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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월 25일 오후(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대사관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월 25일 오후(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대사관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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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7일 백악관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MD체계에 대한 한미 양국의 각개 투자 및 공동운영 가능성" 정도만 언급했다. 그러나 지난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는 "공동 MD체계에 대한 진전된 토론"을 요구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확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바마는 25일 방한 때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한미일 삼각 MD체계 수립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형 MD체계 구축에 드는 비용보다, 중국-러시아의 반발에서 비롯되는 경제적 손실과 동아시아의 냉각구도 해결에 드는 비용이 더 크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핵우산' 절실하지 않아

한국이 미국 중심의 MD체계에 가입하면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을 수 있다. 미국의 해상배치 대형 X밴드 레이더와 일본의 지상배치 소형 X밴드 레이더의 도움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동 레이더는 2012년 12월 12일 북한의 은하3호 발사 때, 하와이에서 서태평양으로 출동해 궤적을 추적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미국이 소형 X밴드 레이더의 한국배치를 추진했으나, 한국 정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 중심의 MD체계에 가입하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견제를 받게 된다.  한미일 MD체계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는 장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단 북한의 핵개발을 더욱더 자극할 뿐만 아니라, 핵무기 보유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에 이어, 경제적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 중국과 FTA 타결이 더뎌지며, 러시아와 경협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가 심각한 보복을 결정하면, 6자회담 보이콧으로 연결될 수 있다. 북핵문제의 답보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신냉전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이 미국 중심의 MD체계에 가입할 때, 손익계산은 어떠한가?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더 크다. 먼저 미국의 핵우산이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2년 12월 이스라엘로부터 대당 약 1000억 원을 주고 탄도유도탄 조기경보레이더(Super Greenpine block B) 2대를 도입했다. 성층권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는 없지만, 중고도인 공군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북한의 핵무기는 사용 가능한 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12년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탄도미사일의 성능실험이 은하3호 1회에 그쳤으므로, 투발수단도 불확실한 상태다.

중국-러시아 반발, 자초할 필요 있나

현재 한국은 미국 중심의 MD체계로의 편입을 거부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의 핵위협과 미사일 도발이 '한미일 공동대처'라는 미국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동맹 관계를 강조하면서, 한국을 압박해 올 것이다.

일본도 과거사 재협상이나 6자회담의 원활한 추진을 조건으로, 한미일 공조를 주장할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데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지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버티기 작전으로 돌입하면, 느슨한 형태의 가입형태를 제안할 것이다. '미일 MD시스템에 공식적 협력'과 '한국형 MD와 미군전력의 상호운용 강화' 정도가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한국은 한미일 MD체계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 THAAD, SM-3, Arrow-2․3와 같은 고고도 미사일만 확보하면 한국형 MD체계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필요도 없는 미국 중심의 MD체계에 가입하거나 가입하는 데 준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미국의 MD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정직이 최선의 방침)"라고 했다. 손익계산서를 분명하게 확인시켜 줌으로써, 한국의 현실주의 정책으로 미국의 현실주의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재영 기자는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미일MD, #미국MD, #오바마 방한, #한미일군사동맹, #미국MD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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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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