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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는 2008년부터 2년 동안 국제기구의 실험이 있었다. 주민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매월 일정 금액의 돈을 주는 '기본소득'을 실시한 것이다. 이 실험 결과로 빈곤문제가 상당히 개선됐고, 우려했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없었다. 오히려 경제활동이 늘고, 교육,의료 등의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기본소득은 현금뿐만 아니라 현물로도 제공할 수 있다. 사회구성원이 지불해야 할 금전적인 부담을 없애거나 줄여 경제적인 여유를 갖게 하는 것도 기본소득 범위에 들어간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급식이 그렇다.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가의 허술한 복지체계 등으로 어려운 사람이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정당성과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몇몇 전문가들이 견해를 밝혀왔다.  타당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으로 나뉘지만, 논의가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기본소득에 대한 공감대는 점차 넓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 청'소'년네트워크(기청넷)의 운영을 맡은 성이름(25. 대학생)씨와 사회적경제가 주류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하는 백희원(28. 대학원)씨를 지난 18일 서울 마포 나무그늘 마을카페에서 만났다.

"스위스에서는 기본소득 두고 곧 국민투표"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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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강제철거에 반대하며 홍익대학교 인근 두리반식당에서 농성하는 사람들이 (기본소득) 학술모임을 한다는 걸 알고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 기본소득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기본소득을 받는 것에는 긍정적이면서도 재원 마련에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들이 많다."

- 토지세나 환경세 등의 세금을 만들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모든 세금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데, 기청넷에서 재원마련 부분에 대한 연구는 아직 하지 않았다. 시작한지도 얼마 안 되었고, 역량이 안 된다. 재원 마련 방안은 강남훈 한신대 교수(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의 연구자료가 있다. 사람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위해 어떤 논의를 할지, 작은 숫자(회원)로 효과를 낼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 전면 실시보다는 단계적으로 어려운 계층부터 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
"점차 확대한다는 의미는 있겠지만, 선별이라는 것은 기본소득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또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기에 전면 실시가 맞다. 모두에게 보편적 복지를 느낄수 있게 해야지, 선별적 복지는 행정적인 낭비와 또다른 차별을 만든다."

- (국민연금처럼) 기금을 만들어서 실시하는 방안은?
"어디서, 얼만큼, 누구에게 나눠줄까를 논의하고 합의를 거쳐 가치를 먼저 공유하는 게 기본소득의 매력 중 하나다. 스위스에서는 국민발의를 통해 기본소득을 헌법에 넣는 국민투표가 열릴 예정이다. 투표를 먼저 하고, 재원 마련은 그 다음에 논의하자고 한 것은, 기본소득 필요성을 서로 공감했기 때문이다."

- 기본소득도 복지로 볼 수 있는데, 돈을 주는 것보다 복지체계를 강화하는 건 어떤가.
"복지를 강화하는 것은 완전고용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완전고용은 어렵기 때문에 기본소득으로 가야한다."

- 기본소득을 주면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데.
"식료품의 인플레보다는 사치품에서 그럴 수 있다. 삶의 질은 무엇으로 구성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통, 통신도 무상으로 하자는 이야기가 있다. 서로 공유하고 관계를 맺는 인프라는 기본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을 맡고 있는 백희원(왼쪽),성이름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을 맡고 있는 백희원(왼쪽),성이름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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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의 경제력이 약하고 재원 없이도 실현된 사례가 있는지.
"아프리카 일부, 인도에서 국제기구들이 실험적으로 했었다. 결과는 좋았지만 외부 지원이 끊기면서 지속되지 못했다. 국가에서 진행하지 못했다. 독일에서는 복지를 위한 세율이 높기 때문에 가능하고, 알래스카는 석유라는 자원이 있어서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렵다고 하는데, 돈이 생겨서 나눠주는 게 아니라 돈이 도는 선순환 구조를 제시하는 것도 재원을 마련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서로의 삶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돈이 돌아갈 테니 재원 마련이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 기본소득이 일자리 나눔으로 이어지면 개인시 등에 여유가 생길 텐데.
"마을공동체와 같은 공간도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지금도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은 생기는데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은 수입이 늘어도, 휴식시간이 없다."

- 다른 단체와 네트워크 연결은 어떻게 하나.
"사회문제을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을 나누고 '노 머니(No Money) 경제', 기본소득이 말이 안 된다는 사람들까지도 포괄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 포럼을 만들면 좋겠다. 정치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이 적고, 불신도 크다. 그래도 이야기할 공간은 필요하다. 세대운동을 하자는 것은 아닌데, 주로 청년이 있는 단체들과 교류한다."

- 사회적경제와 기본소득의 관련성은 있는가.
"일단 기본소득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기본소득을 받으면 '사회가 나를 믿고 있구나'라는 시민의식이 생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사회적경제 안에서는 협동조합이 조금 더 기본소득에 대한 가치가 공유되고 연결고리가 되는 것 같다."

- 기본소득에 대한 홍보는 어떻게 하는가.
"20~30명씩 모여서 책 읽고 공부하는 세미나를 진행한다. 그 외 영화 번역을 통해서 기본소득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쉽게 볼 수 있게 한다. 간담회를 열어서 기본소득에 포함된 가치를 더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알리고 싶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활동과 일을 하면서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갈등이 단체 안에서도 있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진로를 결정해야 할 시기라서 고민이다. 단체의 영향력이 약해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6개월에 한 번씩 총회를 열어 임원을 뽑는 것도 재생산이 빨라지고 성장의 의미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초고속으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구성원들의 희생을 담보로 했기에 가능했다. 오늘날까지도 파이를 더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이제는 사회구성원들 모두에게 파이를 균등하게 나눠주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태그:#기본소득,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복지, #무상의료, #무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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