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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환하게 빛나던 너희들에게.

얘들아 안녕?
어딘가 너희들은 내 얘기를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펜을 집어 들었어.

어제 불을 끄고 화장실에 들어갔어.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너희가 떠올랐어. 차갑고 음산한 공기, 나를 둘러싼 이상한 느낌들. 이 느낌들이 이상하리 만큼 가까이 다가왔고, 어둠 속에서 울음이 터져버려 소리 내어 울어버렸어.

한참을 울다가 눈물을 참고 거울을 봤어. 어둠 속에서 그리고 그 추위 속에서 두려움에 떨었을 너희들을 생각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 싫더라. 미안하다는 말도 모자라고, 보고 싶다는 말도 할 수 없는 이 언니를 용서해줘.

지난해, 나는 한 고등학교에 교생실습을 나갔었어. 처음엔 많이 두려웠어. 혹시나 순수하지 않은 친구들이 아닐까? 하는. 경험해보니, 그 고민은 정말 할 필요도 없는 고민이었고 마지막 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했었던 기억이 나. 너희들은 그런 아이들이잖아. 소소한 것에도 꺄르르 웃어버리고 작은 아픔에도 크게 공감할 줄 아는. 어른들보다 더 어른 같은 너희들인데 말이야.

글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이 언니도 그랬어. "요즘 아이들은"이라는 말로 너희들을 싸잡아 이야기 했었어. 그래서 참 부끄러웠어. 언니도 이 어른들과는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한없이 부끄러워졌어. 너희들은 항상 어른들의 말을 들으려 노력했고,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고, 어른들과 함께 소통하고 싶어 했지만, 어른들이 그리고 이 사회가 가로 막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어.

많은 어른들의 미숙한 행동으로 많은 고통을 받은 너희들. 우리가 함께 이야기하면서 너희들에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면 어땠을까. 조금만 더 물어봐줬다면, 조금만 더 들어줬다면, 그리고 너희들과 함께 이야기했다면. 왜 이런 걸 이제야 깨달았을까.

어른들이 알려준 모든 사실이 진실이자 신념인 것마냥 그리고 꼭 지켜야 하는 의무처럼 느끼게 한 우리의 가르침을 용서해줘. 너희들의 생각과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틀린 것으로 치부 되지 말아야 함을 이제 깨달은 우리들을 용서해주렴.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증을 손에 꼭 쥐고 있었던 너희들. 가족들이 힘들까 마지막까지 생각해주는 너희의 마음을 우리가 어떻게 모르겠니. 너희를 짓누르는 그 부담감을 모두 우리에게 놓아두고 떠나렴. 나쁜 어른들이 너희들 마음을 할퀴고 아프게 했을지라도 엄마 아빠의 마음도 아프게 했을지라도.

하지만 얘들아. 아직은 너희를 위해 기도하는 우리의 가족들을 잊지 말아줘. 이제 너희 대신 우리가 많이 아파할게. 그리고 너희 부모님들을 보듬어 드릴게. 걱정 말아.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을 보내기 전 마지막 여행을 기대하며 설렜을 너희들. 그런 너희들 앞에 이런 상처를 주어서 정말 미안해. 얘들아. 너희가 간 그 세상은 여기보다는 더 좋은 세상이라고 감히 말해줄게.

나는 있잖아. 꼭 너희에게 약속할게. 이 언니 오빠가 커져있을 이 세상은 너희가 보기에 조금 더 좋아져 있을 거라고. 우리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너희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귀 막아 버리는 게 아니라 함께 이야기하는 친구가 될게.

잊지 않을게. 너희의 그 아픔과 고통 그리고 슬픔을.


태그:#세월호, #단원고,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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