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 기동찬의 죽음으로 모호해진 결말, 그러나 그의 존재는 내내 빛났다.

▲ '신의 선물' 기동찬의 죽음으로 모호해진 결말, 그러나 그의 존재는 내내 빛났다. ⓒ SBS


찝찝하게 끝난 것으로 말하자면 가히 역대급이라 할 수도 있겠다. 지난 22일 막을 내린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의 결말에 관한 소감이다. 마지막 회에 이르러 예기치 않게 주인공 기동찬(조승우 분)은 죽고, 결국 김수현(이보영 분)의 딸 한샛별(김유빈 분)은 살아남았다. 반전이라면 반전인데, 이게 참, 개운하지가 않다.

<신의 선물>은 드라마의 분위기와 전개 과정이 여타 드라마들과는 조금 달라 그 결말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물론 그 '다르다'는 것이 수준의 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뻔하기보다는 걷잡을 수 없고 종잡을 수도 없었다는 면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좋든 싫든 적어도 다른 드라마들은 어떻게 진행되어갈 것인가가 눈에 보이기는 하니까.

<나인>과 여러모로 비교되는 결말

<신의 선물>의 나름 충격적(!?)인 결말은 매우 철학적이고도 애매모호한 결말로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던 tvN 드라마 <나인>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했다. 가족의 죽음, 과거로 돌아가 그것을 되돌리려 애쓰는 주인공들, 거기에 얽혀든 복잡다단한 곁가지 이야기 등등, 두 작품은 꽤나 비슷한 맥락을 지녔다.

<나인>이 몇몇 개인의 삶이 바탕이 되었다면(물론 최진철(정동환 분) 등 마치 '산'처럼 거대한 악의 축이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신의 선물>은 등장인물들이 맞닥뜨리는 사건들의 배후에 거대 권력, 잘못된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비판 등의 밑밥을 깔아 스케일 면에서는 비교적 컸다고 말할 수 있다.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여러 면에서 닮아 있는 두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라진다. 원성을 듣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신의 선물> 쪽이다. 사실 <신의 선물>은 방영 내내 산만하기 그지없는 전개로 많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어왔다. 도대체 이유를 짐작하기 힘든 기동찬의 죽음이 마침내 화룡점정을 찍었지만 말이다.

아쉽게도 종영 후 표절시비가 일기는 했지만, <나인>으로 말하자면 과거를 되돌리려 무던히 애썼던 주인공 박선우(이진욱 분)의 분투가 막을 내린 그 순간, 수많은 추측들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폭발적으로 확대 재생산되었다.

<나인>이 던진 삶의 유기적 흐름에 대한 철학적 해석과 그 예측하기 힘든 방향성에 대한 화두, 그리하여 모호했지만 여러 추측을 낳을 수밖에 없었던 결말에 대한 시시비비는 모처럼의 건강한 담론을 생성케 한 자양분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의 선물>은 거대 권력의 비리, 불륜, 연쇄 살인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을 잔뜩 끌어오기는 했으나, 사실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리려는 노력도 빛을 발하지 못했고, 그 기저에 깔린 모성애, 가족애 등도 좋은 양념으로 사용되지 못했다.     

기동찬의 선의와 능력, 성실성,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

권선징악이나 그 반대의 상황도 아니고, 뭐라 꼭 찍어 말할 수 없는 모호한 결말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신의 선물>이 남긴 것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것은 바로 기동찬이 드라마 속 많은 이들에게 보여준 '선의'와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하여 무조건 믿게 만드는 '듬직함' 등등이다. 

기동찬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랬지만, 특히 딸을 잃을 위기에 처한 김수현(이보영 분)과 유괴사건의 당사자인 한샛별에게는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였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지 않는 막강한 추리력, 언제 어디서고 달려와 주는 기동력과 순발력, 이해심과 관용의 미덕을 보여준 넉넉한 품은 그를 산처럼 큰 존재로 만들었다.

기동찬의 인간됨됨이를 알 수 없는 말을 뇌까리며 죽어간 그의 마지막 행보와는 연관 짓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가 범인이었다는 얘기인지,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죽는다는 것인지 자세한 것은 조금, 아니 한참 더 생각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 얘기기도 하고 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느냐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신의 선물>은 결말에 이르러서도 호평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궁금한 점은 제목이 의미하는 '선물'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으니 우리는 그에 대해 마음대로 생각할 권리를 가진다.

하여, 우리는 한없이 마음을 열고 기댈 수 있을 것만 같은 따뜻한 마음씨, 과감한 일처리 능력, 진실함과 성실성, 그러한 기동찬의 인간됨됨이를 꿈꾼다. 우리의 시대에 그와 같은 인물이 많이, 아니 한 두 사람만 있어도 참으로 좋을 것 같다는 바람.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신의 '선물'이 되어 주기를.   

신의 선물 조승우 이보영 김유빈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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