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가 '홈경기 커쇼'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LA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오는 2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4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6연전(4승2패)을 끝낸 다저스는 안방에서 10연전을 치른다. 류현진은 홈 10연전 중 5번째 경기에 등판하게 된다.

샌프란시스코전 호투에 이어 세월호 구조 지원 1억원 기부

18일 샌프란시스코전 등판을 앞둔 류현진은 마음이 무거웠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고국의 국민들이 비통에 빠져 있었고 자신에게 특히나 강했던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을 원정 낮경기에서 만나는 것도 커다란 부담이었다.

하지만 라커에 'SEWOL 4.16.14'라는 문구를 적고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진지하다 못해 비장한 투구로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을 압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총 5명의 주자가 출루했지만 득점은커녕 3루를 밟아본 선수조차 없었다.

이 경기를 통해 류현진은 시즌 개막 후 원정경기 26이닝 무실점을 이어가게 됐다(지난 시즌 기록을 더하면 28이닝 무실점). 다저스 투수가 원정 2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을 시작한 것은 1900년 이후 류현진이 처음이다.

류현진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도록 미국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며 승리소감을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의 간판타자 버스터 포지 역시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모든 구종이 같은 폼에서 나왔다"며 완패를 인정했다.

류현진은 자신의 국내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세월호 구조작업 및 구호물품 준비를 위한 성금 1억 원을 기부하고 21일 애리조나전을 앞두고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세월호 자선 사인회를 개최하는 등 멀리 미국땅에서도 고국에서 일어난 비극을 챙기는 넓은 마음 씀씀이를 보였다.

홈경기에 더욱 강했던 류현진, '응답하라 2013'

류현진은 올 시즌 원정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홈경기 성적은 1패 27.00이다. 단 한 번의 홈경기 등판이었던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개막전에서 2이닝 6자책으로 처참하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사실 류현진은 작년 시즌 홈경기의 사나이로 유명했다. 홈 경기 평균자책점이 2.32로 원정경기(3.69)보다 무려 1.37이나 낮았다.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한 생애 첫 완봉승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압도했던 챔피언십시리즈의 역투도 모두 다저스타디움에서 만든 경기였다.

따라서 이번 필라델피아전은 올 시즌 류현진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라 할 수 있다. 이미 원정경기에서 극강의 활약을 하고 있는 류현진이 홈에서마저 강해진다면 세계 최고의 빅리그에서 난공불락의 투수로 군림할 수도 있다.

류현진은 작년에도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한 차례 등판했던 경험이 있다. 작년 6월 30일 필라델피아전에 선발 등판했던 류현진은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불펜의 난조로 승리를 기록하진 못했다. 당시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친 투수는 바로 2008년 사이영상 수상자 클리프 리였다.

당시 류현진은 1회와 3회 각각 솔로 홈런을 맞으며 초반에 고전하는 약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당시 류현진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친 체이스 어틀리는 이번에도 필라델피아의 중심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무척 높다.

필라델피아에서만 12년째 뛰고 있는 어틀리는 올 시즌 타율 .406 26안타 3홈런 12타점(21일 기준)으로 맹활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도 류현진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타자로 꼽힌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벌일 투수는 경험 많은 우완 A.J. 버넷.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에서 강속구 투수로 명성을 떨친 버넷은 2009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해 그 해 월드시리즈 우승에 큰 공을 세운 투수다.

하지만 이후 2년동안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양키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이적한 후 멋지게 부활에 성공했다. 필라델피아로 옮긴 올해는 4경기에서 1패에 그치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은 2.74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투구내용은 나쁘지 않다.

3승1패 1.93.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은 류현진은 기대를 훌쩍 뛰어 넘는 활약으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팀 내 최다이닝을 소화하며 다저스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류현진이 다저스타디움에서도 작년의 좋은 기억들을 되살릴 수 있게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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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LA다저스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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