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가족 사원에 모신 신을 정성껏 꾸미고 돌보는 사람들.
▲ 가네샤 신을 위한 장식 가족 사원에 모신 신을 정성껏 꾸미고 돌보는 사람들.
ⓒ 박설화

관련사진보기


여유로운 생계는 자연스럽게 예술활동으로 이어져

싱그러운 초록색 바다 같은 우붓의 논들은, 우리네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곳곳에 야자수를 끼고 펼쳐진 논과 계단식으로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진 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의 정취에 탄성이 나올 뿐이다. 그 곳에 속해 있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신성하게 여겨지는 아군산등의 활화산들로 인해 토지가 비옥하여 생계가 여유로웠던 발리니즈(발리 사람들)들은 일찍부터 미술이나 음악, 공예, 조각 등의 취미를 두었다. 식민시대를 거치면서 발리는 외지와 문화적 교류를 했다. 그 때문에 현재의 발리의 예술작품들은 대부분, 유럽의 양식과 혼합되어 발리만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집집마다 있는 그들만의 사원.
▲ 가족 사원 집집마다 있는 그들만의 사원.
ⓒ 박설화

관련사진보기


특별히 '너니까 할인해주겠다'라고 눈을 찡긋하던 직원의 말이 생색만은 아니었다. 발리의 꾸따 해변에서 우붓으로 가는 교통편중 대부분의 개인여행자들이 택하는 것은, 택시보다는 소형버스다. 같은 목적지로 가는 사람들이 타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택시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버스 티켓을 각 상점이나 숙소 등에서 커미션을 받고 판매하는데, 얼마간 얘기를 나눠 친해졌다고 생각했던 탓인지 그는 영수증에 정상판매금액을 쓰고 얼마간을 깎아주었다.

해변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사람들
▲ 일몰 해변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사람들
ⓒ 박설화

관련사진보기


두 시간여 걸리는 우붓은 발리 섬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섬이라는 특징에서 벗어나 원시적인 발리의 아름다움과 발리니즈의 예술혼이 잘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에 매료된 외국인들이 오랜 기간 머물며 무언가를 배우고 또는 가르치기도 하며 발리의 삶을 즐기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느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든 눈에 띄는 것이 그림으로 꽉 찬 갤러리와 공예품을 진열해 놓은 아트 숍들 일색이지만 오랫동안 관광지로 유명했던 탓에 대부분의 예술품들은 관광객을 위한 느낌들이 강하다.

꽃을 이용한 데코레이션은 우붓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요소다.
▲ 꽃을 이용한 데코레이션 꽃을 이용한 데코레이션은 우붓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요소다.
ⓒ 박설화

관련사진보기


연못같은 한 상점앞의 장식물.
▲ 장식물 연못같은 한 상점앞의 장식물.
ⓒ 박설화

관련사진보기


그럼에도 우붓을 걷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펼쳐진 논들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눈의 호강과 조용할 수 있는 사치를 누리는 귀의 호강은 물론, 산책을 하면서 강렬한 발리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그림을 만나기라도 하는 날엔 한 참을 그 곳에서 서성이게 되는 경험을 할 것이다.

논 옆의 길에 앉아 그림이라도 배우고 있는 외국인을 볼 때면 같은 처지지만, 다른 경험을 하는 그 사람이 괜스레 부러워지기도 한다. 물을 받아 꽃잎을 띄우기만 했을 뿐인데도 완벽히 그 곳과 어울리는 데코레이션을 보면 아름다움에 다리가 아픈 것은 잊을 것이고 단 돈 3천 원짜리의 볶음밥에 혀와 배가 모두 만족한다.

대중적인 개인의 교통수단인만큼 비오는 날도 예외는 없다.
▲ 비 오는 날의 오토바이 타기 대중적인 개인의 교통수단인만큼 비오는 날도 예외는 없다.
ⓒ 박설화

관련사진보기


우붓의 흔해 빠진 관광지, 몽키 포레스트는 또 어떤가 

오랫동안 그곳의 주인이었던 원숭이들이 여자라고 깔보고 가방을 채가지나 않을까 염려해야 하는 점은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는 대상들이다. 바나나 한 송이를 든 관광객에게서 단 한 개의 바나나를 받아 든 원숭이가 불만족스런 표정을 짓는 것을 본 장면은 두 번 봐도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이다.

오랜 경험으로 관광객을 봐 온 그들은, 입장하기 전 입구에서 바나나 한 송이를 산 사람들에겐 어김없이 선택과 집중의 카드를 꺼내 든다. 인간이 내미는 바나나 한 개를 받아 들고…. 짐짓 바나나를 바라보거나 혹은 딴 곳을 쳐다본다. 그 순간, 바나나를 내밀었던 사람이 옆 사람과 그 순간을 공유하기 위해 한 눈을 파는 사이... 그 때가 압권이다.

손에 들려있던 남은 바나나들은 순식간에 원숭이의 손에 채이는 것이다. 약이 올라 발을 구르기보다 그들의 민첩함에 감탄이 먼저 나온다. 과연 신전을 배경 삼아 그곳에 오래 살아온 원숭이답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모든 바나나를 빼앗고도 엄숙하게 신전을 둘러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그 곳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영장류이니 말이다.

바나나를 받아서 먹고도 남은 것을 더 달라는 원숭이
▲ 원숭이와 여행자 바나나를 받아서 먹고도 남은 것을 더 달라는 원숭이
ⓒ 박설화

관련사진보기


발리는 오랜 기간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소답게 다국적의 다양한 음식이 존재하고 로컬 인프라의 편리함으로 어느 장소든 갈 수 있다. 흔히 떠올리듯 신혼여행에 적합한 럭셔리 리조트가 늘어서 있는 해변도 있지만, 장기간의 서핑이나 오래 머물길 원하는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도 늘어선 곳이다.

그럼에도 발리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가 그대로 보존되어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은 현지인들의 노력도 있지만, 발리에 애정을 가진 여행자들도 한 몫 하는 까닭이다.

우붓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갤러리.화가가 직접 운영하는 곳도 꽤 된다.
▲ 갤러리 우붓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갤러리.화가가 직접 운영하는 곳도 꽤 된다.
ⓒ 박설화

관련사진보기


논 옆에 위치한 한 화가의 작업실. 딸을 돌보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의 작업시간이다.
▲ 한 화가의 작업실 논 옆에 위치한 한 화가의 작업실. 딸을 돌보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의 작업시간이다.
ⓒ 박설화

관련사진보기


(인도네시아를 마무리하며, 다음 편은 인도로 찾아뵙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여행기는 2012년 4월부터 2013년 4월에 걸친 2회의 인도네시아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태그:#우붓, #예술가들의 마을, #인도네시아 발리, #세계여행, #힌두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