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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무기보다 무능한 의무감, 무책임한 권리가 얼마나 더 무섭고 잔인할 수 있는 가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선장으로서의 권리(력)를 기세등등하게 행사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막상 책임지고 의무를 다해야 할 상황에서는 꽃망울처럼 피어나야 할 수백 명의 목숨을 나 몰라라 하고 팽개쳤으니 말입니다. 

아주 가끔은 어떤 단어가 갖는 의미를 온몸으로 부닥뜨리며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 '가슴이 먹먹하다'는 말을 진저리쳐지도록 잔인하게 절감하고 있습니다. 구조되지 못하고 숨졌을 아이들 모습을 떠올리는 지금은 딱히 그 증상을 설명할 수 없는 아픔이 숨통을 조여 오는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세상은 참 이중적입니다. 한쪽에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살려보겠다고 아우성인데, 한쪽에서는 어떻게라도 더 많이 죽이려고 발악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의료기기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살리기 위한 노력이라면 무기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행위는 사람을 죽이기 위한 발악입니다.

필요는 개발과 연구, 발명과 생산으로 이어집니다. 산업에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분야는 군수산업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주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내비게이션 같은 전자제품들도 알고 보면 군수산업에서 시작되었고, 아웃도어 옷감으로 유명한 고어텍스도 군수산업에서 개발되었습니다.

무기 탄생에 숨겨진 비화 <무기의 탄생>

<무기의 탄생> 책표지.
 <무기의 탄생> 책표지.
ⓒ 도서출판 플래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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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 탄생>에서는 전투함이나 전차, 전투기 같은 최첨단 대형 무기는 물론 권총과 같은 소형무기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무기들이 탄생하게 된 동기에서부터 운용 과정 이면에 숨어 있는 비화들을 낱낱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당시 영국 해군의 항공대장 굿하트(Nicholas Goodhart)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던 중 화장을 고치는 여비서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는 갑자기 여비서에게서 손거울을 빼앗아 자기 방에 있는 모형 항공모함에 부착하고 비서에게 명령했다.

"계속 귀관의 얼굴이 보이게 다가와서 거울을 가져가도록!"
여비서는 영문도 모르고 상관의 명령대로 거울에 얼굴이 비치는 각도로 조금씩 자세를 낮추면서 걸어가 거울을 가져왔다. 이때 굿하트가 소리쳤다.
"축하하네! 귀관은 최초로 거울을 보고 착함한 인물이 되었네."
이처럼 우연한 기회에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항공모함 착함용 반사경 MLS(Mirror Landing Sight)을 만들었다.
-<무기의 탄생> 206쪽-

화면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바다에 떠있는 배에서 비행기가 정확하게 뜨고 내리는 걸 볼 때마다 놀라운 기술과 방법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 비법(?)의 단초는 바로 화장을 고치고 있던 여비서의 손거울에서 얻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흔한 게 거울이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화장하는 모습이니 평소에는 무심히 넘겼을 겁니다. 하지만 그 흔한 거울이 배에서 비행기를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핵심요소로 활용되고 있으니 놀라울 뿐입니다. 

책에서는 한국형 전투함 개발사에 숨겨져 있는 비화도 소개하고, 세계사에서 전설처럼 등장한 무기들, 무기의 역사에서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들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맞붙어 싸우던 육박전에서 개발된 권총

원래 남을 죽이는 무기나 방법을 찾는 일에는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동물인지라 곧바로 참호에서도 남을 죽이기 좋은 무기를 실전에 등장시키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현실화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무기의 탄생> 306쪽-

권총이 등장(개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요즘은 전쟁을 할지라도 서로 적군이 맞붙어 육탄전을 벌이는 싸움은 거의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권총은 과거의 육탄전, 참호 속에서 서로 맞붙어 주먹질이나 단검을 휘두르던 전쟁에서 근접해 있는 적을 한 방에 제압할 수 있는 무기로 개발되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권총은 다시금 기관단총으로까지 발달하며 갱들 싸움이나 전쟁터에서 상대방을 죽이는 기능과 살상력을 더해갑니다. 무기는 한 나라의 국방력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사용됩니다. 책에서는 그런 무기들에 사연처럼 숨겨져 있는 비화들을 무기 역사에 깃들어 있는 뒤안길처럼 펼치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 어떤 무기보다 무능한 의무감, 무책임한 권리가 얼마나 더 무섭고 잔인할 수 있는 가를 목견하고 있는 요즘, 대한민국 호 선장은 권리=의무=책임을 등가로 행사해 대한민국 호가 안녕하고 안녕하기 만을 바라며 고대할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무기의 탄생>(지은이 남도현/도서출판 플래닛미디어/2014.4.1/2만 2000원)



무기의 탄생 - 세계사 이면에 숨은 무기의 탄생 비화

남도현 지음, 플래닛미디어(2014)


태그:#무기의 탄생, #님도현, #남도현/도서출판 플래닛미디어, #기갑사, #전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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