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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부산항을 드나드는 여객선에 대한 일괄 점검이 시작됐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경카훼리호의 구명정 점검 모습.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부산항을 드나드는 여객선에 대한 일괄 점검이 시작됐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경카훼리호의 구명정 점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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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듭니다."

부산-제주 간 카훼리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서경카훼리의 장경호 기획영업이사는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이렇게 답했다. 장 이사는 "국민들이 쳐다보는 시선 자체가 안 좋다보니 여객이 많이 줄어들어 이제는 불황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여객선을 향한 고객들의 따가운 시선은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서도 느껴졌다. 단순한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서부터 선박의 선령이나 배도면을 확인시켜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선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걱정을 불식시키는 것이 우선이지만 답변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씻지는 못 한다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탑승객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한국선급이 발급한 안전증서도 내걸었지만 이마저도 못 믿겠다는 고객도 있다. 24일 자신을 예약자라고 소개하며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고객은 "세월호도 한국선급에서 안전검사 통과했다"며 "그 서류 몇 장으로 절대 안전합니다라고 말하지 마시고 실제적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장 이사는 "저희 같은 경우는 시작한 지 1년 겨우 넘은 시점에 직격탄을 맞다 보니 상당히 힘들다"며 "그동안 여객들에게 홍보하고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공든 탑이 무너진 걸 떠나서 배타면 다 죽는 것처럼 이미지가 비춰지니 누가 배를 타려하겠나"라고 울상을 지었다.

'안전 최우선' 공감대 확산... 계속되는 지도 점검엔 고충 토로

부산시, 부산항만공사, 남해지방해양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 지역 선사대표들이 24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해양안전 기관장 및 선사대표 합동간담회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부산시, 부산항만공사, 남해지방해양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 지역 선사대표들이 24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해양안전 기관장 및 선사대표 합동간담회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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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사들의 깊은 한숨은 서경카훼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산항을 드나드는 대부분의 여객선사들이 세월호 침몰사고의 여파를 그대로 받고 있다. 24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해양안전 관련 기관장 및 선사대표 합동 간담회에서는 고충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출 감소다. 흔히 대목으로 불리는 봄철 성수기의 여객 수요가 사라졌고, 이 시기에 몰리는 수학여행 등 학생 단체 여행도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가뜩이나 저가 항공에 고전하고 있는 여객선사들의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거기에 각 행정관청의 지도 점검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승무원들의 피로도도 극에 달했다. 사고 이후 검찰·해경·부산시·항만청 등이 돌아가며 안전 점검을 나오다 보니 며칠째 점검에 응하느라 승무원들은 제대로 쉴 틈도 없을 지경이다. 일부에서는 "점검때문에 과로로 사고나는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누적되어온 문제점을 털고 나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영세하다는 핑계를 통해 안전 보다는 이윤에 초점을 맞춘 영업 방식을 안전을 최우선하는 쪽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한껏 올라간 고객들의 안전기준을 충족시킬 만큼의 자금력이 있는 선사가 얼마나 되는지에는 대부분 고개를 떨군다.

부산-일본 노선을 운영하는 한 국제여객선사의 간부직원은 "대부분의 연안 여객선들은 회사가 영세한데 모든 곳에 국제 여객선에 준하는 기준을 요구할 경우 버텨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간부는 "여러 말을 하고 싶지만 결국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여객선사가 욕을 먹는 입장이 되다보니 쥐죽은 듯 가만히 있자는 게 업계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태그:#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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