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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왜 필요한가? 철학은 형이상학이 아니다. 뜬구름 잡는 게 철학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가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최소한의 기본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철학이 개똥철학이면 안 된다. 자기만 옳다고 하는 철학이면 안 된다. 그 철학은 최소한의 보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공공선에 합치되는 철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중시, 인권존중, 평등, 사회복지 등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선(善)이 그 철학 속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장의 철학은 무엇일까? 경찰의 철학은 무엇일까? 정치인의 철학은 무엇일까? 선생님의 철학은 무엇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 않다. 모두 타인을 향하는 철학이면 된다. 타인의 생명, 타인의 안전, 타인의 복지, 타인을 향한 사랑 등 함께 사는 이 세상을 위하는 철학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한민국에는 이런 철학이 존재하는가 묻고 싶다. 엄청난 형이상학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측은지심의 눈으로 남을 바라만 보아도 이 철학은 완성된다.

이러한 철학은 주인의식과도 관련이 있다. 자신이 주인이라면 나름대로 철학을 가지고 일을 처리한다. 철학이 있는 선장은 승객 수백 명을 남겨두고 배를 빠져나오지 않는다. 철학이 있는 경찰은 아직 바닷속에 수백 명이 있는데 80명이나 구했으면 많이 구한 셈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철학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재난 현장에 가서 기념촬영을 하지는 않는다. 철학이 있는 선생님이라면 제자를 부모님보다 더 보살피고 사랑한다.

니체는 노예로 살지 말고 주인으로 살라고 외쳤다. 신은 죽었으니 더는 신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실존을 찾으라고 외쳤다. 니체가 말하는 신은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기독교의 잔존들이다. 하나님의 권위를 빌어 신도를 위협하는 거짓 기독교인들 말이다.

둘째는 근대 이후 오만무도하기 이를 데 없는 이성의 신이다. 이성에 대한 맹신이 우리를 또다시 속박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고 니체는 주장했다. 마지막은 물신(物神)이다. 발달해가는 자본주의 속에서 우리는 물질 숭배의 우상 속에서 헤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밥버러지로 산다면 그 사람은 노예이다. 그래서 밥과 철학은 대비된다. 선장, 경찰, 정치인, 교사 모두 밥을 먹고 산다. 그러나 밥을 먹는데도 품위가 있는 법이다. 그 밥에만 관심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철학이 스며들 여지는 없다. 사람이 밥을 안 먹고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밥에 매달리면 노예이다. 품위 있게 밥을 먹는 주인으로 살고 싶다면 자신의 직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위버맨쉬! 초인이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긍정과 사랑 그리고 세상에 대한 책임으로 채워가는 사람이 위버맨쉬, 즉 초인이다. 니체는 당시의 세상이 허무주의로 휩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기에 자라투스트라 같은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약자의 도덕, 노예의 도덕을 버려라! 나는 나니까! 굴종과 비루함을 버리고 자신 스스로 두 발을 땅에 굳건히 딛고 높은 이상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산 일생을 마칠 무렵 우리는 이렇게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생이었더냐! 자, 그렇다면 다시 한 번!"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사는 완벽한 초인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자신의 삶과 이 사회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실천하면서 살아야 우리 모두 대한민국의 사회적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고, 그런 사회가 되어야 우리의 꿈도 희망도 달성할 수 있다. 대한민국 힘내자!


태그:#김재훈, #인문학 교실, #철학칼럼, #세월호,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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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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