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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이라 일찍 귀가하는 중. 고교생들 모습이 보인다.  싱그럽고 예쁘다.  젊음만으로도 싱그러움이 되는 그들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쳐다봤다. 세월호에서 기다리라고 했다고 구명조끼를 입고 얌전히 책상 아래 웅크리고 앉아 있거나 침몰하는 배의 창문에  매달려 밖을 바라보는 아이들 사진이 겹쳐져 가슴이 답답해 온다.

사고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 아이들도  시험을 치르고 일찍 집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아직도 많은 아이들의  생사조차 모르는 채 부모들은 애간장이  다 녹아내리고 있다. 

세월호로 희생된 분들을 애도합니다.
▲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세월호로 희생된 분들을 애도합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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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아이들아, 정말 미안하다. 이런 대한민국에 살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재난의 원인도 돈에 눈먼 어른들이 제공했고, 너희들의 그 참혹한 희생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어른들이 자초했다.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과 도덕성 결여와 탐심이 너희들을 희생자로 만들었구나."

고의나 불찰에 의한 인재가 아닌 이상 천재지변과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형 사고에 대처하는 방식만큼은  달랐어야 한다.

사실 교훈은 충분했다. 교훈에 대한 반성과 성찰, 적절한 대책이 없었을 뿐이다. 우린 불행히 이미 천안함 참사도 겪었고, 대구 지하철 참사 등 대형 참사를 겪었다.  이웃 나라의 원전 사고, 장애인과 빈곤 층 등 복지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사고 등  재난을 겪을만큼 충분히 겪었다. 그런 대형 사고들은  정부와 관계부처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안전망을 만들RJH 재난에 대처해 가야 하는지 알려주기 충분했다.

아넌 불감증과 책임회피 더 이상은 안된다.
▲ 책임은 정부에서부터 져야한다. 아넌 불감증과 책임회피 더 이상은 안된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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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해도 세 모녀의 비극적인 죽음,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사회적 타살, 활동보조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은 송국현씨 등 얼마든지 예방 가능했던 죽음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그 모든 것이 사회 안전망과 재난 대책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만일 천안함 참사를 철저한 교훈으로 받아들여 반면교사로 삼았더라면 이번 세월호에서 이렇게 참혹하게 희생자를 잔뜩 만들어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대형 화물선이나 여객선이 재난을 당했을 때 정부와 관계부처가 수백 명의 희생을 그저 바라보는 수준이라면 국민들이 세금을 내면서 국가나 제도에 의존할 것인가.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마다 대책본부가 그저 우왕좌왕 하느라 생명을 구하지 못해 수많은 이들이 희생당한다면  국가가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사고는 사고 당사자들만의 사고가 아니다. 사회 구성 체계가 긴밀하게 연결 되어 있고 사고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가 당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공동체와 구성원 모두 재난이나 사고에 긴밀하게 대처해 희생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해 뒀어야 한다.

장애인인  고 김주영씨가  겨우 5분 화마를 피하지 못해 죽음을 맞은 지 1년 만에 송국현씨 역시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다. 천안함 사건의 비극을 잊은 듯 이번에는  세월호에서 더 많은 이들이 희생당했다.

정부와 관계 부처의 도덕적 헤이와 임기응변식 대처, 사고가 일어났을 때만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다 금세 잊어버리는  시민들의 재난과 사고에 대한 안전 불감증이야 말로 참사를 반복되게 만든 원인일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존재라고 한다. 참혹한 기억일수록 빨리 잊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는 법이다. 이 비극을 끝으로 국민 모두 안전 불감증으로부터 깨어나야만 한다.


태그:#세월호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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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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