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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누구나 종이비행기나 종이배를 한번쯤은 접어봤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렸을 때, 누구나 종이비행기나 종이배를 한번쯤은 접어봤을 거라 생각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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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학 접기가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라디오나 TV를 켜기만 하면 '종이학'이라는 대중가요가 뜸하지 않게 흘러나올 만큼 유행하였습니다. 종이학을 천 마리 접으면 사랑도 이뤄지고, 소원도 이뤄진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양쪽 손가락을 옴지락거리며 종이학을 접고 있는 사람들이 흔하게 보였습니다.

종이학을 접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 누구나 종이비행기나 종이배를 한번쯤은 접어봤을 거라 생각됩니다. 개구리도 접고, 바지저고리도 접고, 손으로 쓴 편지를 넥타이처럼 접어서 건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심심해서 그냥 접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뭔가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실어 하늘로 날리거나 냇물에 띄우느라 만든 사람들도 적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종이접기로 만들 걸 처음으로 본건 종이고깔 같습니다. 안택(굿)을 할 때 동네 할머니가 들고 있던 하얀 신장대, 할머니의 손에서 바르르 흔들리던 신장대도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얇고 하얀 종이를 접고 또 접고 오려서 만든 거였습니다.

최소한의 구김으로 만들어 내는 <불교 종이접기>

<불교 종이접기>(지은이 닉 로빈슨/옮긴이 김지연/도서출판 담앤북스/2014. 4. 14/1만 3800원)
 <불교 종이접기>(지은이 닉 로빈슨/옮긴이 김지연/도서출판 담앤북스/2014. 4. 14/1만 3800원)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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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종이접기>(지은이 닉 로빈슨/옮긴이 김지연/도서출판 담앤북스)는 불교를 상징하는 형상이나 불교 설화에 등장하는 사물이나 동물들을 종이접기로 만들 수 있는 방법과 순서를 자세하게 안내해 주는 가이드북입니다.

책에서는 불교를 상징하는 법라(소라고동으로 만든 피리), 법륜, 불탑, 연화, 보병 등은 물론 물고기, 원숭이, 개구리, 코끼리와 거북이 같은 불교 설화 속 동물에 이어 책상 위의 부처님, 앉아 계시는 부처님, 명상하시는 부처님 모습 등을 종이접기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종이접기는 영어로는 '오리가미(Origami)'라고 합니다. '접기'를 의미하는 '오리(折り, ori)와 '종이'를 의미하는 카미(紙, kami)'가 합쳐진 말인데, 이 속에 그 이상의 어떤 것들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 졌습니다. 그들은 복잡한 기교를 추구하기보다는 최소한의 구김으로 대상물의 영혼을 담아냄으로써 완벽함을 이루고자 합니다. -<불교 종이접기> 6쪽-

언뜻 보기에 종이접기는 꽤나 복잡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종이접기는  눈썰미가 좋고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나 즐길 수 있는 것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종이접기는 최소한의 구김으로 대상물의 영혼을 담아내는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상징물 하나하나의 모양을 종이접기로 만들어 나가는 순서를 아주 간단한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냥 따라 하기만 하면 누구나 어느새 쉽게 만들고자 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구체적인 그림 설명입니다.

종이접기, 취미생활로 즐길 수 있는 명상

주변사람들 중에는 종이접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뜨개질이나 수를 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종이접기나 뜨개질, 수놓기를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잡념을 없앨 수 있어 좋아서라고 합니다.

종이접기나 뜨개질, 수놓기에 집중하다보면 온갖 시름쯤 시나브로 잊고 마음이 평온해져서 좋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부부간의 갈등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됐고, 어떤 사람은 화병을 고치는데 도움이 됐다고도 합니다.

요즘, 일반인들에게 절집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템플스테이'를 실시하는 절들이 많아졌습니다. 짧은 시간동안에 이뤄지지만 템플스테이를 하는 동안에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스님과 차를 마시며 좋은 말씀은 듣는 차담(茶談)도 있고, 조용한 산사 주변을 걸으며 생각에 잠겨볼 수 있는 포행(布行)도 있고, 명상을 경험해 보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어쩌면 산사에서 머문다는 그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명상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조용한 산사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만이 명상은 아닙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며 온갖 잡념을 잊게 하는 종이접기야 말로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도 수시로 실감할 수 있는 명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냥 따라 하기만 하면 누구나 어느새 쉽게 만들고자 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냥 따라 하기만 하면 누구나 어느새 쉽게 만들고자 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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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며 종이접기를 프로그램에 포함하고 있는 절들도 있을 겁니다. 앞서 종이접기를 하고 있는 절뿐만이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이 템플스테이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고 있는 절에서도 <불교 종이접기>가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템플스테이에 활용하면 일석이조의 명상시간 프로그램 될 것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종이접기를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다보면 불교의 상징이나 불교 설화 속 사물이나 동물에 스며있는 의미까지도 새겨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를 마시며 스님으로부터 좋은 말씀을 들으려면 절에를 가야합니다. 풍경소리가 들리는 산사 주변을 조용히 걷는 것도 절엘 가야만 합니다. 하지만 종이접기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틈만 나면 할 수 있습니다.

<불교 종이접기>를 통해서 새기고 익히는 종이접기는 절엘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제한적 명상체험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취미로도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 상시적 명상시간을 가져다 줄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걸 진지하게 기대하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불교 종이접기>(지은이 닉 로빈슨/옮긴이 김지연/도서출판 담앤북스/2014. 4. 14/1만 3800원)



불교 종이접기 -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색다른 종이접기

닉 로빈슨 지음, 김지연 옮김, 담앤북스(2014)


태그:#불교 종이접기, #닉 로빈슨, #김지연, #담앤북스, #종이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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