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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건설이 한참 진행 중인 세종시 금남면 장남평야에는 매년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왔다. 2006년부터 나는 금강의 합강리를 1년에 수 십 차례씩 방문했다. 겨울이면 하루만에 100종 이상 새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조류들을 관찰할 수 있다.

금강과 접해 있는 장남평야는 겨울철 기러기들의 서식처이며 다양한 맹금류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그야말로 내륙에서는 명품 철새도래지였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세종시가 개발되면서 새들은 점차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관련기사 : 다시 만난 멸종위기종 '수리'...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장남평야에서는 2008년 이전까지는 매, 털발말똥가리, 큰말똥가리, 잿빛개구리매, 쇠황조롱이, 참매, 흰꼬리수리, 참매, 독수리 등의 다양한 맹금류들 만날 수 있었다. 맹금류는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맹금류 서식은 지역의 생태적 건강성을 입증하는 지표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장남평야는 맹금류 서식만으로도 생태적 건강성이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다양한 맹금류는 사라지고 없다. 어쩌다 보이는 말똥가리와 황조롱이 정도가 맹금류의 전부다.
(관련기사 : 말똥가리와 큰말똥가리의 대결 )

작은 웅덩이에서 먹이를 구하려고 준비중인 모습
▲ 습지에서 먹이를 구하고 있는 저어새 작은 웅덩이에서 먹이를 구하려고 준비중인 모습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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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도시계획상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농사를 짓던 환경을 바꿔 공원을 만들면서 여기저기에 중장비가 투입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은 매립이 진행되고 잇고, 주변에 도시개발이 되면서 맹금류가 서식하기에는 부적절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일부 금개구리 서식처 등은 보전되지만, 다양한 공법으로 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장남평야에서 무리에서 낙오된 것으로 보이는 어린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 멸종위기종 2급)가 나타났다. 필자는 9년 동안 금강을 수 백 차례 왕복했지만, 노랑부리저어새를 장남평야에서 만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2003년 용담댐건설을 과정에서 조사한 내용에 장남평야와 접한 금강에서 1~2회의 관찰기록이 있는 것이 전부이다.

노랑부리저어새는 국내에서도 매우 보기 힘든 겨울 철새이다. 아시아에서 1만 5000마리 정도가 확인되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귀한 종이다. 그 때문에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는 적색자료목록(멸종위기종 목록)에 2급으로 등제되어 보호받고 있다. 

이런 노랑부리저어새가 장남평야에 나타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에서는 금강하구나 낙동강, 서산 등의 철새도래지에 무리를 이루어 월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 노랑부리저어새를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1일 금강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장남평야에서 확인한 것이다.

세종시로 편입되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평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장남평야를 찾은 저어새 세종시로 편입되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평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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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한 것은 저어새가 발견된 곳은 세종시의 거대한 인공호수 옆의 작은 습지였다. 세종시에는 거대한 인공호수가 조성되어 있지만 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인공 호수공원은 689,004평방 미터에 수면정 322,800평방 미터로 대형 습지이지만, 생물이 살기에는 매우 부적합하다.

수심이 평균수심 1.5m로 깊어서 걸어 다니며 먹이를 찾는 저어새 같은 물새는 앉을 수조차 없다. 일부 오리들이 서식할 수 있으나 많은 인공시설물(건축물 5동, 산책로, 자전거도로)이 많아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오리들에게도 적합한 장소가 아닌 듯 보인다.

사람들만의 휴식공간으로 계획되어 조성된 호수공원이지만,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심 확보나 비오톱을 설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인공시설물에 작지만 생물을 위한 배려가 있었다면, 노랑부리저어새가 인공호수공원에 나타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품 호수공원 되었을 게다.

멀리 세종시 건설 현장이 보인다.
▲ 장남평야중 일부구간을 성토하여 매립 해놓은 모습 멀리 세종시 건설 현장이 보인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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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인지 저어새는 호수공원에 머무르지 못하고, 공원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장남평야의 작은 웅덩이와 습지들을 이동하면서 서식하고 있었다. 흰뺨검둥오리는 흰뺨검둥오리와 꺅도요 등과 함께 작은 웅덩이에 머무는 모습이 처량하기도 했다.

현재 머물고 있는 노랑부리저어새는 1년생의 어린 새였다. 날개 끝에 검은색이 남아 있는 것으로 봐서 어린새임이 분명하다. 여름철이면 북상하여 우리나라를 떠나야 하지만, 체력적 한계 등으로 인해 낙오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겨울철 무리를 이루어 월동하다 짝을 지어 북상해야 하는 습성을 고려해보면, 단독으로 남아 있는 것은 낙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태어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어린 새이기 때문에 낙오된 개체일 가능성은 더 높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개체인 것을 알 수 있다
▲ 날개 끝이 검은 저어새 아직 성숙하지 않은 개체인 것을 알 수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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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장남평야에서 여름을 잘 보내거나 체력 등을 다시 회복해 북상하여 짝을 찾는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체력을 회복해 북상한다면 생존가능성이 높겠지만, 장남평야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다면 노랑부리저어새의 생존은 그리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장남평야에 진행되는 공원조성공사로 인해 소음과 먼지 또한 차량 이동에 따른 서식처의 위협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노랑부리저어새는 천연기념물 205호이고 환경부 멸종위기종 2급으로 등재될 만큼 매우 귀한 새이다.

이런 노랑부리저어새가 장남평야에서 혹시 여름을 잘 난다면, 매년 찾아올 가능성은 높다. 귀소본능이 매우 뛰어난 새들의 경우 한번 찾은 곳은 다시 찾아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과 모니터링을 통해 노랑부리저어새가 무사히 세종시에서 여름을 보내도록 돕거나 북상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장남평야에서 방치된 채 죽어가는 모습을 목도하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태그:#세종시건설현장, #장남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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