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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발표한 '갑상선암 건강검진 서비스제공을 위한 근거창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갑상선암 초음파 검진에 우리 국민들은 연간 최대 4000억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살펴보면 2011년 국내에서 21만8017건의 암이 새로 발생했는데, 갑상선암이 남녀를 합쳐 4만568건(전체 18.6%)으로 1위를 기록했다.

발생건수로 보면 남자는 7006건으로 남성 암 중 6위, 여자는 3만3562건으로 여성 암 중 1위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29.7%로 가장 많고, 50대 (28.6%), 30대(19.5%)가 뒤를 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하게 걸리는 암이 바로 갑상선암인 것이다.

의사연대 "갑상선암 초음파·검진 중단" 주장 촉발

갑상선암이 최근 의료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가 "갑상선암은 잘못된 의료정책에 따른 과다진단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무분별한 갑상선 초음파 건강검진을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대한갑상선학회 정재훈(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사장은 "초음파 검사를 통해 갑상선암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의 이득을 보게 될 상당수 환자의 권리를 국가나 일부 단체 누구도 막을 수는 없다"며 의사연대의 주장을 반박했다.

왜 이들은 갑상선암을 갖고 논쟁을 펼칠까. 의료계 일각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립암센터에 의뢰한 '갑상선암 가이드라인' 연구결과 도출을 앞두고 논쟁이 불거졌다고 관측하고 있다. 의사연대가 갑상선암 가이드라인 발표에 앞서 갑상선암의 과잉진단·진료 문제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갑상선암 검진 가이드라인을 올 6월경 발표할 예정이다.

의문을 제기하는 측에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발표한 '갑상선암 건강검진 서비스제공을 위한 근거창출 연구'보고서가 보건복지부가 원했던 답을 제시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까지 갑상선암 선별검사의 유용성을 가릴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또 "향후 지속적인 연구수행을 통해 우리나라 갑상선암 선별검사의 체계 및 진단기준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갑상선암 선별검사 알고리즘을 체계화해 관련 지침 개정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고서에서 결론이 나오지 않자 국립암센터에 갑상선암 문제를 연구토록 했고, 의사연대가 갑상선 가이드라인 발표에 앞서 사전작업을 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의사연대에 참여한 국립암센터 서홍관 교수는 "국민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갑상선 과다진단을 방지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 교수는 "10만 명 중 검진을 통해 갑상선암으로 판명돼 사망에 이를 사람은 2명 정도인 것이 갑상선암"이라며 "9만9998명이 불필요하게 조직검사, 수술을 하고 있는 폐단을 없애야 함을 주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 갑상선치료와 관계없는 진료과 의사들이 나섰다며 반발하고 있는데 우리는 치료가 아닌 검진과정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치료는 해당 진료과 전문의에 맡겨야한다"고 밝혔다.

"정부, 보험회사 암 상품서 아이디어 얻었나?"

갑상선암은 여성암 발병률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생존율이 높고 예후가 좋아 '착한 암'으로 불린다. 진단기술 발달로 간단한 초음파검사를 통해 알 수 있어 대학병원 갑상선센터에서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권하고 있다. 무증상일 경우 굳이 검진 시 진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사연대의 주장이 틀린 것인가.

익명을 요구한 대형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정기검진을 받지 못할 경우 5년 생존율이 0%인 갑상선역형성암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겠는가"라며 "증상이 없다고 갑상선치료를 방치하면 착한 암인 갑상선암이 '무서운' 암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홍관 교수는 "갑상선 조직에서 유래하는 암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두상 암'이라면 수술 없이 관찰이 가능하다"며 "외국에서는 무증상 환자에게 검진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보건복지부가 '4대 중증질환 의료보장 확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예후가 좋은 갑상선암 지원 재정을 축소하고자 한다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5년간 8조9900억 원을 투입해 4대 중증질환 의료보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갑상선암 과다진료 주장에 반대하고 있는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는 보험재정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4대 중증질환 보장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재원조달이 쉽지 않자 만만한 갑상선암을 손대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의사들이 갑상선암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현실과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미 보험업계에서는 2007년부터 갑상선암 보험지급금을 100%에서 10%로 감축했다"며 "정부가 보험회사 암보험 상품을 연구해 이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일은 없지만 보험회사 암보험상품을 유심히 관찰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보험회사들은 갑상선암과 함께 예후가 좋은 유방암, 자궁암, 남성전립선암 보험지급률을 대폭 낮추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힐뉴스(www.healnews.com)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갑상선, #의시연대, #복지부,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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