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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흡연한 학생을 적발하겠다고 화장실 문을 열어 놓고 소변검사를 하게 해 학생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보자의 말을 종합하면, ㄱ여고 1학년 학생 4명은 지난 10일께 교직원 화장실에서 소변 흡수막대를 이용해 흡연 여부를 검사받았다. 그런데 이 학생들 중 한 명이 소변 대신 수돗물을 흡수막대에 묻히려다 교사에게 적발됐고, 이 여교사는 해당 학생이 화장실 문을 열고 소변을 보게 했다는 것이다.

학생 4명 중 3명은 양성반응이 나와 14일부터 10일간 교내봉사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수업을 듣지 못하고 학생부실에서 자습하며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해당 학교 "지침 몰랐다... 열심히 하려다보니"

제보자는 "아무리 지켜본 교사가 여교사였고, 문을 살짝 열어놓았다고 하더라도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의 여학생은 수치심과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당사자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데, 중학생 때 말썽을 피워 일명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로 흡연한 학생으로 지목을 받았고, 검사 결과도 흐릿하게 반응이 나왔기 때문에 처분 받는 것이 많이 억울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18일 교무실에서 만난 교감은 <시사인천>과 한 인터뷰에서 "그날 학교 근처 빌라 주민이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 있다고 신고해 현장에서 적발했고, 주머니에 담배가 있었는데도 학생들이 피우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해 소변검사를 한 것"이라며 "해당 학생들이 입학하고 한 달 동안 계속 문제를 일으켜 이번 사안과 함께 징계위원회를 열고 학부모 동의하에 수업을 안 듣고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당 학생들을 처분하기 전 중학교 당시 생활담당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확인한 일은 있지만, 블랙리스트라는 것을 만들어 관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을 열고 소변을 보게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문을 열고 소변을 보게 한 적이 없는가?'라고 계속 묻자, 교감은 해당 여교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 교사는 전화통화에서 "화장실 칸의 문을 살짝 열어 놓고 소변을 보게 했지만,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것은 아니다"라고 시인했다.

지난해 4월 계양지역 한 고교가 흡연 학생을 적발한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강제로 소변검사를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는 <시사인천>의 보도 이후, 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강제 소변검사를 금지하는 지침을 전달했다.

당시 공문에는 ▲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방식 지양 ▲ 흡연 검사 시 사전 동의를 구할 것 ▲인권 침해(수치심 유발 등) 소지가 없는 방법으로 실시 ▲ 공개된 장소에서 소변검사 금지 ▲ 흡연 사실 확인을 위해 소변검사보다는 가급적 일산화탄소 측정기 등을 활용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흡연 학생 파악 시 주의사항으로 ▲ 흡연 여부 파악을 위해 일산화탄소 측정이나 소변 검사 시 강제성 금지, 사전 학부모 동의 확보 ▲ 흡연 여부 검사 시 학생 동의가 필요하며, 동의 거부 시 학부모에게 통보 후 동의 받고 실시 ▲ 학생이나 학부모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검사를 실시할 경우 형법이나 민법에 위배될 소지가 큼 ▲ 학생이 담배를 소지한 것을 알기 위해 소지품 검사를 하는 것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사전에 학부모 동의서를 받고 실시할 것 등을 지시했다.

ㄱ여고는 이를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동의를 전혀 받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로 소변검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감은 "이런 지침이 내려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해당 여교사가 학생부장을 맡고 열심히 하려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는 학생들의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교감은 또한 인터뷰가 끝나고 학교를 나온 뒤 <시사인천>에 전화해 "교내봉사 처분을 받은 학생들이 4월 21일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하유미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인권강사는 "흡연 여부를 떠나 흡연 학생을 적발한다는 이유로 강제로 소변검사를 시키는 것도 인권 침해 소지가 큰데, '살짝'이라고는 하지만 문을 열고 소변검사를 한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다. 공문으로 전달한 지침이 무용지물이 안 되게 시교육청은 지도·점검을 철저히 해야 하며, 학생 인권에 대한 시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학생인권, #학생인권 침해, #흡연, #소변검사, #인천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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