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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년 이규호
▲ 싱어송 라이터 이규호 미 중년 이규호
ⓒ 최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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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4일 오전 11시 46분]

대학 동아리 후배가 15년 만에 음반을 냈다.

'이규호' 얼핏 들어서 낯익은 이름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만한 뮤지션들과 곡 작업을 꾸준히 해 온 실력 있는 싱어송 라이터이다.

모두들 윤종신이 부른 '팥빙수'가 윤종신이 만든 곡으로 아는 데 작사만 윤종신이 하고 작곡은 이규호가 했다. 이승환의 '세가지 소원'도 알려진 곡이다.

21세기가 시작될 무렵 MP3라는 축복이자 재앙의 음원이 인터넷 공유를 통해 온 사방에 퍼지게 된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어른들은 더 더욱) 더 이상 자신들의 코 묻은 용돈을 헐어 CD를 구매하는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매월 빠져나가는 휴대폰 요금이 점점 오를수록 더 더욱 그러하게 되었다. 따라서 요즘은 대형 기획사의 빵 터지는 쇼케이스 무대와 음악과 오락을 구분하지 않는 가수의 왕성한 방송 활동없이 오로지 음악 만으로 승부해서 살아남겠다는 싱어송 라이터들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후배는 여전히 자신의 음반을 팔기 위해 연예인이나 방송인이 될 생각은 없으면서도 용감하게 음반을 냈다. 그것도 1집의 잔잔한 호응 이후 15년이나 잠잠히 있다가 이번엔 직접 제작을 했다.  

어쨌든 이규호 2집 <스페이드 원(Spade 1)>은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검색해보니 인디챠트 1위에 올라있다. 언제부터 이런 음반이 인디 챠트에 오르기 시작했는지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어쨌든 반가운 소식이다.

들어보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좋다. 멜로디도 평범하지 않고 가사도 깊이가 있다. 목청껏 지르지도 않고 높은 음을 올리지도 않고, 메시지 전달 경연대회를 한다면 금메달 감이다. 곡 중엔 우리 집 3살 배기 막내가 세상에 나서 처음으로 춤추게 만든 곡도 있다.

일단 나왔으니 많이 팔려야지... 망하지 말아야지

그래서 물어봤다. 몇 장이나 팔려야 손익 분기가 되냐고. 한 15년 전쯤에 내가 인터넷을 유니텔을 통해서 접속하던 시절. 당시 이규호만큼이나 좋아했던 뮤지션 김광진의 팬클럽에서 들었던 얘기가 생각났다.

앨범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뮤직비디오나 홍보에 적당히 돈을 쓴 싱어송 라이터의 앨범은  5만장은 팔려야 투자금을 회수한다고 들었다. 요즘은 좀 상황이 다르니까 한 1만장은 팔려야 하지 않을까? 예상했건만 대답은 너무 의외였다.

"한 3천 장?"

'아니 혼자 모든 연주를 하는 원맨 밴드, 홈 레코딩 제작 음반도 아닌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국내 최고의 세션 들이 참여한 것을 알고 있던 터라 깜짝 놀랐다. 사이가 돈독한 뮤지션들의 세션 비용은 인세로 돌리고 스튜디오 랜탈 비용도 거의 넣지 않았고 자신의 작·편곡 비용을 더하지 않았을 때에만 가능한 얘기였다. 

다운로드는 도움이 안된다... CD를 사야한다
 
요즘은 온라인이 아니면 음반 가게도 찾기어렵다.
▲ 택배 배달온 이규호2집 요즘은 온라인이 아니면 음반 가게도 찾기어렵다.
ⓒ 최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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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CD는 안 산다.  누가 요즘 CD로 음악을 듣나. 나는 그래도 선배니까 일단 두 장을 샀다. 한 장만 사기에는 택배비가 아까웠다. 그런데 정말로 CD 듣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에 산 CD들은 모두 차에 두고 듣고 있다. 학생시절 사용했던 포터블 CD 플레이어, 즉 영화 <건축학 개론>의 주요 소품이라고 불리는 것도 망가진 지 오래다.  

그래서 아이 방에 있는 영어학습용 플레이어를 가져와서 내방 오디오 AUX 단자에 꽂아 겨우 들었다. 이규호의 음반을 반기던 친한 친구에게 앨범을 샀냐고 물으니 사긴샀는데 '벅스'에서 샀단다. MP3를 샀다는 말이었다. 3천장... 결코 만만해 보이지가 않는다.

얼마 전에 기타리스트 신대철의 얼굴이 텔레비전에 나왔다. 콘서트 방송도 아니고 저녁 뉴스시간에. 여간해선 보기힘든 그가 인터뷰에 나선 건 다름 아닌 불공정한 음원 수익 분배에 대한 호소 때문이었다.

나의 학창시절 시나위 앨범 재킷에서나 겨우 긴 머리에 가린 옆얼굴 정도 보여주던 그가 오죽하면 뉴스에 나와서 인터뷰를 했겠는가?

한 곡을 600원 정도에 다운 로드를 받으면 제작사와 통신사가 먼저 80% 넘게 떼어간다. 정작 날밤을 새워 창작의 고통을 견딘 작곡가나 가수에게 남겨진 몫은 몇 십 원도 안되는 세태가 생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작곡가도 연예인이 된다

그들의 초기 앨범에서 뿜어지던 우수에 차고 감성 짙은 목소리와는 이제 이미지가 너무 동떨어져 아마도 이젠 앞으로 나올 음반뿐 아니라 과거의 음반까지도 감정 이입되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들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원하는 모습인지. 당신의 그 무엇과 바꾼 대가는 충분한 것인지.

위에 언급했든 이제는 사람들이 CD를 살 필요성도 그럴만한 여유도 못 느끼고 산다. 과거 레코드 가게에서 썼던 용돈들은 이제 전기요금 수도요금내듯 빠져나가는 통신비에 합산되어 무의식 중에 흘러나간다.

한때 한국에서 꽃 피웠던 싱어송 라이터들은 생태계에서 도태되어 멸종되어 간다. 한류 열풍에 휩쓸려 당장 보이는 낱알에만 관심이 쏠리는 동안 과거 수 십년간 한국 대중음악의 비옥한 토양을 이루어 왔던 뮤지션들의 저변은 잊혀지고 대가 끊겨간다. 이 와중에 생뚱맞게 15년 걸려 10곡이나 꽉꽉 채워 음반을 낸 이규호는 천연기념물쯤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앨범 전체가 3천다운로드 되면 뮤지션에게 약200만 원이 주어지겠다.
 앨범 전체가 3천다운로드 되면 뮤지션에게 약200만 원이 주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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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규호, #이규호 2집, #뭉뚱그리다, #스페이드1, #스페이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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