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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최근 여객선 침몰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으신 분들과 유가족, 실종자와 가족들, 그리고 슬픔에 젖은 국민에게 하나님의 위로의 손길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새벽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의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통해 대독한 축하 메시지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은 지난 17일 진도 현지를 방문한 이래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수일 동안 정부 당국이 실종자 구조에 초동 대응이 미숙하고 땜질 처방으로 일관해 실종자 가족들이 항의하고 심지어 청와대로까지 가겠다면서 경찰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세월호 사태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머무는 전남 진도군 진도체육관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하고 구조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일부 실종자 가족은 박 대통령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정부가 구조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자 현장에 있던 해수부장관이나 해양경찰청장 등 관계자들을 향해 "구조에 최선을 다한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모두 다 물러나야 한다"고 말해 일부 가족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간 뒤 구조 현장에서는 여객선이 점차 가라앉는 긴박한 상황에서 배안에 산소 주입 시도, 배 밑으로 잠수부 진입만을 시도하는 작업이 기상악화 속에 강행됐다. 그러나 그런 작업들은 지지부진했고 결국 배 안에 있을 생존자를 구출할 가능성이 높았던 침몰 초기의 금쪽 같은 시간이 훌쩍 흘러가 버렸다.

구조 당국은 촌각을 다퉈야 할 시간에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배의 침몰을 저지할 공법을 사용하거나 급한 조류 흐름에 대처할 방안 등은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사고에 대처하는 행정 지휘 체계마저 혼란스러워 사고 발표가 혼선을 빚어 번복하는 일까지 되풀이되었다.

정부 당국의 대응은 총체적 무능과 무기력 행정으로, 경제 발전 13위 국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후진국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비판이 속출했다. 정부는 해양 사고 전문적 지식에 입각한 여객선 완전 침몰 방지 등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고 후 수일이 지난 다음에야 미국 측으로부터 해저 구조용 로봇을 빌려오는 한심한 늑장 행정을 보여주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처음부터 도입을 요구해 온 대형 바지선도 구조 닷새째인 20일에야 설치가 완료됐다. 밤중에 불빛을 밝혀 오징어, 갈치를 모으는 채낚기 어선도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19일에야 도입됐다. 당국은 사고 초기 시신 유실 가능성을 무시하다 시신이 침몰선 부근에서 다수 발견되자 19일에 겨우 그물 설치를 서둘렀다.

당국의 이런 태도는 대국민 행정 서비스라는 기본에서 한참 멀 뿐만 아니라 위기 대처 시에 필요한 기본적 상식에서도 거리가 먼 무뇌아적 대응이라는 비판 앞에 할 말이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대해 전혀 언급치 않아 평소 주요 국정에 세세한 것까지 언급하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분노한 실종자 가족들은 해경 등의 발표에 격렬한 반감을 표시하며 정부측 발표자들이 등장할 경우 욕설 등이 쏟아지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고 급기야 청와대로 가겠다는 사태로 비화됐다. 이런 과정은 진도 현지에 몰려온 수많은 외신 기자들을 통해 세계에 시시각각 알려져 조선 강국, IT 강국의 이미지를 끝없이 추락 시켰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선원들의 한심한 비상 상황 대처와 함께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낙제점이라는 점까지 겹쳐지면서 어린 학생 수백 명이 희생 당했다. 수사 당국의 사고 발생 당시에 대한 수사 결과, 선원들의 비상식적인 행태와 함께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채 승객들의 안전 등은 안중에도 없는 해당 기업의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또한 국민의 생명 구출에 모든 전문성과 장비를 투입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행정 철학과 그 수행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정부의 맨얼굴이 모든 국민 앞에 확인되고 있다. 전 세계가 한국의 위기 대처와 생명 구출에 대한 모든 것을 주시하면서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다.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다. 대통령이 사고 현장에서 약속한 사항은 이행되어야 하고 청와대는 그것을 적극 살펴 독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비춰진다. 박 대통령이 사고 다음날 현장을 찾아가 약속했던 것들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고 그에 대해 청와대에서 별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태그:#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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