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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 이후 군은 1590억 원을 들여 수상 구조함이라는 '통영함'을 만들어 지난 2012년 9월에 진수했다. - 진수(進水)는 새로 만든 선박을 선대나 도크에서 처음으로 물에 띄우는 것 - 통영함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이 옥포 조선소에서 진수한 3500t급 최첨단 수상 구조함이다. 고장으로 기동할 수 없거나 좌초된 함정, 침몰 함정의 탐색 및 구조·인양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건조됐다.

최첨단의 장비를 갖춘 수상 구조함이라는 '통영함'이 안타깝게도 이번 '세월호' 조난 구조에 활용되지 못했다. 국방부는 통영함에 탑재된 음파탐지기·수중로봇 등의 장비가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확인되지 않아 투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배를 건조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 장비 성능조차 점검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2012년 진수된 통영함은 작년 말에 군에 인수되어 활용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도 해군에 인수되지 않았다. 일부 탑재장비의 성능 미충족으로 세 차례 인수가 지연돼 현재 해당 조선소에서 시운전 중이란다. 진수된 지 1년 7개월이 지났음에도 이런 현실이다.

"통영함은 주로 기동 불능 및 침몰 상태의 함정·항공기에 대한 탐색, 구조, 인양, 해상 화재진압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기름 유출이 발생할 경우 해상오염 방재 임무에도 투입된다.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구조함인 '통영함'은 전장 107.54m, 전폭 16.8m, 경하 톤수 3500t급 등 당당한 체구를 자랑한다. 최대 속력을 21노트까지 끌어 올릴 수 있어 신속한 임무 투입이 가능하다.

특히 최대 수중 3천m까지 탐색하는 수중무인탐사기(ROV)를 비롯한 첨단 음파탐지기인 사이드 스캔 소나(Side Scan Sonar)를 탑재해 기존 구조함보다 탐색 능력이 대폭 향상됐으며, 잠수요원(SSU)이 수심 90m에서 구조 임무를 수행하는 지원 체계도 갖췄다."  - 2012년 9월 진수 당시 신문 보도 내용 가운데

1590억 원이나 되는 국민의 세금을 들여 만든 수상 구조함. 최초의 국산 구조함이요, 모든 장비들이 최첨단 수준의 성능이라고 자랑스레 떠벌려 놓고는 정작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되니 슬그머니 발을 뺀다. 굳이 군복무를 경험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예상이 가능하다.

지긋지긋한 보여주기 식 전시 행정. 실제 성능보다 과장해서 있어 보이고 번듯하게만 해놓은 장비로, 성능이 국방부 보도자료의 홍보문구처럼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거다. 한국사회 곳곳에 이렇게 국민의 귀한 세금을 낭비하는 전시행정이 어디 한 두건이겠냐 만은 이번 세월호 조난 사건과 관련된 '통영함'과 비슷한 경우로 2006년에 만든 무인 잠수정 사례도 있다.

20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건조한 무인잠수정 3대가 2006년 개발 이래 실제 운영횟수가 단 1번 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1> 기사에 '202억 들여 만든 무인잠수정, 7년간 딱 1번 사용', '통영함'처럼 세월호 탑승객 조난 구조에 사용되지 못한 건 당연지사.

외신들도 우리의 언론과 방송 또한 이건 '후진국형' 사고라고 말한다. 지난 일주일간 세월호 조난 사고의 추이를 방송으로 보면서 이건 후진국형 사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냥 후진국인지도 모르겠다. 전진은커녕 자꾸만 뒤로 후진하는 그런 나라.


태그:#세월호 , #통영함, #무인 잠수정, #후진국형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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