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e사람'은 우리 경제의 각 분야에서 독자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현장 노동자부터 학자, 관료, CEO, 사회단체 등 그 누구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말]
왜곡된 음원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밴드 시나위의 멤버 신대철씨는 "많은 분들이 공감해줘 진짜 가보려고 한다"며 "음원유통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페이스북에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 추진위원회'(가칭)라는 이름의 별도 페이지를 개설했다.
▲ 신대철, '착한' 음원유통협동조합 만든다 왜곡된 음원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밴드 시나위의 멤버 신대철씨는 "많은 분들이 공감해줘 진짜 가보려고 한다"며 "음원유통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페이스북에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 추진위원회'(가칭)라는 이름의 별도 페이지를 개설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음악 1곡 팔때마다 음악가가 받는 돈이 30원에 불과하다고 하면 누가 음악을 만들고 싶겠어요. 저희가 살아남으려면 이런 불공정한 시장 구조를 바꿔야만 해요. 그래서 협동조합이에요."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생존을 담은 논리는 울림이 컸다. 협동조합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묵직한 자신감도 묻어났다.

한국 락 음악을 대표하는 30년차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착한' 음원유통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현재 음원가격의 40%를 차지하는 음원 유통비용을 10% 이하로 줄여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 당사자들이 그만큼 제 몫을 가져갈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신씨는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안으로 생산자인 음악가들과 소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협동조합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에 참여할 유명 음악가들에 대한 설득과 실무적인 준비도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그는 "음원 판매 및 다운로드가 가능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줄 개발자들도 이미 확보해놨다"고 밝혔다.

"유통사들이 음원 판매액 40% 가져가...이대로면 한국 대중음악 말라죽어"

신씨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원 유통사들의 수익 배분율과 국내 음악가들의 열악한 상황을 담은 글을 올렸다. 국내 소비자가 음원 한 곡을 다운로드하면 40%는 유통사들이 가져가고 작사·작곡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10원 가량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스트리밍 서비스(다운로드하지 않고 음악을 듣는 방법)로 들었을 때는 20전을 받는다"면서 "이대로라면 한국의 대중음악은 말라죽는다"고 썼다.

이 글은 열흘만에 페이스북에서만 5000여 회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폭발적인 반응을 접한 신씨는 13일 대안적인 성격의 음원유통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조합 설립과정을 공유하기 위해 열어놓은 페이스북 페이지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 추진위원회'는 일주일만에 7400여 회의 '좋아요'를 기록하고 있다.

소속사 에코브리드 녹음실에서 마주한 신씨는 조합 설립 계기를 묻는 질문에 담배부터 물었다. 몇 차례 연기를 뿜어낸 후 나온 말은 "학생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 같았다"였다. 그는 현재 한국가온예술종합학교 실용음악학부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어떤 지점에서 사기를 친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한류 영향으로 최근 몇년 간 가수지망생도 많아졌고 대학의 실용음악과도 엄청 늘어났다. 이 학생들이 대중음악가가 되기 위해서 4년 동안 비싼 등록금 내고 공부하는데 정작 졸업하면 할 게 없는 상황이다."

- 왜 졸업하면 할 게 없나. 이유가 궁금하다.
"음악을 만들고 생활을 하려면 돈이 드는데 음악 만들어 파는 것 만으로는 돈을 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음원 수익 분배 구조가 매우 기형적이기 때문에 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

지금 대중음악가로 데뷔해서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0.01% 정도. 의미없는 숫자라는 얘기다. 수석졸업한 학생들이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 입시학원 강사로 취직한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학생들을 사지에 내모는 심정이 들었다."

왜곡된 음원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밴드 시나위의 멤버 신대철씨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달 안으로 생산자인 음악가들과 소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협동조합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신대철, '착한' 음원유통협동조합 만든다 왜곡된 음원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밴드 시나위의 멤버 신대철씨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달 안으로 생산자인 음악가들과 소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협동조합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음원 판매수익은 어떻게 분배되는건가.
"음원서비스 업체가 40%를 가져가고 제작사가 44%, 저작권자와 가수가 각각 10%, 6%씩 가져간다. 올해 기준 최저시급이 5210원이다. '패키지 다운로드 상품'(정액을 내면 일정 숫자의 곡을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 기준으로 가수가 음원을 팔아 그 돈을 벌려면 965명에게 다운로드를 받거나 43416명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노래를 들어줘야 한다."

- 그럼 지금 직업 대중음악가들은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나.
"기업이나 대학 축제 같은 곳에서 '행사'를 뛴다. 많은 락밴드들이 여름 한 철 벌어서 산다. 소설가가 책은 못 쓰고 사인회나 강연으로 먹고 사는 꼴이다. 공연으로 수익을 내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 사람들은 상위 몇 %에 해당하는 극히 일부분이다. 대부분 행사에 목을 맨다."

"도서는 '정가제' 있는데 음악은 '정가' 개념 왜 없나"

생존이 쉽지 않은 건 현역 중견 음악가들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신씨와의 인터뷰 약속을 페이스북 쪽지를 통해 잡았다. 신씨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의 유선 전화가 경제적인 이유로 끊겼기 때문이었다. 조심스레 이유를 물었더니 신씨는 말없이 잠시 얼굴을 붉혔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는 음악가들의 음원수익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음원 시장에서 '슈퍼 갑' 노릇을 하는 유통회사들을 지목했다. 원 저작권자에게 불리한 배분 비율도 문제지만 유통회사들이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방법으로 헐값에 음원을 팔기 때문에 애당초 분배 가능한 수익도 적다는 것이다.

유통사가 음반 제작사를 겸하면서 적극적인 홍보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도 영세한 음악인들에게는 불공정하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신씨는 "음원 유통업체가 시장의 거의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상태"라면서 "우리의 숨구멍을 트여줄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음악은 정가라는 개념이 없다. 책 같은 건 얼마 이하로 못팔도록 하는 규제가 있지않나. 같은 문화콘텐츠인데 음악은 그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음악의 가격을 음원 유통사가 결정한다. 그러다보니 애당초 음원 자체가 헐값에 팔린다.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없애거나 최소한 종량제로 바꿔야한다. 음악으로 돈을 못 버는데 누가 음악을 만들겠나."

- 일각에서는 이런 구조가 국내 대중음악을 획일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체에 많이 노출이 되면 '히트곡'이 된다. 자주 눈에 보이면 사람들이 좋아하게 되는거다. L 유통사는 본인들이 음원 유통을 하면서 제작도 한다. 자사 신곡이 나왔다고 하면 음원 사이트에 엄청 노출을 시킨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개성있고 의미있는 음악들은 대중의 선택을 받기 어렵고 소비 지향적인 인스턴트 음악들만 남게 된다. 개성있는 음악들을 지키려면 이들이 팔릴 수 있는 '통로'를 뚫어줘야 한다."

- 협동조합으로 '통로 뚫기'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이유는?
"음원 유통의 대안을 찾다가 협동조합을 공부하게 됐다. 오렌지로 유명한 미국의 선키스트 같은 경우는 도매상들 횡포에 못 견뎌서 생산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유통하면서 '대박'난 사례더라. 우리는 여기에 소비자들도 함께 동참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음악계에 있는 사람들은 막강한 힘을 가진 음원유통사들을 거론하면서 저한테 '그러다 다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한다. 그러나 음악을 제 값 내고 사주려고 하는 소비자들이 모여주신다면 좋은 사례로 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돌 그룹도 더 많은 수익 올릴 수 있는 길 있다"

한국 락 음악을 대표하는 30년차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착한' 음원유통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현재 음원가격의 40%를 차지하는 음원 유통비용을 10% 이하로 줄여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 당사자들이 그만큼 제 몫을 가져갈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 신대철, '착한' 음원유통협동조합 만든다 한국 락 음악을 대표하는 30년차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착한' 음원유통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현재 음원가격의 40%를 차지하는 음원 유통비용을 10% 이하로 줄여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 당사자들이 그만큼 제 몫을 가져갈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추진위원회가 꾸려진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을뿐이지만 반응은 뜨겁다.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음악인들도 그렇다. 그는 "락 밴드들 뿐만 아니라 가요계 전반에서 참여 의사를 밝힌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가장 비중이 높은 건 음원시장에서 약자에 해당하는 20대, 30대 인디 음악가들이다.

신씨가 협동조합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음악을 만드는 생산자가 스스로 가격을 정하는 것. 다른 하나는 온라인 유통 수수료를 10% 이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지금의 유통사들과 똑같은 서비스를 하는데 대신에 음악가에게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전달해주겠다는 취지"라면서 "아이돌 그룹들도 우리를 이용하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 대중음악 소비자들에게 이 작업을 어떻게 설명하고 싶나.
"그냥 '착한 마트'가 하나 더 생긴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 싼 값에 개발도상국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커피를 파는 기업들이 문제가 생기니까 제 값을 주면서 '착한 커피'를 내세운 회사들이 나오지 않았나. 모든 소비자가 '착한 커피'를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공정한 방식이기 때문에 선택해주는 소비자들도 분명 있다. 우리 역시 취지를 잘 전달하면 소비자들이 선택해 줄것으로 생각한다."

- 그동안 비슷한 시도들이 몇 번 나왔다가 실패했다. 
"방향이 틀렸다. 일부 음악가들이 '왜 CD로 음악을 듣지 않고 온라인 다운로드를 하느냐'는 식으로 접근해서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간편하고 값싼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공격하는 건 잘못된거다. 우리는 소비자를 공격할 의도가 없다."

- 조합원으로 가입한 음악가들의 음원만 취급하나.
"아니다. 조합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우리를 통해 음원을 유통할 수 있다. 아이돌 가수들 음원 유통 가능하다. 다 똑같다. 다만 우리한테서 음원을 사면 가수 본인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다."

- 어떤 음악인들이 조합에 참여하는지 궁금하다.
"이달 안으로 조합설립을 할 예정으로 음악인들에게 참여 의사를 물어보고 있다. 20, 30대는 물론 제 나이 또래 음악인들도 많다. 나이가 있으신분들은 SNS를 잘 안하셔서 찾아뵙고 설득하는 중이다. 지금 단계에서 일일히 이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대단하신 분들이 참여할 것 같다."

- 조합 설립 후 무엇부터 시작할 예정인가.
"우선 음악감상과 음원 다운로드가 가능한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생각이다. 이미 개발자들도 확보해놓은 상태다. 오프라인에서 CD판매를 하거나 조합원으로 참여한 소비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지도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중이다."


태그:#신대철, #음원유통협동조합,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 #협동조합, #음원 유통사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