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유럽 전역을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클럽은 어디일까? 이미 일찌감치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하고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도전하는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카를로 안첼로티의 지휘 아래 순항하며 트레블에 도전을 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는 분명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우선순위로 떠오를 이름들이다.

그렇다면 AT 마드리드는 어떨까? AT 마드리드 역시 적어도 올 시즌만큼은 위의 기라성 같은 클럽들과 어께를 나란히 할 만하다. 오랫동안 고착화 되어 온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양강체제를 무너뜨리고 치열한 우승경쟁을 하고 있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무패로 4강까지 순항중이기 때문이다.

AT 마드리드의 올 시즌 경이적인 성공의 이면에는 수장으로서 본인의 능력을 만개하고 있는 디에고 시메오네가 있다. 선수시절 데이빗 베컴을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서 퇴장 시키며 유명세를 떨친 시메오네 감독은 이제 감독으로써 최근 쇠퇴하고 있는 4-4-2 포메이션의 현대적 진화를 이끌어낸 '선구자'적 인물로 다시금 주목을 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시메오네 감독의 4-4-2를 알아보기에 앞서 4-4-2포메이션의 특징을 간략히 알아보자. 4-4-2 포메이션의 특징은 '쇼트& 와이드(Short & Wide)'라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공격과 미드필더, 수비가 각각 분명하게 구분이 되어있는 4-4-2 포메이션은 10명의 필드플레이어가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기 용이하다. 또 10명의 필드플레이어가 피치 위에서 골고루 퍼져 있기 때문에 공수전환과 압박의 근간이 되는 수적우위를 빠르게 조성할 수 있다는 강점 또한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4-4-2 포메이션은 현대축구의 주요한 개념인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을 구현해내며 가장 보편화되고 기본이 되는 포메이션으로 인식이 되어왔다.

4-4-2 포메이션의 특징 4-4-2 포메이션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공격과 미드필더 수비가 라인을 좁혀며 밀집대형을 유지한 채 피치위를 폭넓게 커버할 수 있는 장점(왼쪽). 그리고 피치위를 9등분 하였을 때 선수들이 골고루 퍼져 피치위를 커버하는 장점(오른쪽)

▲ 4-4-2 포메이션의 특징 4-4-2 포메이션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공격과 미드필더 수비가 라인을 좁혀며 밀집대형을 유지한 채 피치위를 폭넓게 커버할 수 있는 장점(왼쪽). 그리고 피치위를 9등분 하였을 때 선수들이 골고루 퍼져 피치위를 커버하는 장점(오른쪽) ⓒ 강태영


2008년 잉글랜드와 유럽을 제패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4-4-2 포메이션의 전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팀이었다. 호날두와 테베즈, 루니, 박지성 등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맨유는 전방부터의 전방선수들의 풍부한 운동량과 빠른 공수전환을 통해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했다. 그리고 볼을 빼앗은 뒤에는 어김없이 스콜스와 캐릭의 전진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는 폭탄 역습을 가동하며 잉글랜드와 유럽의 팀들을 초토화 시킬 수 있었다. 추가로 퍼거슨 감독은 공격의 단조로움을 상쇄시키기 위해 윙어와 공격수의 적극적인 포지션체인징을 도입하며 맨유의 폭발적인 공격력을 극대화 시켰다.

유로 2008의 스페인 또한 4-4-2의 강점을 매우 잘 보여준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인 선수들이 보여준 빠른 공수전환, 강력한 전방압박에 이은 단거리 역습은 특히나 조별리그에서 약팀들을 상대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이 과정에서 비야와 토레스는 영혼의 파트너 쉽을 보여주며 전방압박과 단거리 역습을 주도했고, 러시아는 대표적인 희생양이 되며 4-1 참패를 당하고 만다.

하지만 최근에는 4-4-2 포메이션이 눈에 띄게 쇠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4-4-2 대신 공격수 숫자를 줄이고 미드필더 숫자를 늘린 4-3-3이나 4-2-3-1이 득세를 하고 있다. 때문에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팀들은 중원에서 기본적인 숫자싸움에 밀린 채 중원을 내주게 되었다. 또 4-2-3-1이나 4-3-3을 사용하는 팀이 수비형 미드필더나 공격형 미드필더를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하며 4-4-2의 각 라인 사이를 공략하면서 4-4-2를 사용하는 팀들의 압박을 무력화 시켰다.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팀이 쇠퇴하게 된 이유 왼쪽 그림은 4-4-2 포메이션과 4-2-3-1포메이션이 맞붙었을 때의 그림이다. 검은 테두리의 네모안에 4-4-2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팀의 미드필더가 수적 열세에 놓여있음을 확일 할 수 있다. 오른쪽 그림은 4-4-2 포메이션과 4-3-3 포메이션이 맞붙었을때의 그림인데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팀은 이 경우에도 수적 열세에 놓여있다.

▲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팀이 쇠퇴하게 된 이유 왼쪽 그림은 4-4-2 포메이션과 4-2-3-1포메이션이 맞붙었을 때의 그림이다. 검은 테두리의 네모안에 4-4-2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팀의 미드필더가 수적 열세에 놓여있음을 확일 할 수 있다. 오른쪽 그림은 4-4-2 포메이션과 4-3-3 포메이션이 맞붙었을때의 그림인데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팀은 이 경우에도 수적 열세에 놓여있다. ⓒ 강태영


올 시즌 페예그리니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 과감하게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가 참패를 맛 본 대표적인 팀이다. 야야 투레-페르난디뉴로 구성된 맨시티의 중원은 필립 람-슈바인슈타이거-토니 크로스로 구성된 바이에른의 중원에 수적열세에 놓이며 중원을 장악 당했다. 물론, 현재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바이에른 뮌헨의 조직력이기 때문에 맨시티의 선수들이 쉽사리 중원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어려웠으나 측면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4-4-2 포메이션의 약점인 중원 숫자싸움에 가담을 하기 위한 움직임이 소극적였던 부분도 분명 맨시티가 어려운 경기를 하게 된 원인이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은 원정경기 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컨트롤 하며 3-1 승리를 거두었다.

AT 마드리드의 스타팅 라인업 AT 마드리드의 스타팅 라인업이다. 최근에는 비야와 라울 가르시아가 로테이션을 하고 있다.

▲ AT 마드리드의 스타팅 라인업 AT 마드리드의 스타팅 라인업이다. 최근에는 비야와 라울 가르시아가 로테이션을 하고 있다. ⓒ 강태영


디에고 시메오네의 4-4-2 포메이션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공격수들의 수비가담이다. 때문에 시메오네 감독의 AT 마드리드는 4-4-2 포메이션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중원에서의 숫자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전방압박에 치중하던 4-4-2 포메이션의 다른 공격수들과는 달리 디에구 코스타와 다비드 비야 등 AT 마드리드의 공격수들은 수비 상황에서도 미드필더까지 내려와 수비가담을 하며 동료들을 지원한다. 이에 상대팀은 중원에서의 효과적인 수적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횡패스, 백패스만을 주고 받게 된다.

수비에 가담하는 AT마드리드의 공격수들 바르셀로나가 공격에서의 제로톱을 제시하였다면 AT마드리드는 수비에서의 제로톱을 제시하였다고 해도 화언이 아니다. 디에고 코스타 (하단 검은 원)가 볼을 따라 수비에 가담해 있는 모습이며 다비드 비야 (상단 검은원) 역시 수비에 가담해 있다.

▲ 수비에 가담하는 AT마드리드의 공격수들 바르셀로나가 공격에서의 제로톱을 제시하였다면 AT마드리드는 수비에서의 제로톱을 제시하였다고 해도 화언이 아니다. 디에고 코스타 (하단 검은 원)가 볼을 따라 수비에 가담해 있는 모습이며 다비드 비야 (상단 검은원) 역시 수비에 가담해 있다. ⓒ 강태영


시메오네 감독은 4-4-2 포메이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도 절대 게을리 하지 않았다. AT마드리드가 자국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빠른 공수전환과 풍부한 활동량이 바탕이 된 전방압박, 곧바로 이어지는 전진패스에 따른 단거리 역습 때문이다. 측면 미드필더인 코케와 아르다 투란, 그리고 공격수들이 보여주는 AT 마드리드의 전방압박은 매우 교과서적이다. 그리고 이들이 가비의 전진패스를 받아 이끌어내는 역습 또한 매우 조직적이고 훌륭한데 빠르고 강인하며 결정력까지 뛰어난 디에구 코스타는 이 부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AT마드리드가 선제골을 뽑아내기 직전 장면 마드리드 더비에서 선제골을 뽑아내기 직전의 장면이다. 피리페의 전방압박으로 볼을 빼앗은 후 곧바로 코케와 디에구 코스타의 콤비네이션 공격으로 선제골을 기록하였다.

▲ AT마드리드가 선제골을 뽑아내기 직전 장면 마드리드 더비에서 선제골을 뽑아내기 직전의 장면이다. 피리페의 전방압박으로 볼을 빼앗은 후 곧바로 코케와 디에구 코스타의 콤비네이션 공격으로 선제골을 기록하였다. ⓒ 강태영


이번 시즌 마드리드 더비 1차전에서 레알은 AT 마드리드의 이러한 전술적 운용을 극복하지 못한 채 홈경기에서 1-0 패배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 경기에서 레알은 공격수들까지도 수비에 가담한 AT 마드리드의 수비조직력을 허물지 못하고 좌우로 무의미한 횡 패스만을 전개했다. 결국 레알이 만들어낸 가장 유효한 공격루트는 측면에서 디 마리아가 올려주는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 정도에 불과했다. 오히려 레알은 AT 마드리드의 강력한 전방압박에 고생을 하며 전반 중반에 실점을 하게 된다. 코케와 디에구 코스타는 이때도 인상적인 조직력을 보여주며 멋진 선제골을 엮어낸다.

올 시즌 시메오네 감독의 AT 마드리드가 거둔 성공은 단순히 이변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의미가 있다. 특히나 최근 쇠퇴하고 있는 4-4-2 포메이션을 한 단계 진화를 시켰다는 점에서 전술사적으로는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 시메오네 감독과 AT 마드리드의 순항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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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시메오네 AT 마드리드 4-4-2 포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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