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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청와대로 가겠다"며 도보행진에 나선 가운데 한 실종자 가족이 또다른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걷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청와대로 가겠다"며 도보행진에 나선 가운데 한 실종자 가족이 또다른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걷고 있다. 사진은 실종자 가족의 도보행진을 쫓던 차 안에서 찍은 것이다. 뒤쳐지던 사진의 여성은 이후 더 걷지 못하고 기자의 차에 타 휴식을 취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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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이나 잤을까요. 20일 오전 3시께 진도 팽목항 근처의 마을회관에서 잠을 자던 저는 무거운 몸을 애써 일으켜 부랴부랴 차에 올랐습니다. 진도군실내체육관의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오전 1시 도보행진에 나섰다는 소식을 들은 겁니다.

저와 사진기자 1명은 오전 4시께 진도군실내체육관에서 약 5km 떨어진 지점에서 도보행진에 나선 실종자 가족 100여 명을 만났습니다. 사진기자는 차에서 내렸고 저는 차를 타고 도보행진 맨 뒤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따랐습니다.

힘겨운 발걸음을 얼마나 쫓았을까요. 제 차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걷던 한 여성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습니다. 그러자 여성과 함께 걷던 남성은 "잠시만 태워달라"며 제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제 뒷자석에 오른 여성은 이내 풀썩하고 쓰러지더군요. 손으로 다리를 주무르며 힘 없이 신음을 내뱉는 모습이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대교를 2km 앞두고 있던 오전 7시께 경찰은 도보행진을 막아 세웠습니다. 저는 차에서 내려 경찰에 거세게 항의하는 실종자 가족의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경찰 4개 중대 350여 명과 벌인 2시간의 실랑이로 실종자 가족들은 지쳐 도로변에 주저 앉았습니다. 저도 함께 그 틈에 앉아 숨을 돌렸습니다.

그때 보였습니다. 어느 여성이 벗어 놓은 굽 있는 구두, 이따금 내리던 비에 젖은 담요와 우의, 퉁퉁 부은 발….

'일부 취재원 말만으로 따옴표 제목 양산→어뷰징' 악순환

 <채널A>는 21일 한 실종자 가족과 인터뷰를 해 "진도대교 도보행진이 외부인이 부추겨 벌어진 일"이라고 보도했다. 출연한 실종자 가족 조아무개씨는 "실종자 가족도 아니고, 단원고 학생도 아닌, 학생들이 선두에 서 있었다"며 "(도보행진은) 반강제적으로 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채널A>는 21일 한 실종자 가족과 인터뷰를 해 "진도대교 도보행진이 외부인이 부추겨 벌어진 일"이라고 보도했다. 출연한 실종자 가족 조아무개씨는 "실종자 가족도 아니고, 단원고 학생도 아닌, 학생들이 선두에 서 있었다"며 "(도보행진은) 반강제적으로 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 채널A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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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는 21일 한 실종자 가족과 인터뷰를 해 "진도대교 도보행진이 외부인이 부추겨 벌어진 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출연한 실종자 가족 조아무개씨는 "실종자 가족도 아니고, 단원고 학생도 아닌, 학생들이 선두에 서 있었다"며 "(도보행진은) 반강제적으로 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습니다.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 이런 의심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를 그대로 받아 보도한 언론입니다.

기자는 취재를 할 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를 종합해 기사를 쓰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대개 현장에 나가보면 양 측의 대립 혹은 일방적 목적을 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의 의견이 대조 혹은 일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적 단순한 상황인 거죠. 때문에 소수의 취재원의 말을 빌려 기사의 핵심내용 혹은 제목으로 삼아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곤 합니다.

하지만 현재 진도의 상황은 좀 다릅니다. 비상식적인 상황에 처한 1000명이 넘는 실종자 가족들이 갑자기 진도에 모여 서로의 입장을 모아야 하는 매우 복잡한 상황입니다. 즉 일반적인 취재 현장과 달리 취재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매우 조심스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진도에서 언론이 얼마나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후볐습니까. 팽목항, 진도군실내체육관 한 구석에서 우연히 들은 말을 그대로 따옴표(" ") 안에 넣어 사실인 양 보도한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여러 문자메시지, "생존자가 있다"는 풍문 등은 그대로 기사가 됐다가 곧이어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져 실종자 가족을 모욕했습니다. <MBN>의 '홍가혜씨 인터뷰'는 그 정도만 심했을 뿐 그런 양상의 기사들이 적지 않게 쏟아지고 있는 게 지금 대한민국입니다.

'진도 현장' 외부세력론, 누가 생산하나

"정부는 악마다... 청와대 가겠다"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오전 1시 "청와대에 가겠다"고 도보 행진에 나선 가운데 경찰이 오후 7시께 진도대교를 2km 앞두고 이를 저지했다. 경찰의 행진을 막아서자 실종자 가족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정부는 악마다... 청와대 가겠다"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오전 1시 "청와대에 가겠다"고 도보 행진에 나선 가운데 경찰이 오후 7시께 진도대교를 2km 앞두고 이를 저지했다. 경찰의 행진을 막아서자 실종자 가족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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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의 보도가 나간 뒤, 인터뷰 내용 그대로 '어뷰징 기사'가 나왔습니다. <채널A>의 방송을 보고 이른바 '우라까이(베껴쓰기)'를 해 "진도대교 도보행진을 외부세력이 부추겼다"는 기사들이 이어진 것입니다. 이는 또 SNS를 통해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22일자 1면 하단에 "세월호 선정적·부정확 보도 자제, 언론의 신뢰 원칙 지키겠습니다"라며 "확인된 사실만을 지면에 싣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채널A>의 인터뷰 내용을 '현장에 가짜 판친다'는 제목의 기사에 그대로 인용해 외부세력론을 보도했습니다.

사실 <채널A>의 보도가 나기 전부터 '외부세력론'은 세월호 침몰사고 후 꾸준히 나왔던 이야깁니다. 언론이 검증없는 말을 듣고 "외부세력이 있다"는 기사를 쓰고 SNS를 통해 번지는 현상은 진도에선 예사가 됐습니다.

정치인도 이에 편승했습니다. 실종자 가족 중 "좌파를 색출"을 해야 한다는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부터 "선동꾼이 있다"는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까지 표현하는 용어도 다양합니다.

외부세력이 '실종자 가족 행세'를 했다는 송아무개 목사가 새정치연합 예비후보였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송 목사가 대표 역할을 한 것과 새정치연합 예비후보였다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는 진도군실내체육관 단상에 올라 마이크에 입을 대고 몇 차례 자신이 실종자 가족이 아니라고 말해왔습니다.

특별히 '실종자 가족 대표'라는 직함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는 18일 안산으로 가 예비후보 사퇴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도대교 도보행진, 선동꾼이 이끌었다?

"아들 보고싶다" 호소... 슬픈 표정의 경찰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오전 1시 "청와대에 가겠다"고 도보 행진에 나선 가운데 경찰이 오후 7시께 진도대교를 2km 앞두고 이를 저지했다. 한 단원고 학부모가 경찰 앞에서 하소연을 하자 경찰이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아들 보고싶다" 호소... 슬픈 표정의 경찰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오전 1시 "청와대에 가겠다"고 도보 행진에 나선 가운데 경찰이 오후 7시께 진도대교를 2km 앞두고 이를 저지했다. 한 단원고 학부모가 경찰 앞에서 하소연을 하자 경찰이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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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진도대교 도보행진에 외부세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목격한 건 외부세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선동에 의해 도보행진이 이뤄진 건 아니라는 겁니다.

남이 하자고 해서 굽 있는 구두를 신고 6시간을 걷겠습니까. 남이 하자고 해서 담요와 허술한 우의를 쓴 채 비를 맞고 10km 넘게 걷겠습니까. 이들은 "도로점거를 해선 안 된다", "비폭력으로 하자"며 도로변에 나란히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도로점거를 하자"는 이도 <채널A>에 출현한 실종자 가족 조아무개씨가 말한 '알 수 없는 학생들'이 아니라 제가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봤던 실종자 가족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도보행진의 '본질'입니다. 행여 외부세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도보행진에 외부세력이 있다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일까요. 실종자 가족들이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1시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청와대로 가겠다"며 도보행진에 나선 이유, 즉 "아들, 딸을 보고 싶은 마음"이 이번 도보행진의 본질입니다. 외부세력론은 실종자 가족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20일 한국기자협회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정했습니다. "신속함에 앞서 무엇보다 정확해야 한다" "주요 현장에서 취재와 인터뷰는 신중해야 한다" "불확실한 내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보도를 통해 유언비어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채널A>의 '외부세력 보도'가 이 가이드라인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는지 의문입니다. '홍가혜씨 인터뷰' 등 현장의 일부 사람을 인터뷰한 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수차례 드러났지만 또 똑같은 행태를 보였습니다. 진도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특종이 중요하냐, 구조가 중요하냐"는 말을 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기자라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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