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에서 태어난 라힘 스털링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 국가대표 축구 팀에 뽑혀 17세 이하, 21세 이하 대표팀의 계단을 차례로 밟아 성인 국가대표에까지 올라온 유망주 골잡이다. 겨우 스무 살 그가 리버풀 FC의 우승 길목에 결정적인 노둣돌을 놓았다.

브렌단 로저스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 FC가 우리 시각으로 20일 오후 8시 캐로우 로드에서 열린 2013-20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노리치 시티와의 방문 경기에서 날개공격수 라힘 스털링의 2득점 1도움 활약에 힘입어 3-2 펠레 스코어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승점 80점에 올라 우승 문턱에 한발짝 더 근접했다.

스털링의 드리블, 시작부터 남달랐다

양 팀이 가야할 길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점 1점에 그쳤다가는 남은 경기 일정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팀은 당연히 홈 팀 노리치 시티였다.

그들은 리그 일정표를 만든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직원을 찾아내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필이면 이 경기를 포함하여 남은 네 경기 일정(35라운드 vs 리버풀, 36라운드 vs 맨유, 37라운드 vs 첼시, 38라운드 vs 아스널)이 '빅 4 클럽'이나 다름없는 상대 팀이기 때문이다. 강등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그들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노리치 시티 입장에서 너무 일찍 큰 것 한 방을 얻어맞고 말았다. 경기 시작 4분만에 리버풀 날개공격수 스털링의 오른발 끝에서 불꽃이 터졌다. 동료 골잡이 필리페 쿠티뉴가 왼쪽 측면에서 밀어준 공을 잡아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리고 회심의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린 것이 제대로 골문 왼쪽 톱 코너를 꿰뚫었다.

스털링은 이 선취골 활약도 모자라 7분 뒤에 기막힌 추가골을 도왔다. 왼쪽 옆줄을 따라 뻗어온 스티븐 제라드의 연결을 받아 재치있게 루이스 수아레스를 겨냥했던 것이 주효했다. 수아레스는 이 기막힌 찔러주기를 받아 상대 수비수 터너의 뒤에서 돌아들어가는 감각적인 몸놀림을 자랑하며 오른발 밀어넣기를 성공 시켰다. 리그 30경기에 나와서 30득점 12도움이라는 기록을 쓰고 있기에 수아레스의 공격 포인트 하나하나가 놀랍기만 하다.

첫 골을 넣고 두 번째 골을 도운 라힘 스털링은 62분에 펠레 스코어 결승골을 짜릿하게 성공 시키며 이견 없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노리치 시티 수비형 미드필더 존슨의 횡 패스를 가로챈 뒤 빠른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왼발 슛을 성공 시킨 것이다.

브래들리 존슨은 황급히 수비에 가담하며 스털링의 중거리슛을 막으려고 다리를 뻗었지만, 야속하게도 그 공은 존슨의 다리에 맞고 높게 솟구쳐 동료 문지기 존 루디의 키를 넘어 골문 안에 떨어지고 말았다.

노리치 시티, 17위 턱걸이 가능할까?

닐 아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노리치 시티는 최근 리버풀과의 맞대결 연패 기록을 의식한 듯 2만6857명의 안방 관중들 앞에서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 뛰었다. 경기 시작 후 11분 만에 내리 두 골을 내주며 주저앉을 법했지만 그들은 후반전에 믿기 힘든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더 늦기 전에 한 골을 따라잡은 시간은 54분이었다. 오른쪽 띄워주기를 막아내려던 리버풀 문지기 미뇰레의 쳐내기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잡이 후퍼가 오른발 밀어넣기를 성공 시킨 것. 노리치 시티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8분 뒤 리버풀의 스털링에게 세 번째 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77분에 만회골을 터뜨렸다. 왼쪽 측면에서 올손이 띄워준 공을 미드필더 스노드그래스가 높게 솟구쳐 헤더로 마무리했다. 이에 안방 관중들은 팀의 상징색인 노란 물결을 일으키며 흥분했다.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2-3으로 따라붙은 노리치 시티는 83분에 교체 선수 볼프스빈켈의 이마가 또 한 번 빛났다. 왼쪽 띄워주기를 받은 볼프스빈켈은 골문 바로 앞에서 내려찍기 헤더로 동점골을 염원했다. 하지만 리버풀 문지기 미뇰레는 침착하게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잡아내 승점 3점을 굳게 지켜냈다.

이로써 노리치 시티는 강등 위험에 놓인 18위 카디프 시티(35경기 30점), 19위 풀럼(35경기 30점), 20위 선덜랜드(34경기 29점) 세 팀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17위 자리를 지켰다. 남은 세 경기 상대 팀이 리버풀 못지 않은 강팀들(맨유, 첼시, 아스널)이기에 그 순위 지키기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편, 가장 먼저 승점 80점에 오른 리버풀 선수들은 다음 주 일요일(4월 27일) 오후 10시 5분 안방인 안필드에서 2위 첼시 FC와의 맞대결을 치르게 된다. 아무래도 이 경기가 24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리버풀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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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20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결과(20일 밤 8시, 캐로우 로드)

★ 노리치 시티 2-3 리버풀 FC [득점 : 후퍼(54분), 스노드그래스(77분,도움-올손) / 스털링(4분,도움-쿠티뉴), 수아레스(11분,도움-스털링), 스털링(62분)]

◎ 노리치 시티 선수들
FW : 레드몬드, 후퍼(78분↔볼프스빈켈)
MF : 호손, 브래들리 존슨, 스노드그래스, 르로이 페르(78분↔조시 머피)
DF : 올손, 터너, 마틴, 휘태커
GK : 존 루디

◎ 리버풀 선수들
FW : 루이스 수아레스, 필리페 쿠티뉴(75분↔빅터 모지스), 라힘 스털링
MF : 조 알렌(81분↔다니엘 아게르), 스티븐 제라드, 루카스
DF : 존 플래너건, 마마두 사코, 마틴 스크르텔, 글렌 존슨
GK : 시몬 미뇰레

◇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현재 순위표
1 리버풀 35경기 80점 25승 5무 5패 96득점 44실점 +52
2 첼시 35경기 75점 23승 6무 6패 67득점 26실점 +41
3 맨체스터 시티 33경기 71점 22승 5무 6패 88득점 34실점 +54
4 아스널 35경기 70점 21승 7무 7패 62득점 41실점 +21
5 에버턴 34경기 66점 19승 9무 6패 55득점 34실점 +21
6 토트넘 홋스퍼 35경기 63점 19승 6무 10패 51득점 49실점 +2
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3경기 57점 17승 6무 10패 56득점 38실점 +18
8 사우스햄턴 35경기 49점 13승 10무 12패 50득점 45실점 +5
9 뉴캐슬 유나이티드 35경기 46점 14승 4무 17패 39득점 54실점 -15
10 스토크 시티 35경기 44점 11승 11무 13패 39득점 49실점 -10
11 크리스탈 팰리스 35경기 43점 13승 4무 18패 28득점 41실점 -13
12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35경기 37점 10승 7무 18패 38득점 48실점 -10
13 스완지 시티 35경기 36점 9승 9무 17패 47득점 51실점 -4
14 헐 시티 34경기 36점 10승 6무 18패 34득점 43실점 -9
15 애스턴 빌라 34경기 35점 9승 8무 17패 35득점 49실점 -14
16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 33경기 33점 6승 15무 12패 40득점 51실점 -11
17 노리치 시티 35경기 32점 8승 8무 19패 28득점 56실점 -28
18 카디프 시티 35경기 30점 7승 9무 19패 31득점 65실점 -34
19 풀럼 35경기 30점 9승 3무 23패 35득점 77실점 -42
20 선덜랜드 34경기 29점 7승 8무 19패 33득점 57실점 -24

◇ 리버풀 FC의 남은 세 경기 일정(왼쪽이 홈 팀, 한국 시각)
리버풀 FC - 첼시 FC (4월 27일 일요일 밤 10시 5분)
크리스탈 팰리스 - 리버풀 FC (5월 6일 화요일 새벽 4시)
리버풀 FC - 뉴캐슬 유나이티드 (5월 11일 일요일 밤 11시)
축구 리버풀 FC 노리치 시티 프리미어리그 라힘 스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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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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