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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실종자 가족과 온 국민이 그토록 염원한 '기적'은 아직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명 피해 단 한 명도 없게 하라"고 명령했는데, 어떻게 단 한 명도 살려내질 못했단 말인가?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 국민을 더욱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게 한 것은 사고 수습과정에서 나타난 상식 이하의 행태들이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이 나라가 얼마나 무능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보수언론에서는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와 박 대통령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모든 책임을 선장 등에게 전가하고 있다. 자신들은 할 일을 다 하려고 했으나, '아래 것'들이 제대로 하지 못 했다는 식이다. 아직도 조사하고 있는 승무원들에 대해서 대통령은 아예 '살인자'라는 딱지를 붙여 국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훼손했다.

단원고 학생만 실종된 게 아니다. 실종자 중에는 승무원도 포함되어 있다. 그 가족들도 현장에서 애타게 구조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승무원들을 '살인자' 취급 하니, 실종된 승무원 가족들은 얼마나 좌불안석일까.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아예 '박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공영방송들은 물론이고 종편까지도 박 대통령 띄우기와 지키기에 발 벗고 나선 형국이다. 정부와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귀담아 듣기는커녕 색깔 논쟁과 이념 논쟁으로 덧칠하려 한다. 정부에는 책이이 없는 양 호도한다. 

그렇다면 묻자. 왜 대통령이고, 왜 정부인가? <조선일보>는 19일 자 사설 '대한민국 정부에는 대통령 한 사람 뿐인가'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대통령 1인만 있고 책임지고 일하는 관료는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이 실종자 가족은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다들 잘못하고 있지만, 대통령 1인 만큼은 잘하고 있다는 투다. '대통령 1인'은 사고 이후 무엇을 했는가? 아니,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있었을가? 보고나 받고 화만 내면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는 것인가?

대통령 1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게 아니다. 국가 통치권자로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나라가 이런 상황이니, 국가 통치권자가 지혜롭게 수습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달라는 것이다.

만일, 사고 이후 박 대통령이 그곳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머물며 사고수습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이미 지나가 버린 기회지만, 전 국민의 지지를 한몸에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오늘(23일),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나 국가안보실이 그 역할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말은 "청와대는 책임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책임질 곳은 따로 있다는 건, 이미 박 대통령이 승무원과 공무원을 강하게 비판한 일에서도 잘 드러났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한탄하는 것이다.

진도로 내려가 '허튼 짓'하는 이들이나, 막말을 쏟아내 입방아에 오르는 정치인이나, 막말로 실종자 가족들과 죽음을 욕되게 하는 '일베충'이나, 온 국민과 나라를 미개하다고 여기는 이나, 색깔 나누기 이념 논쟁에 열을 올려 국민의 가슴을 헤집는 이들과 청와대의 행동은 뭐가 다른가? 아직 실종자 구조작업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고의 원인이 다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를 피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 아찔하다.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수준이 이 정도라면, 전쟁이라도 난다면 이 나라가 제대로 통제될 수 있을까? 이번 사고를 통해서 국민이 학습한 것은 '각자 알아서 살 것!'이 아닌가. 책임 전가에 급급한 정부나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유체이탈 화법'의 극치를 본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에서 자주 경험했던 일이 아닌가?

도대체 당신들이 책임질 것이 없다면, 당신들이 국록을 먹고 살아갈 이유는 무엇이며, 국민의 혈세로 호의호식하며 그 자리에 있을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국민을 위해서, 이 나라를 위해서 책임지고 일해달라고 그 자리에 앉혀놓은 것이 아닌가?

어쩌면, '국민은 무슨 개뿔, 내가 노력해서 이 자리에 오른 거지'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국민을 지키는 데는 무능하다. 그러나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는 아주 탁월하고 능숙하다. 그러니 어떻게 당신들을 믿으란 말인가? 그런 행태를 보이면서도 여전히 당신들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이 종북좌빨이고 불순분자란 말인가? 제발, 지금이라도 귀를 기울이고 정신 좀 차리라. 국민의 인내심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하는 중인가?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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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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