절한 모습으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무사생환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촛불기도회에서 한 남성 참석자가 무릎까지 꿇은 채 간절한 모습으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무사생환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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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등 476명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사망자와 실종자가 300명을 넘어서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해 국민적 슬픔과 분노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원에서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이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다.

경기지역 개신교 목회자들의 모임체인 '경기생명평화기독교행동'은 24일 밤 수원역 남쪽 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무사생환을 위한 촛불기도회'를 열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이후 수원에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소규모 촛불집회가 열렸지만 종교인 단체가 주최한 촛불기도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세광(한아름교회)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도회에는 신도와 일반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새정치연합 김진표 의원 등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기도회는 시종일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촛불을 켜들고 "주여, 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의 무능함을 불쌍히 여겨 자비를 베풀고,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이 무사생환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추일엽 목사(주님의교회)는 기도에서 안타까운 실종자 수색 상황과 관련해 "지금 숨 가쁜 수색활동 소식은 들려오지만 한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주님 앞에 고백한다"며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위로하고, 위정자와 통치자들을 자복하게 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그들의 본분을 되새기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세월호 살신성인 희생자들, 절망의 국가에 희망의 등불"

이종철 목사(갈릴리교회)는 설교를 통해 "세월호가 침몰하는 대참사 속에서도 오직 자기만 살겠다고 무책임하게 먼저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생명보다 주위 사람을 먼저 구조하려다 희생당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이들이야말로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는 이 절망스러운 국가에서 희망의 등불이자, 버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종철 목사는 기도회 설교를 통해 “세월호가 침몰하는 대참사 속에서도 자신의 생명보다 주위 사람을 먼저 구조하려다 희생당한 사람들은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는 이 절망스러운 국가에서 희망의 등불이자,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철 목사는 기도회 설교를 통해 “세월호가 침몰하는 대참사 속에서도 자신의 생명보다 주위 사람을 먼저 구조하려다 희생당한 사람들은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는 이 절망스러운 국가에서 희망의 등불이자,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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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사는 그러면서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학생들을 찾아 구명조끼를 챙겨주는 등 구조를 돕다가 주검으로 발견된 안산 단원고 2학년 6반 담임 고 남윤철 교사와 권아무개 어린이를 구출한 남 교사의 제자 박아무개군,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킨 승무원 고 박지영씨와 사무장 정재용(실종)씨 등의 살신성인 정신을 소개했다.

특히 이날 기도회에서 눈길을 끈 사람은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전남 진도 현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올라온 한신대 신학과 학생 이지환씨였다. 이씨는 증언에서 진도 현장의 분위기와 상황을 전해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씨는 먼저 "감정이 격앙돼 제대로 증언을 못할 것 같아 대본을 만들어 읽는 형식으로 하겠다"면서 "이 자리를 통해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진도로 내려갔고,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을 오가며 청소와 천막예배 준비, 진행 등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아버지는 계속 커피만 마셔 식사를 권했는데,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며 자신의 외동딸이 저 배안에 있다고 했다"면서 "딸이 배고플 텐데 먹지도 못하고 씻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해 그 앞에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정부, 사고초기 촌각의 생명구출에 왜 사력 다하지 않았나"

그는 "진도에 막 도착한 또 다른 아버지는 눈이 퉁퉁 붓고 입술과 손이 불어터져 있었으며, 어떤 어머니는 신원파악이 안 된 아들의 인상착의만 현황판에 쓰여 있었는데, 금방 알아차리고 가장 슬프게 통곡했다"면서 "체육관에는 탈진해 링거를 꽂은 가족들이 늘어나고 아픈 몸으로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전남 진도 현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올라온 한신대생 이지환 씨가 증언에서 진도 현장의 분위기와 상황을 전해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전남 진도 현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올라온 한신대생 이지환 씨가 증언에서 진도 현장의 분위기와 상황을 전해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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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그들은 자식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견디고 있는데, 가족들의 절실함과 상황의 긴박감과 달리 정부는 지휘 중심도 책임의식도 없었다"면서 "정부가 허둥대는 동안 우리 동생들이 죽어가는 실황을 지켜보고 있는 나라가 오늘의 대한민국"이라고 탄식했다.

이씨의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실종자 가족들은 선실의 학생들처럼 오직 정부의 말만 믿고 기다렸으나 결과는 자식들의 죽음뿐이었다"며 "어려운 수중작업을 통해 시신을 수습하는데 최선을 다하면서도 사고초기 촌각을 다투는 생명을 구출해야 했던 수상구조 때에는 왜 사력을 다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씨는 또 "한국사회는 '꼬리 자르기'란 말이 보통명사가 돼 버렸고, 처벌은 항상 실무자들의 몫이며, 책임자는 권력의 보호 속에 떳떳이 고개를 들고 다닌다"면서 "나라의 근본이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지지 않았다면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학생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자신들만 탈출하는 짐승 같은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고 개탄했다.

이날 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광장 입구 쪽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리본달기' 행사도 함께 열렸다. 리본 판에는 주로 미안함과 격려, 소망 등을 적은 노란리본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친구들아 꼭 돌아와"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리본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친구들아 꼭 돌아와!", "힘내요! 단원고 학생들아!", "세월호 실종자들, 전부 살아 돌아와요",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부른다" 등의 의견들을 남겼다. 이날 기도회는 참석자들이 광장 옆 육교를 건너 수원역 일대를 한 바퀴 행진한 뒤 광장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광장 입구 쪽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리본달기’ 행사도 함께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제대군인과 한 시민이 리본에 적힌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광장 입구 쪽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리본달기’ 행사도 함께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제대군인과 한 시민이 리본에 적힌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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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기도회 '소망시 낭독' 순서에서는 시인이자 인천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의장인 이적 목사의 '당신들의 권력은'이란 제목의 시가 소개됐다. 김승민 목사(용인 새누리교회)가 낭독한 시는 권력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세월호 침몰사고 초기대응에 실패한 정부의 무능함을 꾸짖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다음은 소망시 전문이다.

그런가요. 권력이 남재준 구하듯 세월호 승객을 구조했다면 23일 현재 157명의 목숨이 그렇게 허무하게 쓰러졌을까요. 대통령 중심제의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의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무너져버린 지금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조국 수호에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말인가요.

당신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안이하게 보고 받고 있던 그 시간 탑승자수가 477명에서 459명, 462명, 475명으로 네 번 오락가락했고 368명이라던 구조자 수 역시 두 시간 만에 200명 이상 줄어든 164명으로 바뀌자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청와대에 계신 당신 부랴부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은 시간이 2014년 4월 16일 오후 5시 10분쯤 이었다지요.

세월호 침몰이 2014년 4월 16일 오전 7시에 시작되었는데 당신은 어디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건가요. 2014년 4월 16일 오전 11시 완전 침몰 그리고 오후 5시 10분 그때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은 당신 국민생명 값어치를 종이조각 한 장으로 날려 보내는 처사는 아니었는지요.

선수를 특수용접으로 뚫고 부력을 유지하며 우리의 아이들이 숨 쉬고 있을 3, 4층 갑판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한숨 쉬던 30년 베테랑 스쿠버 아저씨의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국가 권력을 못미더워하는 잘못 때문인 건가요.

다이빙벨을 사용하면 물속에서 20시간을 견디며 수중작업을 할 수 있다던 이종인 전문가의 눈물 젖은 하소연이 우리의 가슴을 두드리는 것은 우리가 국가 권력을 못미더워한 잘못 때문인가요. 진도관제탑 송수신을 공개하지 않는 당신들의 초기대응을 우리는 믿어야 하는 건가요.

하늘도 한숨 쉬고 지상의 풀벌레도 숨죽여 울던 7일간의 눈물을 이제야 접습니다. 어린 생명들의 처절한 절규를 가슴으로 품고 있는 살아있는 백성들이 울어야 할 사연은 당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비겁한 행보들을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우리들의 비참함 우리는 그것마저 접습니다.

새로운 날을 위하여 우리는 지금의 눈물을 가슴으로 기록합니다. 고통과 절규의 눈물을 머리에 문신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가족들이여! 그냥 그냥 울면서 당신들의 역사를 깊이 깊이 아로새깁니다. 우리의 역사로 기록 합니다. 사랑합니다. 영면하소서.


태그:#세월호 침몰, #기독교행동, #촛불기도회, #무사생환, #노란리본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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