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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4월초 제 아내는 근무 중인 직장에서 팀빌딩을 위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회사의 임직원은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여야합니다. 그런 점에서 가족과 다름없는 또 다른 운명 공동체이지요. 단결하고 화합해서 함께 조화를 이루어 목표를 향해 흩뜨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회사의 팀원들은 조경경기의 여덟 사람이 젓는 경기용 보트에 함께 탄 에이트(eight)의 일원입니다.

아내는 회사에서 모든 지혜를 모아 마련한 1박2일간의 여러 프로그램들에 대해 퍽 만족스러워했습니다.

매년 하는 이 연수중에서 올해 가장 달라진 방법은 강사들이 미션을 주면 각 팀별로 그 미션을 수행하고 결과를 스마트폰 사진을 찍어 즉시 보고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스마트폰의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중요한 교육의 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이었습니다.

요즘 회사의 팀빌딩 교육도 스마트폰이 



중요한 교육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요즘 회사의 팀빌딩 교육도 스마트폰이 중요한 교육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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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러 프로그램중에서 팀원들 모두 함께 눈물을 쏟았던 프로그램에 대해 말했습니다.

"강사님이 엽서 한 장과 작은 포스트잇 8장씩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엽서는 크루즈쉽으로, 포스트잇은 각각 그 배에 승선할 사람들로 여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멋진 크루즈 여행에 함께 하고 싶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8장의 포스트잇에 적으라고 했습니다."

아내가 전송해준 사진을 보면 남편(이안수)를 제일 먼서 승선시켰고 이어서 아들(이영대), 두 딸(이주리, 이나리), 그리고 저희 모든 가족과 막역한 사이로 지내고 있는 이웃(소엽 신정균), 언니(강선옥), 본인(나), 어머님(임화숙) 순이었습니다.

크루즈선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 8명이 승선하고 출항을 했습니다.
 크루즈선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 8명이 승선하고 출항을 했습니다.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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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님이 말했습니다. 대양 한가운데서 이 유람선이 난파되었고 5명만 탈 수 있는 구명보트가 할당되었으니 난파선에 남을 세 사람의 포스트잇을 떼어내라고 했어요."

아내의 다음 사진을 보면 제일 먼저 본인이, 다음은 언니가, 그리고 어머니가 순차적으로 떼어졌습니다.

난파상황에서 일행 중 3명이 구명보트에 오르지 못하고 



침몰하고 있는 난파선에 남았습니다.
 난파상황에서 일행 중 3명이 구명보트에 오르지 못하고 침몰하고 있는 난파선에 남았습니다.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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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사님은 구명보트조차 이상이 생겨서 세 사람을 더 바다로 뛰어내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이웃분과 첫째 딸 그리고 아들을 떼어냈습니다. 다음 사진에는 남편과 둘째딸만 구명보트에 남아있습니다.

구명보트도 부실해서 다시 세 명이 바다에 뛰어내렸습니다.
 구명보트도 부실해서 다시 세 명이 바다에 뛰어내렸습니다.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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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사님이 말했어요. 이 구명보트는 단 한 사람만 지탱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되었다고. 그러니 한 사람을 더 떼어내야 한다고……."

다음 사진에서 최종적으로 남겨진 사람은 둘째딸이었습니다.

구조선이 당도할 때까지 구명보트가 지탱할 수 있는 것은 단 한명. 



그 한 명이 누구여야 하는 것을 우리 모두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구조선이 당도할 때까지 구명보트가 지탱할 수 있는 것은 단 한명. 그 한 명이 누구여야 하는 것을 우리 모두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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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정과정에 대해서 아내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설명했습니다. 

"물론 제일 먼저 떼어낸 것은 저이지요. 이 배를 태운 책임자는 저이니까요. 그리고 엄마와 언니까지는 비교적 고민이 덜했어요. 아들․딸과 당신 그리고 함께 살아갈 좋은 이웃 한 사람은 있어야하니까요. 다시 세 사람을 떼어내야 할 때부터는 고민이 훨씬 컸습니다. 이웃을 떼어내고 두 딸 중에서 한 딸을 떼어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들과 딸 그리고 당신이 남았습니다. 결국 아들을 떼어냈습니다. 당신과 아들 중에서 당신을 살리기로 한 것은 육지에 남은 사람들을 현명하게 수습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대를 잇는 것은 딸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단 한사람만 남겨야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난감해졌습니다. 최종적으로 딸을 남기기로 한 것은 당신은 육지에 남은 집안사람들과 주변 사람들 즉 가족과 우리 이웃을 위해 필요했지만 둘째딸은 우리집안이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서 일하잖아요. 더 큰 뜻을 위해 우리가족을 희생시키기로 한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둘째딸 주리는 현재 DR 콩고에서 UN의 청년봉사단원(Youth Volunteers)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리는 청소년 시절부터 '어떻게 하면 세계의 모든 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를 초지일관 고민해온 녀석입니다. 아내는 그 점에 주목을 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사님은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그 사람에게 엽서를 쓰라고 했어요. 저는 주리에게 편지를 쓰는 동안 샘물처럼 솟아나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아내는 아래의 엽서를 사진 찍어서 아프리카의 딸에게 보냈습니다.

살아남은 자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유일한 생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살아남은 자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유일한 생존 사실을 알리기 위해…….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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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야,

오늘은 일박이일 병원에서 교육받는 날이야.

우리가족 모두와 외할머니, 안양 이모, 소엽샘이랑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떠났단다. 그런데 그 유람선이 난파되어 구명보트를 타고 생사를 헤맬 때 누군가를, 한 사람을 남겨야 될 때…….

엄마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빠라고 생각했는데 이 세상에 존재해야 될 사람은 너였어.

항상 너 자신보다 남을, 이웃을, 친구를, 인류를 생각하는 네가 미덥고 존경스러워.

전기도 없는 DR콩고에서 지금도 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너를 볼 때 엄마는 항상 기도한단다.

건강하렴.

딸의 문자답변은 내가 왜 살아 남아야되느냐고 항의했다고 합니다. 순서를 바꾸고 싶다고…….

모든 조원들이 각자의 엽서를 낭독하고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의 미션을 위해, 그리고 기꺼이 바다에 뛰어든 희생자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꽃다발을 받쳤습니다.

팀원 모두가 생존자에게 쓴 각자의 엽서를 낭독하고 



생존자와 희생자를 위해 꽃을 받쳤습니다. 



축하와 애도가 함께 담긴 꽃다발을…….
 팀원 모두가 생존자에게 쓴 각자의 엽서를 낭독하고 생존자와 희생자를 위해 꽃을 받쳤습니다. 축하와 애도가 함께 담긴 꽃다발을…….
ⓒ 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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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늘 4월초 아내가 고민했던 그 연수프로그램의 구명보트를 회상하면서 다시 세월호를 생각합니다.

"나의 아들․딸들아! 보고 싶다!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 두려움을 박차고 부디 우리 곁으로 돌아와 다오. 제발……."

그동안의 오만이 부끄럽습니다
그동안의 과신이 죄스럽습니다
그동안의 확신이 참혹합니다
그동안의 믿음이 참담합니다

그동안의 풍요가 구원이 아니었음을
그동안의 지식이 지혜가 아니었음을
고백합니다

비참하고 끔직한, 잔혹하고 무자비한 몰살을 눈앞에 두고
네 탓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뻥 뚫린 가슴의 바람골은
새로운 희생양을 찾는 것에 골몰하는 것으로
메워질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시 세워야할
폐허위에 섰습니다.

폐허는 절망이 아니라
조화의 꽃이 피울 수 있는 터전을 얻은 것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부끄럽고
죄스럽고
참혹하고
참담하지만
한숨을 거두고 안정과 치유를 향해
서로 부둥켜안아야할 때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 생명을 포기할 수 없고 그 생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이 소진될 때까지 구제 노력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의심할 바 없는 진리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 생명을 포기할 수 없고 그 생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이 소진될 때까지 구제 노력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의심할 바 없는 진리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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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난파선, #생명,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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