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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가 100여명이 넘는 참사가 벌어졌음에도 언론사들의 '박비어천가'는 멈출 기미를 안 보인다. 세월호 참사 현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지나치게 치켜세우고,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을 비판하면서도 대통령은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는 모순적인 행태도 보인다.

4월 17일 채널A 종합뉴스 <대통령 손잡고 “살려달라” 오열>
 4월 17일 채널A 종합뉴스 <대통령 손잡고 “살려달라” 오열>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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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선거의 주요변수다. 공과를 제대로 평가하기보다 '박 대통령은 무조건 감싸고 띄우고 보자'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판을 불공정하게 만든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신문과 방송의 선거보도 모니터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과 신문의 선거보도 공정성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지난 2월 24일 결성했다.

대통령은 잘하는데, 정부는 못한다?

<TV조선>과 <조선일보>는 앞서서 대통령의 책임을 면제시켰다. <조선일보>는 19일 <대한민국 정부에는 대통령 한 사람 뿐인가>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대통령 1인만 있고 책임지고 일하는 관료는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이 실종자 가족은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 했다. 이어 공무원 조직 전체를 "나섰다가 책임질까 뒷짐만" 지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같은 날 <과도한 '1人 리더십' 벗어나 위기관리 시스템 복원해야>라는 기사에서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대형사고 초기 단계에서부터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요구사항을 듣고, 정부 당국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현장 지휘에 직접 나선 경우는 드물었다"고 칭찬했다.

대통령의 책임에는 선을 긋고,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모든 실책을 떠넘기는 분석이다. 정부의 행정 수행능력에 대한 최후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비상시 대응체계와 책임자를 정해놓는 것도 대통령의 몫이다. 조직을 갖추고 통솔해야 할 최고 리더에게 책임이 없는데, 조직원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그저 면피용일 수밖에 없다.

17일 <TV조선>도 <청와대도 '낙관적 보고' 믿어>에서 "어제 구조와 실종 사망자 숫자가 하루 종일 왔다갔다 우왕좌왕했는데, 청와대도 우리와 똑같은 잘못된 정보를 받고 있었습니다"라며 "그러다보니 청와대의 분위기가 오전까지만 해도 희망적이었다가 오후부터 급격히 바뀌었다고 합니다"라고 앵커멘트했다. 분노기류까지 감지됐다며 대통령도 우리처럼 화났다는 것을 강조하는 식이다. 기자멘트에도 청와대의 정보 보고 체계 등에 대해 책임소재를 언급하는 부분은 없었다.

 4월 19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4월 19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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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현장에서도 끊이지 않는 박비어천가

17일 방송사들의 박 대통령 침몰 사고 현장 방문 보도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유가족의 항의와 불만의 목소리 대신 박 대통령 부각에 초점을 맞췄다.

<KBS>는 <구조 활동 독려… 실종자 가족 위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이 더 커집니다"라며 "곳곳에서 쇄도하는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해줍니다"라고 기자멘트했다. 이어 "가족들이 탑승자 명단 확인이 안 되는 등 불만사항들을 건의하자 박 대통령은 즉시 시정을 지시했고 가족들은 박수로 호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YTN> 또한 <실종자 가족 위로…"책임질 사람 엄벌>에서 대통령이 가족들에게 직접 전화하겠다고 약속하는 발언을 전하며, 이 때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를 담았다. <KBS>와 <YTN>의 보도만 보면 실종자 가족들이 대통령의 빠른 대처에 환호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JTBC>는 이날 <[이 시각 현장] 진도 체육관의 가족들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일부 말을 하고 서로 대화가 오가는 과정에서 그전에 계속해서 해 왔던 주문들, 약속들이 다 깨졌다 이러면서 야유와 어떤 고함이 나오면서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습니다"라고 전했다. 실제 <채널A>의 <대통령 손잡고 "살려달라" 오열>에서는 실종자 가족의 "왜 이제와! 사람 다 죽게 하고!"라는 항의하는 현장음이 담기기도 했다.

하지만 <채널A>는 현장음이 담겼는데도 불구하고 기자가 "실종자 가족들은 대통령의 손을 잡고 놓지를 못합니다. 박 대통령이 나서서 정부 관계자들을 꾸짖고 가족들을 달랬습니다"라고 말하며 박 대통령의 따뜻함을 부각 시켰다. 이전에 앵커는 "어젯밤 뜬 눈으로 새웠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날이 밝자마자 진도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탑승자 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라고 하면서 "40분 넘게 이어진 만남에서 가족들은 대통령의 간곡한 걱정에 공감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라고 리포트를 소개했다.

<TV조선>은 한술 더 떴다. <"마지막 한분까지 최선">에서 앵커는 "험한 분위기가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가족들을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자 역시 "실종자 가족들과의 만남은 경호 문제로 참모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직접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강행한 겁니다"라고 박 대통령의 방문 배경을 부연 설명했다.

박근혜 지지율 변화, 그렇게 궁금한가?

4월 18일 TV조선 <최병묵의 정치속보기/박대통령 ‘엄벌’ 문책 범위 확대되나?>(18일)
 4월 18일 TV조선 <최병묵의 정치속보기/박대통령 ‘엄벌’ 문책 범위 확대되나?>(18일)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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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은 세월호 참사로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증가하던 18일,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분석했다. <뉴스쇼 판>에서 보도한 <최병묵의 정치속보기/박대통령 '엄벌' 문책 범위 확대되나?>에서 앵커는 최병묵 <월간조선> 편집장에게 "오늘 갤럽 여론조사가 나왔는데,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라고 물었다.

최 편집장은 "참사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내려가서 박근혜 대통령이 수습을 진두지휘 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라며 "그러나 이게 14일부터 17일까지 여론조사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사고가 난 건 별로 반영이 안됐다고 봐야 되고…"라고 답했다. 질문과 답을 하는 약 2분 50초간 화면에는 <Q. 대참사에도 '박대통령 지지율 견고' 이유는>이라는 자막이 계속 유지됐다. 대화 내용과 상관없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견고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온 국민이 어린 학생들의 구조를 기원하며 일상생활마저 조심스럽게 지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띄우기식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KBS>는 국정원 간첩사건 증거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14일, 자체 여론조사를 기획해 톱뉴스로 배치했다. 국정원에 대한 수사 발표 뉴스는 15번째 꼭지로 밀렸다. 같은 날 <MBC>와 <SBS>가 검찰의 발표를 톱뉴스로 보도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그동안 <KBS>는 선거 관련 보도보다 박 대통령 동정 관련 보도, 무인기 및 북한 관련 보도량이 많아 여당에 유리한 보도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이외에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의 제8차 언론모니터보고서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위기 대응을 비판하여는 여론을 물타기하거나 외신이 자사를 인용했다는 식으로 자사를 홍보하는 보도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금주의 황당한 말·말·말

■ 대통령 조롱은 '부적절', 야당 대표 조롱은 '언론자유'라는 이중잣대

진성호 : "대통령을 닭으로 표현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공개적으로 했다"....(10분 뒤)....
진성호 : "'철수정치'라고 하는 것,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이름 갖고 더 재밌는 표현을 많이 쓴다. 언론에는 헌법에 보장된 자유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비판하는 언론의 목을 죄려 한다"

-> 4월 14일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에서는 김용민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대통령이 뭐가 대단해서 존칭을 쓰는가")과 최유성씨의 댓글("가금류에게 경칭을 쓰는 것은 부적절")을 문제 삼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공개적으로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식적으로 '철수정치'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언론에 요청한 것을 두고는 "언론에는 헌법에 보장된 자유가 있다"고 항변했다. 개인이 SNS에 쓴 글을 두고도 '공개적'이라면서 비판해놓고, 언론에서 이름 갖고 조롱하는 건 괜찮다는 것은 비판 대상자가 박 대통령이냐 아니냐의 차이인가?

■ 취임 7개월만에 박 대통령 친인척 사기혐의로 구속됐는데, "클린"하고 "착하다"?

김미현 : "(대통령 지지율 분석하며)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클린(clean)하다는 것. 친인척 비리가 아직까진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
박종진 : "친인척도 거의 없고, 계신 분들은 또 굉장히 착하신 분들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눈에서 뭔지는 모르는데 진실됨이 보인다는 것. 말로는 표현되지 못하는 그것이 (지지율에) 반영된 게 아닌가."

-> 4월 14일 채널A <쾌도난마>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를 다루면서 친인척 비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회자는 박 대통령 친인척을 가르켜 "굉장히 착하신 분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박 대통령 취임 7개월만에 박 대통령의 5촌 조카가 박 대통령을 내세워 억대 사기를 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한편, 사회자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눈에서 보이는 진실됨'이라고 또 한 번 강조했다.

* 공정선거보도감시단 보고서 보러 가기
1) 세월호 참사에도 '朴대통령' 찬양 : 정부는 비판해도 박 대통령은 감싸주는 조선일보
2) 언론이여, '세월호 참사'를 악용하지 말라
3) 정몽준 백지신탁 논란 보도, 객관적 실체 전하려 노력해야
4) '방송법 개정안 논란'에 드리운 '짙은 편파성'

덧붙이는 글 | 박선희 기자는 민언련 회원입니다.



태그:#공정선거보도감시단,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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