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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齊)나라 경공 무야(頃公 無野, 기원전598년 ~ 기원전582년)가 자신에게는 "환공 소백(桓公 小白, 기원전685년 ~ 기원전643년의 관중(管仲) 같은 신하가 없느냐"고 탄식하자 한 신하가 말했다.

"물이 넓으면 그 속에 사는 고기도 큰 법입니다. 환공 같은 군주가 계셨기에 관중 같은 인물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기에 환공이 계셨다면 모든 신하들이 관중이었을 것입니다."

인재가 없다고 탄식하는 군주를 향해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또한 인재를 담아낼 줄 모르는 자신부터 반성하라는 신하의 말이다. 제나라는 주(周)의 문왕(文王)이 나라를 건국할 때 공을 세운 재상 강태공(姜太公)에게 봉토로 내린 땅을 바탕으로, 이후 제 환공(齊桓公) 시대에 관중을 등용하여 패자(覇者)의 자리에 올랐다. 경공은 환공을 춘추전국시대의 으뜸자리에 오르게 만든 관중 같은 인물이 왜 자신의 신하 중에 없느냐고 했던 것이다. 물론 경공은 안영을 등용했다.

안영 평중(晏嬰 平仲)이 경공에게 했던 말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러나 기원전517년 혜성이 나타나 두려워 떨고 있는 경공에게 "사치를 삼가고 세금을 줄이고 형벌을 가볍게 하면 재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심으로 간언하였다는 기록으로 미뤄 경공의 탄식에 답을 한 신하가 안영이었을 것으로 본다. 안영은 군주에게 충간할 정도의 이 같은 충직한 성품 때문에 관중과 함께 제나라의 명신(名臣)으로 일컬어진다.

작자미상, <논목공패>《공부자성적도》- 소공을 따라 제나라에 간 공자는 제나라 군주 경공(景公)과 접촉했다.
▲ 논목공패 작자미상, <논목공패>《공부자성적도》- 소공을 따라 제나라에 간 공자는 제나라 군주 경공(景公)과 접촉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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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가 춘추전국시대와 과연 무엇이 다를까. 전혀 다를 바 없다. 제도와 문물이 변화하였을 뿐 사람 사는 세상 사람으로 일이 이루어지고 그르치기는 마찬가지다. 이웃의 슬픔과 고통을 자신의 기회로 삼아 이득을 보려는 자들이 넘치는 모습은 도리어 옛 사람들 살던 시대보다 천박하다. 최소한 가난했던 70년대도 '사람들의 이목' 정도는 두려워 할 줄 알았다.

주말 이후부터 조금 조용해졌지만 전화기엔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OOO당 군의원후보 XXX입니다.
4월 17~18일 이틀간에 걸쳐 군의원후보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가 실시됩니다.
저 XXX에게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를 다시 한 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행정과 의정경험을 살려 꿈과 희망이 있는 새로운 양양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꼭!!  X X X 을 선택해 지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OOO입니다. 
차마 오늘은 여러분께 도와달라고 손 내밀지 못 하겠습니다. 온 국민이 슬픔에 휩싸인 안타까운 현실이 아플 뿐입니다. 먹먹한 가슴으로 하루를 시작하실 여러분의 바램이 이루어져 저 꽃 같은 학생들이 모두 구출되는 기적이 이루어지길  기도하겠습니다.  
오늘은 일체의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 OOO 올림

먼저 소개한 내용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4월 16일 저녁에 들어 온 메시지고, 아래는 다음 날 받은 것이다. 내용으로야 크게 문제 될 일은 없다. 그러나 때가 때인 만큼 자중하는 모습이 더 사람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체의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면 이런 메시지도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 물론 이보다 더 한 경우도 있다. 17일과 18일에도 여전히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는 아예 여기 소개도 안 할 뿐이다.

한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 할 때는 인품과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살펴야 국민이 평안하다. 마찬가지로 도(道)는 물론이고 교육감이나 시장과 군수, 기초의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 그릇됨을 먼저 살피고 주변을 두루 살펴 선택해야 공정한 사회가 된다.

제나라 경공과 안영의 고사를 여기 서두에 거론한 까닭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시작되기에 우리 스스로가 군주(君主)의 입장에서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주는 떡고물이나 받아먹을 생각으로 인연에 연연하여 사람을 선택하면 또 다시 실망을 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http://www.drspark.net의 ‘한사 정덕수 칼럼’에 동시 기재됩니다.



태그:#제나라, #2014 전국동시지방선거, #세월호 침몰사고, #경공, #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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