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영화 포스터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영화 포스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슈퍼히어로'라는 만화 속 영웅이 세상에 나타난 때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였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부패가 만연한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던 이들에게 초인적인 힘을 지닌 슈퍼히어로는 세상의 정의를 지켜주길 원하는 염원이 담긴 존재였고, 그렇게 시대는 영웅을 소환했다. 이후 세계대전과 이념 대립 등 변화하는 사회상을 겪으면서 슈퍼히어로는 다양하게 가면을 바꿔가며 시대의 요구에 응답했다.

9 ·11 테러 사건으로 처음으로 미국 본토를 공격당한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자신들을 지켜줄 영웅을 갈망하는 대중의 심리는 2002년에 뉴욕을 지키는 슈퍼히어로 영화 <스파이더맨>으로 표출됐다.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스파이더맨>은 이후 <배트맨>과 <아이언맨> 같은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가 나오는 초석이 되었다.

뉴욕배경 활강 액션의 묘미 있지만 이야기는 '글쎄'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 이후 마크 웹 감독의 손에 의해 새로이 리부트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최초의 10대 수퍼히어로였던 스파이더맨의 10대 시절을 긴 호흡으로 그렸다. 그러나 이야기는 앞선 3부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힘'을 가지게 된 자에게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힘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른다"를 언급했다면, 마크 웹은 "남을 도울 능력이 되면 도와야 한다"를 들려줬다. 두 편 모두 말하고자 한 바는 힘을 가진 자가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영화의 한 장면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영웅 탄생의 신화라면, 속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영웅이 극복해야 하는 난관을 다룬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처는 언제나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 분)를 괴롭히는 가장 큰 슬픔이다. 전편은 왜 아버지와 어머니는 피터 파커를 버렸는지, 아버지가 연구하던 실험은 무엇인지, 자기에게 주어진 힘의 근원은 무엇인지 등 몇 가지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끝났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전편에서 해답을 주지 않았던 의문을 풀어가면서 어떤 이유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은 부모를 이해하면서 한 걸음 성장한다.

그와 달리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던 처지이지만, 삐뚤어진 길을 걷는 이는 친구 해리 오스본(데인 드한 분)이다. 해리 오스본은 '그린 고블린'으로 변화하면서 스파이더맨과 대칭을 이룬다.

슈퍼히어로는 과거의 상처도 극복해야 하지만, 현재의 약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법. 여자친구인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 분)는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빈틈이다. 전편에서 숙모 메이 파커(샐리 필드 분)가 말했던 "비밀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아마도 이것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그웬의 아버지가 "이 도시에는 네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웬을 위험하게 만들지 마라"고 말한 부탁은 슈퍼히어로가 겪어야 할 비극적인 운명을 압축한다.

전편이 커트 코너스 박사가 리저드맨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생화학테러의 가능성을 은유했다면, 이번에는 전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맥스 딜런/일렉트로(제이미 폭스 분)를 등장시켜 도시의 전기가 일시에 사라지는 '블랙아웃'이 잠재적으로 뉴욕을 공격할 수 있는 테러의 수단임을 경고한다.

강력한 적 일렉트로와 맞선 스파이더맨에게 그웬은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웬은 슈퍼히어로의 약점이면서 동시에 그를 지탱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영화는 풀이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새로운 적 라이노에 맞선 한 소년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전편에서 타워 크레인으로 스파이더맨의 이동을 도와준 장면이 뉴욕의 하나가 됨을 보여주었다면, 스파이더맨이 나타나지 않자 홀로 가면을 쓰고 도시의 적 앞에 나선 소년은 스파이더맨이 도시에 심어준 용기를 상징한다. 스파이더맨은 그렇게 사람들 마음속의 정의를 일깨워준 존재로 한층 두드러진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영화의 한 장면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뉴욕을 지키는 영웅 '스파이더맨'은 특별히 변화를 꾀하기 어려운 처지다. 10대 시절 유쾌함과 우울함이 공존하는 성장의 캐릭터를 <다크 나이트><맨 오브 스틸> 같이 태생을 발판 삼아 어둡게 그리긴 곤란하다. 그렇다고 <어벤져스>를 중심으로 종횡무진 영화 속을 오가는 '마블 유니버스'에 속할 처지도 아니다. 이것은 아버지(마블)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홀로 소니에 입양된 <스파이더맨>이 감내해야 할 또 하나의 슬픈 운명일지도 모른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전통을 계승하듯 언제나처럼 뉴욕의 거리를 자유로이 거미줄로 이동하는 활강 액션의 재미를 보장한다. 그리고 그린 고블린, 일렉트로 등과 맞서 싸우는 스파이더맨의 액션 장면을 링컨 파크, 파크 애비뉴, 타임 스퀘어 등 다양한 뉴욕의 명소를 오가며 보여준다.

블록버스터로의 재미와 뉴욕을 지키는 자경단인 스파이더맨의 매력을 일정 수준 보장하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진 못하다. 그린 고블린과 일렉트로라는 두 명의 악당을 내세우며 다양한 적들의 조화를 추구했으나, 결과는 둘 다 큰 존재감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바로 직전에 개봉한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비교를 면하기 어렵다. 장르적인 진화를 이룬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 비해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지나치게 순진한 영웅담이다. '어메이징'한 것은 사라지고 '스파이더맨'만 남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물론 스파이더맨을 만나면 그만이라는 관객에겐 상관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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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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