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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는 학교폭력, 왕따를 어떻게 줄였을까? 최근 진주외국어고등학교(사립)에서 학교폭력으로 2명이 사망하고, 광주에서는 '왕따'로 중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스웨덴의 교육정책을 알아 볼 수 있는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경남교육포럼(대표 박종훈)은 23일 오후 창원 용호동 소재 '소리고을'에서 "학교 폭력, 새로운 모색"이라는 주제로 '교육정책포럼 해외전문가 초청세미나'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스웨덴 교육부국장과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을 지낸 황선준 박사와 그의 부인인 황레나(스웨덴 청소년 카운슬러)씨가 강연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대응이 매우 많아"

황선준 박사는 "지금 한국에서는 왕따와 학교폭력이 정말 엄청나게 많고 만연해 있다"며 "그런데 사회적으로 볼 때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사소하게 본다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왕따를 당하는, 폭력을 당하는 학생은 그야말로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자살하는데, 어른들은 그럴 수도 있다고, 아주 안이하게 생각한다. 더 심한 것은 적반하장이다. '맞을만 하니까 맞았지'라거나 '맞은 학생이 바보다'고 말하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학교기관에서도 이런 문제에 침묵하고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경향이 엄청나게 강하다. 교육감은 학교폭력 빈도를 교장의 업무평가 자료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학교폭력에 대해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학교폭력) 대응에 전문성이 부족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대응이 매우 많다."

경남교육포럼은 스웨덴 교육부국장과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을 지낸 황선준 박사(왼쪽)와 황레나 스웨덴 청소년 카운슬러를 초청해 23일 오후 창원 의창구 용호동 소재 ‘소리고을’에서 “학교 폭력, 새로운 모색”이라는 주제로 ‘교육정책포럼 해외전문가 초청세미나’를 열었다.
 경남교육포럼은 스웨덴 교육부국장과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을 지낸 황선준 박사(왼쪽)와 황레나 스웨덴 청소년 카운슬러를 초청해 23일 오후 창원 의창구 용호동 소재 ‘소리고을’에서 “학교 폭력, 새로운 모색”이라는 주제로 ‘교육정책포럼 해외전문가 초청세미나’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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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의 자살 사례를 소개한 황 박사는 "왕따를 당한 학생이 담임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그 담임은 전체 반 학생들을 무릎 꿇였던 것"이라며 "너무나 안일하게 벌을 주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황 박사는 "학교폭력의 가장 큰 원인은 경쟁위주교육"이라며 "경쟁에서 떨어져 나간 학생들이 자신의 존재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인데, 그런데 교육당국은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고 게임이나 다른 문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니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장난에 대해서도 아주 즉각 대응해야"

황레나씨는 "학교에 있는 전문상담사와 교장, 교사들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스웨덴에서는 1979년 가정에서도 체벌을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졌고,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체벌은 절대 금지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폭력을 절대 쓰지 않는 전통이 있고, 가정에서도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이러한 전통이 학교에서는 왕따라든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는데 하나의 큰 자산이 되고 기초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의 '차별금지법'과 '교육법'을 언급한 그는 "모멸감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법에서 다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누가 왕따를 당했는가? 누가 모멸감을 받았는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학생이다. 학생이 모멸감을 느꼈다면 학교가 대책을 강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런 내용이 법에 명시되어 있다. 학교에서는 어느 누구도 모멸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해놓았다."

"학교에서는 교장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교장은 다른 교사나 교직원들로 구성된 '팀'의 도움을 받는다. 조그마한 일이라도 교장한테 신고해야 하고, 교장은 지방정부 담당국장한테 보고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을 절대로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 또는 그들의 부모한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예방을 강조했다. 황레나씨는 "학교폭력, 왕따, 모멸감을 주는 모든 행위는 예방되어야 한다"며 "학교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아주 주도면밀하게 모니터링 해야 하고, 좋은 학교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구성원들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조사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교육포럼은 스웨덴 교육부국장과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을 지낸 황선준 박사(왼쪽)와 황레나 스웨덴 청소년 카운슬러를 초청해 23일 오후 창원 의창구 용호동 소재 ‘소리고을’에서 “학교 폭력, 새로운 모색”이라는 주제로 ‘교육정책포럼 해외전문가 초청세미나’를 열었다.
 경남교육포럼은 스웨덴 교육부국장과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을 지낸 황선준 박사(왼쪽)와 황레나 스웨덴 청소년 카운슬러를 초청해 23일 오후 창원 의창구 용호동 소재 ‘소리고을’에서 “학교 폭력, 새로운 모색”이라는 주제로 ‘교육정책포럼 해외전문가 초청세미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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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교 복도에서 교사나 어른들이 지나갈 때 학생들이 장난칠 경우 싸우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장난에 대해서도 아주 즉각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방책과 관련해, 그는 "학생과 교사는 정기적으로 왕따, 학교폭력에 대해 세미나와 강연, 연수를 받고 토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그는 "피해 학생은 대화와 상담으로 상처를 치유해야 하고, 가해학생도 상담과 관심, 사랑으로 선도해야지, 퇴학·전학은 절대 금지"라고 강조했다.

가해, 피해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고,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고 했다. 또 황레나씨는 "많은 학생이 담임과 좋은 관계로 있으면 문제는 생겨나지 않는다"며 "담임과 대화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전문상담팀과 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멸감 주지 않았다는 증거 학교가 제시해야"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황선준 박사는 "스웨덴에서는 학생이 모멸감을 받았다는 증거를 제시하도록 하는 게 아니고, 학교가 학생은 모멸감을 당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내어야 하며, 교장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그만큼 법은 단호하다"고 소개했다.

가해, 피해 학생을 다른 반으로 분리하느냐는 질문에, 황 박사는 "그렇지 않다. 그 반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다른 반으로 옮겨 가더라도 다시 문제가 생기고 해결될 수는 없다"며 "학교에서도 폭력과 왕따에 대해 즉각 대응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정교육도 강조했다. 황 박사는 "형제간에도 서로 명령하거나 통제하는 것은 절대로 없다"며 "한국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많은데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도 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스웨덴에서 학교폭력이 적은 이유는 가정교육 때문이라 본다. 가정에서 인성교육,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되어 있어야 한다. 스웨덴에서는 유아학교가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아주 어릴 때부터 따돌린다든지, 손가락질 하는 일은 아주 철저하게 방지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은 가정교육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유아학교도 제대로 없으며, 남을 밀치면서 올라가야하는, 철저한 경쟁의식이 문제다."

경남교육포럼은 스웨덴 교육부국장과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을 지낸 황선준 박사(왼쪽)와 황레나 스웨덴 청소년 카운슬러를 초청해 23일 오후 창원 의창구 용호동 소재 ‘소리고을’에서 “학교 폭력, 새로운 모색”이라는 주제로 ‘교육정책포럼 해외전문가 초청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은 박종훈 대표가 강사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경남교육포럼은 스웨덴 교육부국장과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을 지낸 황선준 박사(왼쪽)와 황레나 스웨덴 청소년 카운슬러를 초청해 23일 오후 창원 의창구 용호동 소재 ‘소리고을’에서 “학교 폭력, 새로운 모색”이라는 주제로 ‘교육정책포럼 해외전문가 초청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은 박종훈 대표가 강사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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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나 교사의 '사랑의 매'에 대해, 황 박사는 "사랑의 매는 없다고 본다"며 "부모들이 화가 나서 그렇게 하는 것이지 아이를 고치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본다. 학교에서도 진짜 사랑을 가지고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스웨덴에도 학생 자살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며 "가정 등 다른 문제로 자살 사건이 생기는 경우는 있어도, 학교폭력이나 왕따 탓에 그러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박종훈 대표는 "우리 선생님들은 정신적, 물리적 여유가 없는 것 같고, 하나 해결해 놓고 나면 다른 문제가 생길 정도다"며 "우리나라는 암기식·주입식 교육이 가장 큰 문제로, 토론·협력수업 형태로 바뀌어야 하고, 현재의 학력평가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그:#황선준 박사, #경남교육포럼,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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