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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이전 세월호의 모습.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이전 세월호의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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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가 9일째로 접어들면서 사고의 근본 원인을 놓고 다양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운행사인 청해진해운은 폐선 직전의 배를 들여와 무리한 증축을 거쳐 운행했고 정부의 안전관리 시스템에는 전반적으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사고 초기에는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배를 떠난 선장에게 책임이 쏠리는 분위기였지만, 점차 정부당국과 선박 업체의 실책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영업이익 극대화 위해 '과다화물' 실어 

청해진해운은 이번에 침몰한 세월호를 운영하는 선박업체다. 지난 1992년에 사업을 시작해 2003년에 인천-제주항로에 6000톤급 여객선을 띄웠다. 현재는 이 항로를 독점하고 있지만 인천-백령도, 여수-거문도 등 다른 항로의 경쟁이 치열해 부채비율이 400%가 넘을 정도로 경영 성적은 썩 좋지 않다.

세월호가 이 회사 소유가 된 것은 지난 2012년 10월.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18년 동안 여객선으로 운행됐던 세월호를 116억 원에 수입해 객실을 증설하는 등 배 구조를 고쳤다. 804명의 여객을 태울 수 있었던 배는 증설 후 탑승인원이 921명으로 늘었고 무게는 230톤 이상 증가했다.

건조 당시의 설계와 배 구조가 상당부분 달라지면서 배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다. 우선 배의 무게중심이 11.27m에서 11.78m로 51cm 높아졌고 적재 가능한 화물 무게도 구조변경 전 2437톤에서 987톤으로 급감했다.

배의 복원성을 유지하기 위해 넣어야 하는 '평형수'는 기존 1023톤에서 2배 가량 증가한 2030톤이 필요하게 됐다. 복원성은 배가 기울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능력을 말한다.

세월호 구조변경 심사를 맡았던 한국선급은 복원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화물을 987톤 이상 실으면 안된다고 진단했지만 사고 당시 세월호에 실린 화물 총 무게는 그 세 배 이상인 3608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는 복원성을 잃으면 좌우로 전복되기 쉽다. 선장의 통솔 문제를 떠나 애당초 과다 화물이라는 '폭탄'이 배에 탑재돼 있었다는 얘기다.

청해진해운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과도한 화물을 실으면서도 인건비는 비정규직 선원 채용 등을 활용해 알뜰하게 줄이는 경영을 했다. 세월호 승무원 29명 중 15명이 6개월에서 1년짜리 계약직이었고, 월급도 다른 선박회사에 비해 60~70% 수준으로 낮았다.

허술한 운항관리...배경은 해수부 '낙하산'

어떻게 규정보다 3배 이상 과도한 화물이 배에 실렸는데도 세월호는 출항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화물을 더 싣는 대신 복원력 유지에 필요한 평형수를 제거했을 거라고 주장한다.

16일 오후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승객에 대한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6일 오후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승객에 대한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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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형 선박의 외벽에는 선체가 수중에 잠길 수 있는 최대 깊이를 나타내는 '만재흘수선'이라는 기준이 그어져 있는데 이 선보다 선박이 물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출항 자체가 불가능하다. 세월호는 이 선을 맞추기 위해 늘린 화물만큼의 평형수를 뺐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운항이 가능했던 이유로는 허술한 선박 운항관리가 원인으로 꼽힌다. 원래는 해운조합에서 현장검사를 통해 배의 화물 적재량, 선원 수, 승객 수 등을 점검하도록 되어 있다. 이번 세월호의 경우 이아무개 선장이 그같은 사항들을 허위로 적어서 제출했지만 해운조합이 현장점검 없이 출항 승인을 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전반적인 감독 해이의 배경으로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지목된다.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에 대한 관리감독권은 해양수산부에 있지만 이들 민간업체들은 해양수산부 출신 퇴직 간부가 재취업하는 곳이라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3일부터 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을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들을 소환조사 중이다.

폐선급 선박, 여객선으로 둔갑시킨 MB정부 규제완화

정부의 규제완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원래는 최대 20년이던 여객선 운행가능 선령을 정부가 최대 30년으로 늘려주면서 폐선되어야 할 세월호가 버젓이 국내에서 영업선으로 둔갑했다는 지적이다. MB정부는 지난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을 이같이 개정했다.

세월호의 선령(배 나이)을 보면 이런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통상 여객선의 퇴역시점은 건조 후 20년 정도. 세월호는 선령이 18년일 때 국내로 도입됐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주지 않았다면 이같은 영업은 불가능했을 거라는 계산이다. 청해진해운이 금감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업체는 이 배를 10년 이상 더 쓸 계산으로 객실을 늘리는 등 대대적인 증설공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해양수산부의 '규제개혁 추진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안지역을 운행하는 선박에 대한 정부의 안전관리 규제는 앞으로 더 느슨해질 전망이다. 원래는 선장에게 배의 안전관리체제를 검사해 보고서를 작성할 의무를 지웠었지만 지난해 6월부터는 관련 규제가 폐지됐다.

현재는 선박회사가 임명한 안전관리책임자가 한 달에 한 번 배를 방문해 점검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선박회사가 배를 구입했을 때 받는 최초 인증심사 절차도 축소됐다.

선장이 휴식할 때 1등 항해사 등 다른 선원들이 선장 업무를 대행하는 것도 내년 1월부터는 전면 허용된다. 이번 세월호 사고 당시 이아무개 선장은 출항 후 12시간 중 7시간 이상을 경력 4개월의 3등 항해사에게 맡겨두고 침실에서 보낸 것으로 밝혀져 비판을 샀다.  


태그:#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사고, #해양수산부,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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