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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가 여전히 270여 명의 실종자를 품고 있는 반면 선장, 조타수, 3등 항해사 등 선박직 직원은 대부분 생존한 것에 거센 비난이 쏟아지면서 162년 전 영국의 '버큰헤이드호' 사건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영국 해군의 철제 수송함 버큰헤이드호는 1852년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케이프타운으로 향했다. 하지만 깜깜한 새벽 2시 희망봉 앞바다의 바위에 부딪혀 침몰의 운명을 맞았다. 

사고 당시 승객은 640명이 넘었지만 구명보트는 단 세 척밖에 없었고, 180명 만이 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더구나 사고 해역은 풍랑이 거셌고, 상어가 우글거리는 곳이었다.

함정 사령관 알렉산더 시튼 대령은 병사들을 집합 시킨 뒤 여자와 어린이를 구명보트에 태울 것을 지시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갑판을 지킨 시튼 대령과 435명은 결국 버큰헤이드호와 함께 수장되고 말았다.

당시 구명보트를 타고 살아남은 사람은 193명에 불과했다. 물론 버큰헤이드호 이야기에 대한 진실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생존자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는 20여 명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진실 여부를 떠나 버큰헤이드호 사건을 계기로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를 먼저 구조하고,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선장과 선원은 끝까지 배를 지킨다는 해상 재난의 불문율이 생겨났다.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은 1912년 4월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당시 사고에서 여성 승객의 생존율이 남성보다 네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찾기 힘든 버큰헤이드호의 전통

그러나 버큰헤이드호와 타이타닉호의 전통은 매우 드문 사례다. 2012년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마카엘 엘린더와 오스카 에릭슨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852~2011년 발생한 대형 선박 사고 18건 가운데 선장이 최후를 맞은 경우는 단 7건뿐이었다.

또한 11건의 사고에서는 남성의 생존율이 여성이나 어린이보다 훨씬 높았고, 오히려 국적이나 인종, 사회적 계급 등에 따라 생존율의 큰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당시 보고서는 위급 상황에서 규범적 행동을 강제할 권한이 있는 선장의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성이 아닌 선장의 결정이 탑승객의 구조 여부를 결정한다는 주장이다.

2012년 1월 좌초돼 32명이 숨진 이탈리아의 호화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선장 프란체스코 셰티노도 배와 승객을 버리고 먼저 도망갔다. 검찰은 그에게 승객 1인당 8년형씩 2697년형을 구형했고, 아직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물론 세월호에도 끝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숨진 22살의 여성 승무원을 비롯해 수많은 의인과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다. 그러나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최소한의 의무마저 저버리고 침몰하는 배 안에 어린 학생들을 남겨둬 분노를 사고 있다.


태그:#세월호, #버큰헤이드, #여객선 침몰, #타이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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