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좌완 임지섭이 6회의 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던 23일, LG트윈스에겐 4연패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 왔다. LG의 김기태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물론 올 시즌 LG가 4승1무13패로 최악의 출발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김기태 감독은 작년 시즌 LG를 정규리그 2위로 올려 놓으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던 감독이다.

그런 감독이 시즌 개막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18경기 만에 물러난다는 점은 야구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LG는 조계현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해 당분간 시즌을 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LG의 가을야구 10년 한 풀어준 준비된 초보감독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창단멤버였던 김기태 감독은 누구보다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다. 15년의 선수생활 동안 7번의 3할 타율과 10번의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했던 김기태 감독은 1994년 홈런왕, 4번의 골든글러브 수상 등 지명타자로서 대단히 화려한 업적을 남겼다.

2005년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김기태 감독은 SK와이번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지도자교육을 받았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대표팀 타격코치를 맡아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를 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 LG의 2군 감독과 수석코치를 역임한 김기태 감독은 2011년 10월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박종훈 감독에 이어 LG의 16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LG팬들의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기태 감독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1군을 지도해 본 경력이 없는 '초보 감독'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현역 시절 수비에 거의 참가하지 않았던 지명타자 출신이라는 점도 감독으로의 역량을 의심받았던 이유였다.

실제로 김기태 감독 부임 후 LG는 FA 이택근(넥센 히어로즈)이 팀을 떠나고 주축 선발투수 2명이 승부조작 사건으로 영구제명을 당하며 2012년 8개구단 중 7위에 그친다. 그때만 해도 초보감독의 한계가 드러나는 듯 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는 본격적으로 선수단을 파악한 작년 시즌 LG의 돌풍을 이끌며 트윈스를 정규리그 2위에 올리는 기염을 토한다. 지난 10년의 길었던 암흑기를 이겨내고 LG를 포스트시즌으로 진출시킨 것이다.

전력 보강 못한 상태로 시즌 개막, 승패마진 -9로 추락

작년의 성공에 고무된 김기태 감독은 당연히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구단은 FA와 외국인 선수 선발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고 에이스 레다메스 리즈마저 부상으로 중도하차하는 악재를 겪게 된다.

결국 김기태 감독은 개막전부터 라이벌 두산 베어스의 방출선수인 김선우를 선발로 내보낼 수 밖에 없었고 LG는 18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연승을 해보지 못한 채 최하위로 밀려 나고 말았다.

특히 지난 2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빈볼에 의한 벤치 클리어링 상황이 벌어졌는데 팬들과 언론의 반응마저 LG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며 김기태 감독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급기야 김기태 감독은 '개인사정'을 이유로 2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LG는 경기 종료 직후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LG 야구단 10년의 한을 풀어준 사령탑이 18경기 만에 쓸쓸하게 물러난 것이다.

현재 LG의 전력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원투펀치로 활약해야 할 류제국과 코리 리오단은 아직 1승도 챙기지 못했고 마무리 봉중근은 시즌 개막 후 무실점 행진 중임에도 세이브가 단 2개뿐이다. 타선에서도 1번타자 박용택만이 타율 3위(.369), 출루율 1위(.512)를 달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감독까지 바뀌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LG는 현재 5할 승률에서 9승이 모자란다. 앞으로 9연승을 해야 간신히 중간 정도 올라올 수 있다는 뜻이다. 얼떨결에 LG를 이끌게 된 조계현 감독대행은 과연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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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트윈스 김기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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