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기는 이른바 '페르난도 토레스' 더비 매치라 불러야 했다. 방문팀 첼시 FC의 골잡이로 뛴 그가 2002~2003시즌부터 2006~2007시즌까지 다섯 시즌을 뛰며 90개의 공격 포인트(82득점 9도움)를 올린 친정 팀 나들이였다. 하지만 토레스의 골 감각이 옛날 같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듯 골문 앞에서 폭죽이 터지지 않았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가 우리 시각으로 23일 새벽 3시 45분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3~2014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첼시 FC(잉글랜드)와의 안방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기며 다음 달 1일 런던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의 충돌을 예고했다.

능구렁이 감독들의 깊은 속내

상대 팀의 경기력을 너무 잘 알고 경기장에 나온 탓일까? 양 팀 선수들은 좀처럼 빈틈을 드러내지 않았다. 실수의 스포츠라 할 수 있는 축구에서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골이 터질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것을 말하는데 바로 이 경기가 그랬다.

능구렁이 감독으로 통하는 첼시의 조제 무리뉴 감독도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1선-2선-3선 사이의 간격 유지를 주문했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도 그랬다.

경기 시작 15분만에 뜻밖의 변수가 발생했다. 안방 팀 미드필더 코케가 강하게 휘어 찬 왼쪽 코너킥이 아찔하게 날아와 첼시 골문을 위협할 때 문지기 페트르 체흐가 다친 것이다. 체흐는 코케의 코너킥을 가까스로 쳐낸 뒤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그 순간 바닥에 라울 가르시아가 있었기 때문에 체흐는 오른쪽 팔꿈치를 다치고 말았다.

이에 급하게 의료진이 달려들어와 체흐를 치료하려고 했지만 당장은 뛸 수가 없어 후보 문지기 마크 슈워처가 들어왔다. 무리뉴 감독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갑자기 들어온 슈워처가 볼 처리는 매끄럽지 못했지만, 끝까지 실점 없이 첼시의 골문을 지켜냈다.

76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직접 프리킥 기회가 주어졌을 때가 슈워처에게 가장 아찔한 위기였지만 홈 팀 미드필더 가비의 오른발 직접 프리킥을 오른쪽으로 몸 날려 잘 쳐냈다.

이번 주말 경기가 더 신경 쓰여?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의 월드컵 대회 다음으로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챔피언스리그였지만, 결과는 빈 수레만 요란했다고 해야 옳았다. 가비의 직접 프리킥이 슈워처의 선방에 막힌 것 말고는 기억에 남을만한 결정적 공격 장면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은 이번 일요일 밤에 이어지는 정규리그 맞대결에 더 마음이 쓰였을 것이다. 현재 34라운드까지 27승 4무 3패의 훌륭한 성적으로 프리메라 리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85점)는 27일 밤 12시(아래 우리 시각) 에스타디오 메스타야에 들어가 발렌시아 CF와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2위 FC 바르셀로나(34경기 승점 81점), 3위 레알 마드리드 CF(33경기 79점)와의 승점 차가 보이기는 하지만 한 경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순위표는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기에 건성으로 뛸 수 없는 노릇이다.

이 경기 방문 팀 첼시 FC도 사정은 비슷하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까지의 순위표에서 선두 리버풀 FC(35경기 승점 80점)에게 5점을 뒤지고 있는 첼시(35경기 75점, 23승 6무 6패)이지만 27일 밤 10시 5분 안필드에서 열리는 두 팀의 맞대결을 통해 대반전 드라마를 엮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 팀 상황이 이러다 보니 지나치게 예민하게 몸을 사렸다. 그 과정에서 방문 팀 첼시 FC는 선수들의 부상 악재가 겹쳤다. 분명한 진단이 나와야 알겠지만 이른 시간에 팔꿈치를 다친 간판 문지기 페트르 체흐가 그랬고 후반전 중반에 발목을 다쳐 걸어 나온 간판 수비수 존 테리가 그랬다.

아찔한 부상 말고도 양 팀은 5월 1일 런던에서 벌어지는 2차전에 경고 누적 징계로 못 뛰는 선수들이 생기는 바람에 적잖은 부담을 안게 생겼다. 우선, 첼시의 핵심 미드필더 프랭크 램파드는 64분에 홈 팀 미드필더 아르다 투란에게 거친 태클을 시도하다가 요나스 에릭손(스웨덴) 주심으로부터 노란 딱지를 받아들었다.

그로부터 11분 뒤에는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다가 양 팀 선수들 각 한 명씩 주심에게 불려왔다. 존 오비 미켈(첼시)과 가비(AT 마드리드)도 램파드(첼시)에 이어 2차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없게 된 셈이다. 이 조치는 다음 달 1일 스탐포드 브리지에서의 2차전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메오네와 무리뉴 두 감독의 머릿속도 동시에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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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2014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결과(23일 새벽 3시 45분,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 마드리드)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0-0 첼시 FC

◎ AT 마드리드 선수들
FW : 디에구(60분↔아르다 투란), 디에고 코스타
MF : 코케, 마리오 수아레스(79분↔소사), 가비, 라울 가르시아(86분↔다비드 비야)
DF : 필리페 루이스, 고딘, 미란다, 후안프란
GK : 티보 쿠르투아

◎ 첼시 선수들
FW : 윌리안(90+4분↔뎀바 바), 페르난도 토레스, 하미레스
MF : 램파드, 다비드 루이스, 존 오비 미켈
DF : 애슐리 콜, 존 테리(72분↔쉬얼레), 케이힐, 아스필리쿠에타
GK : 페트르 체흐(18분↔마크 슈워쳐)

☆ 준결승 2차전 일정(5월 1일, 스탐포드 브리지, 런던)
첼시 FC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축구 챔피언스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첼시 FC 페르난도 토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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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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