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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아침 풍경

삿포로 전차
 삿포로 전차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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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마지막 날이다. 비행기가 오후 2시에 출발해서 시간 여유가 있다. 아침에 나는 호텔 주변을 잠시 산책한다. 전차가 다니고 있다. 스스키노 역에서 히가시 혼간지(東本願寺)를 지나 나까지마고엔도리(中島公園通)로 가는 전차다. 겨우 한량이 운행된다. 출근시간인데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전차는 말 그대로 학생과 노인, 서민을 위한 대중교통이다.

길에는 출근하는 사람 외에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도 보인다. 개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가까운 나까지마 공원에는 홋카이도립 문학관이 있는데,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홋카이도 문학관은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설전시관에는 아이누 민족의 문학, 홋카이도의 소설과 평론, 홋카이도의 시, 단가, 하이쿠, 아동문학 코너가 있다.

미우라 아야코
 미우라 아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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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상설전시관은 19세기 중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홋카이도의 문학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이곳 문학관에는 26만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데, 이 중 중요한 작가와 작품을 정선해서 그들의 원고, 초판본, 평론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이들 작가의 아카이브를 설치해, 이들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특별전시관에서는 오타루 출신으로 삿포로에서 활동한 SF작가 '아라칸 요시오(荒卷義雄)의 세계'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히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4월 19일부터 이곳에서 열릴 특별전이다. '<빙점(氷點)> 50년, 사진으로 미우라 아야코 기억하기'라는 제목의 전시로, '미우라 아야코의 본모습 보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사진은 아토야마 이치로(後山一朗)가 찍었다.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99년 미우라가 죽을 때까지 20년 이상 그녀를 촬영했다. 그 중 80여점을 엄선해 보여줄 예정이다. 사진의 초점은 경건한 기독교인으로 사는 미우라에 맞춰졌다고 한다.

다시 아사히가와로

아사히가와 가는 길
 아사히가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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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호텔을 떠난 버스는 기념품점엘 들른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산다. 우리는 야채 껍질 벗기는 칼 등 주방용품 두 가지를 산다. 그리고는 아사히가와로 향한다. 가는 길은 삿포로로 들어올 때와 같은 도오 자동차도로다. 도로 왼쪽으로 쇼칸베츠다케(暑寒別岳) 연봉이 이어진다. 눈 덮인 겨울산은 언제 보아도 멋이 있다. 우리는 스나가와(砂川) 휴게소에 잠시 들른 다음 아사히가와 공항으로 간다.

버스에서 내리니 12시 30분이다.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가 2시에 떠나니 시간 여유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이곳을 운행하는 비행편이 많지 않아 수속이 금방 끝난다. 공항으로 들어가 면세점을 살펴보아도 별 특별한 것이 없다. 남은 돈에 맞춰 치즈를 산다. 홋카이도 치즈는 자연 방목상태에서 생산된 우유로 만들어 일본 소비자에게도 인기가 있다.

아사히가와 공항
 아사히가와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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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게이트 앞 대합실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이번 여행을 돌이켜 본다. 이번 홋카이도 여행은 4박5일의 비교적 여유로운 여행이었다. 겨울 여행이라 좀 춥기는 했지만, 오히려 눈의 나라 홋카이도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온천도 즐기고, 자연도 즐기고, 문화와 문화유산도 살펴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홋카이도 개척촌을 가보지 못한 것이다. 그곳에 가야 홋카이도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말이다.

홋카이도 개척이라는 말을 뺄 예정

홋카이도 개척촌
 홋카이도 개척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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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개척촌은 1983년 홋카이도 교외 노포로(野幌) 삼림공원에 만들어졌다. 54ha의 부지에 52채의 역사적 건조물이 이건 또는 재현되고 있다. 개척시대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그때그때 행사를 재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홋카이도의 놀이 문화와 전통 기술을 전승하는 일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민속촌과 비교될 수 있다.

개척촌은 크게 네 개 지역으로 나눠진다. 시가지역, 어촌지역, 농촌지역, 산촌지역. 그 중 건조물이 가장 많은 지역은 당연히 시가지다. 시가지 건물로는 삿포로 기차역, 삿포로 본청사, 오타루 신문사 등이 있다. 두 번째로 건조물이 많은 농촌지역에는 농가주택, 축사, 양잠 창고 등이 있다. 어촌지역에는 어가주택과 창고 등이 있다. 산촌 주택은 모두 재현된 것으로 제재소, 삼림철도 건물 등이 있다.

홋카이도의 동물
 홋카이도의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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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 종합박물관인 홋카이도 개척기념관은 개척촌보다 이른 1971년 문을 열었다. 1971년은 홋카이도가 도(道)로 행정체계를 바꾼 지 100년 되는 해다. 이때 개척기념관과 100주년 기념탑이 동시에 세워졌다. 홋카이도 개척기념관은 박물관인 동시에 연구소다. 고고학, 역사학, 민속학 관련 자료가 전시되고, 생물학 등 자연사 관련 자료도 전시되고 있다. 그리고 조사 연구 및 사회교육 활동도 하고 있다.

이곳에는 모두 7개 코너가 있다. 홋카이도의 지질시대, 선사문화, 원주민 아이누족, 동물과 식물, 기록으로 보는 홋카이도, 홋카이도의 겨울 생활, 홋카이도의 산업. 이 중 홋카이도 개척과 관련된 코너는 기록으로 보는 홋카이도와 홋카이도의 산업 정도다. 실제로 개척이라는 말이 사용된 것도 1869 메이지 유신 이후다.

홋카이도 산업의 상징 삿포로 맥주
 홋카이도 산업의 상징 삿포로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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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평야, 산과 숲, 바다가 어우러진 이곳 홋카이도에 본토 주민을 이주시켜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강행했다. 석탄 등 지하자원을 개발하고, 서양의 기술을 도입해 홋카이도에 걸 맞는 산업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 홋카이도는 급속도로 일본화되어 갔다. 그리고 전후인 1949년 수상 직속의 홋카이도개발청을 만들어 홋카이도 개발을 가속화했다. 그 결과 지금 홋카이도의 인구는 550만 명이나 된다. 개척당시에 비해 인구가 100배나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이제 일본 사람들은 개척이라는 말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홋카이도 개척기념관을 홋카이도 박물관으로 바꾸는 일이다. 홋카이도 개척기념관은 2013년 11월부터 시스템 개조작업에 들어갔고, 2015년 봄 홋카이도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개척과 개발이 완료되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개척과 개발이라는 말을 포기한 걸까?

돌아오면서 본 가오리 꼬리

눈 덮인 산과 스키 슬로프
 눈 덮인 산과 스키 슬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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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이 일찍 탑승한 때문인지 2시가 되기 전 비행기가 벌써 움직인다. 비행기는 2시쯤 아사히가와공항을 이륙한다. 비행기가 하늘로 오르자 하얀 눈으로 덮인 아사히가와 평야가 드러난다. 그리고 잠시 후 버스를 타고 오며 보았던 쇼칸베츠다케 연봉이 펼쳐진다. 흰색과 검은색으로 대비되는 겨울의 홋카이도는 정말 멋이 있다. 잠시 후 비행기는 해안 쪽으로 접어들어 나이우라만(內浦灣)을 지나간다.

바다와 어촌, 산과 눈으로 아우러진 풍경이 기가 막히다. 잠시 후 고마가다케 산악에 펼쳐진 스키 슬로프도 보인다. 자연 속에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풍경이다. 비행기는 계속해서 서쪽으로 날아간다. 그러자 또 다시 바다가 나타난다. 창밖으로 홋카이도의 남서쪽 꼬리부분이 보인다. 마치 가오리 꼬리처럼 보인다. 가오리가 꼬리를 흔들며 앞으로 나가는 모습이다.

가오리 꼬리
 가오리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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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리는 과연 본토를 떠날 수 있을까? 가오리가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본토에 속한 지 150년 가까이 되고 있다. 이곳 원주민들은 이제 완전히 일본화되었다. 홋카이도는 더 이상 에조지(蝦夷地)가 아니다. 홋카이도는 일본의 47개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로 도(道)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비행기가 동해바다로 접어들면서 나는 잠시 눈을 붙인다. 2시간쯤 지나면 우리는 인천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완)


태그:#삿포로와 아사히가와, #홋카이도립 문학관, #홋카이도 개척촌, #홋카이도 개척기념관,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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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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