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에 동물원과 시민공원이 나란히 개장을 앞두면서 일대의 극심한 교통난이 우려되고 있다. 25일에는 초읍동에 부산권 유일의 동물원 '더파크'가 문을 열고, 다음달 1일에는 1km 남짓 떨어진 곳에 부산시민공원이 개장한다.
도로교통공단이 부산경찰청과 함께 공원 개장 후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실험을 한 결과 평일의 경우 이 지역 교통량이 시간당 최대 14.2% 늘고 주행속도는 1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의 경우는 상황이 심각해진다. 주말은 최대 50%까지 교통량이 느는 것으로 나타났고, 주행속도는 35.7%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루 관람인파만 7만 명 가량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인근 4개 동의 인구인 7만7천명에 버금가는 숫자다. 여기에 야구와 축구 등 스포츠 경기일에 맞춰 인근 사직운동장을 찾는 차량과 시민공원 근처에 밀집한 주말 예식장 하객 차량까지 더해지면 교통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려는 사실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도 동물원 문제는 여야 의원들의 거센 질책을 받았다. (관련기사:
동물원 때문에 식은땀 흘린 허남식 부산시장) 당시 일부 의원들은 동물원을 다른 넓은 부지에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뾰족한 해결책 없는 부산시·경찰... "지방선거 앞둔 무리한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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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부산 삼정 더파크 동물원에서 개장을 하루 앞둔 막바지 주차장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
| ⓒ 정민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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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극심한 교통난이 예고되어 왔지만 부산시와 경찰은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공원 개장에 발맞춰 교통종합상황실을 꾸리고 실시간 교통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시가 내놓은 대책을 살펴보면 공무원들을 동원해 교통 소통을 돕고, 자원봉사자들로 하여금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을 벌인다는 정도다.
경찰 역시 인력을 투입해 교통난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대책의 대부분이다. 경찰은 최근 발표한 교통관리 대책을 통해 공원 인근 연지·부암·하마정 등 주요교차로 16곳에 교통경찰과 협력단체 인원을 집중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동물원으로 진입하는 차량의 분산과 우회를 적극적으로 돕고, 불법 주·정차 단속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으로 교통난이 해소될 것을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인식은 부산시와 경찰 내부에서도 여전하다. 경찰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차량 2부제 실시까지 시에 제안하고 나섰지만 부산시는 2부제로 인한 다수 시민들의 불편 때문에 시행을 주저하고 있다. 부랴부랴 공공기관과 학교 운동장 등을 개방해 1만대 정도의 주차공간을 긁어모았지만 경찰에서는 이마저도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부산시가 결과에 집착해 설익은 성과물을 내보이고 싶어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훈전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주차시설이 미비하고 주변 도로 조성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서둘러 개장을 한다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인들과 임기를 다한 허남식 시장의 업적 과시용이 아닌가란 의혹까지 불러일으킨다"며 "시민의 불편만을 초래할 때이른 개장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랫동안 시민들이 염원해온 공원의 개장은 보여주기식의 행사만 열고 뒷수습을 하는 방식보다 시간을 두고 교통흐름을 파악하는 편이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