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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조 소식은 없다.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이야 오죽할까 싶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 또한 착잡하기 그지없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직전 제대로 승객들을 대피 시키지 않고, 우물쭈물하다가 자기들만 빠져나온 선장과 승무원들에 대한 거센 비난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승객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세월호 선장이 먼저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번 사태와 관련되어 정부는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선장은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

 17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에서 2차 소환 조사를 마친 이준석 선장이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 소환조사 마친 세월호 선장 17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에서 2차 소환 조사를 마친 이준석 선장이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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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단지 인명을 구하지 않고 도주한 선장만 죽일 놈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세월호 사태를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우리 사회가 보인다. 왜 그는 그 절박한 순간에 자기만 살아남을 궁리를 했을까?

사람들은 학교나 부모로부터 들어서 배우는 것보다 경험적으로 보고 배우는 게 훨씬 많다. 학교라면 어느 나라나 다같이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라고 배우지만 선진국이 우리보다 약자 배려를 잘 하는 이유는 실제 생활 속에서 약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약자 배려가 학습된다.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한 조직에서 리더의 권위를 부여받은 자들이 섬김 혹은 희생의 리더십을 보여준 예가 별로 없다. 오히려 사회지도층부터 자기 권한을 가지고 위세를 자랑하면서 권리만 찾고 의무는 나 몰라라 하기 바빴다. 단적인 예가 병역 의무 아니겠는가? 그래서 지금까지도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사회에 몸담아 온 사람 중에서 자기 희생적인 리더십을 갖춘 리더를 요구한다는게 가능한 일일까? 어쩌면 살아가는 곳곳에서 헌신적인 리더십을 가진 자들을 얼마든지 보고 배울 수 있는 사회였다면 이번 참사 속에 선장의 선택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 또한 우리 시대의 아들이다.

세월호 선장의 나이가 일흔을 바라본다고 하니 그의 유년시절은 한국전쟁 직후였을 것이다. 당시 우리 사회는 절대적인 생존 문제에 직면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정서였다. 이런 '피난민 정서'는 일반 서민들뿐만 아니라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전쟁이 벌어지자 한강 철교를 끊고 홀로 도주한 이승만 대통령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들에게는 국군이 잘 싸우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방송했지만 뒤로는 국민들을 내팽개치고서 도망가기 바빴다. 이런 지도자의 모습은 이번 사태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다.

국민들을 앞에서 이끌어야 할 사회지도층의 이런 행태는 대다수 국민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는 행위다. 사실 우리 역사 속에서 백성을 위해 헌신했던 군주는 찾아보기 어렵다. 선조처럼 외적이 쳐들어오자 도성을 버리고 도망다니기 바빴던 왕이 더 빨리 떠오를 따름이다.

이 시절에도 그런 나라의 선장 밑에서 나라를 구하고자 민초들이 일어났으니 곽재우 장군을 비롯한 의병들이었다. 마치 세월호 선장이 버리고 간 배에 남아 끝까지 구조활동을 펼쳤던 말단 승무원 박지영씨처럼 말이다.

언제나 위정자들에게 백성 혹은 국민들은 자기 유익을 위해 희생 시킬 대상이었지 자신이 몸바쳐 희생할 대상은 아니었다. 지금 위정자들이 국민들로부터 날이 선 비판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껏 참아왔던 응어리들이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다.

자기 희생적인 리더를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 사회에서 오로지 세월호 선장만 탓할 일이겠는가? 위기의 순간에 선장은 없었다. 오늘 우리 사회에 선장은 지금 어디 있는가?


태그:#세월호 사태, #사회지도층 비판, #세월호 선장, #우리 사회 세월호,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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