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 오브 갓> 스틸 컷.

영화 <선 오브 갓> 스틸 컷. ⓒ <선 오브 갓>


이 영화는 작년 3월 케이블 채널인 히스토리에서 방영된 10시간짜리 드라마 <더 바이블>을 극장용으로 편집한 영화다. 제작비 2200만 달러에 북미박스오피스 총수익 585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저예산 영화치고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드라마를 편집한 영화라 그런지 예수가 행한 설교, 이적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보단 병렬적으로 나열된 느낌이 크다. 이러한 편집상의 투박함은 기독교의 신약 성서를 잘 모르는 비종교인에게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기도 하다. 영화 속 친절한 예수의 미소와는 대조적으로 영화의 전개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것이다.

성서 왜곡 논란에선 자유롭지만, 비종교인 배려는 부족해

영화는 구약 시대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한다. 태초에 말씀으로 이뤄진 창조, 인간의 타락과 애굽을 떠나는 이야기, 가나안에서 유대인들의 분투 등이다. 영화는 구약성서에 기록된 모든 사건에는 이미 예수가 함께 있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예수를 단순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삼위일체의 신으로 바라보는 보수적인 신학이 투영된 관점이다. 이런 덕분이었는지, <선 오브 갓>은 <노아>가 미국 교계 등에서 겪었던 성서 왜곡 논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노아>와 비교해볼 때 <선 오브 갓>은 비종교인에 대한 배려가 전무하다. 철저히 미국에 거주하는 1억 명의 기독교인들을 겨냥한 작품이다. 기독교에 최적화한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개신교에 대한 최적화로 변환된다. 극장용 한글 자막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자막에서는 God을 '하나님'으로 번역한다.

God을 천주교에선 '하느님'이라고 번역하고, 개신교에선 '하나님'이라고 번역한다. 다시 말해 개신교 용어를 근간으로 번역한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선 오브 갓>은 자막에서부터 한국 개신교인들의 구미에 맞추어 요리된 영화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를 비난하거나 비하할 의도는 없지만 영화가 목표로 두고 있는 소비자 그룹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노아>에서는 신의 계시가 꿈속의 환상적인 이미지로 전달된다. 명시적이고 분절적인 언어로 계시가 표현되었다면 그것이 가지는 분위기는 매우 종교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노아야, 방주를 만들어라!"라는 음성이 극장을 채울 때 비종교인들이 느낄 오글거림을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간파했을 게다. 하지만 <선 오브 갓>에선 아예 극 초반에 신의 음성이 언어적으로 모세에게 임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기독교인에게는 거룩함을, 비 기독교인에게는 어색함을 선사하는 신(scene)이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 전까지는 '예수가 행한 기적과 설교 - 놀라는 민중 - 뿌듯해하는 제자들 - 그리고 이를 못마땅하게 지켜보는 바리새인들'의 지루한 패턴이 반복된다. 신약성서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장면들은 솔직히 기독교인 중에도 지루해 할 사람들이 있으리란 생각이다. 다만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십자가 처형은 꽤나 밀도 있게 그려진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같은 과도한 잔인함을 피하면서도 영화는 종교적, 윤리적 감동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온전히 누리기 힘들다는 점에서 감동의 보편성을 획득하기엔 뚜렷한 한계가 보인다.

선오브갓 기독교영화 예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